[디 워(D-War)]를 보다.

개인적으로 심형래 사장님의 영화에 대해 할 말이 많은지라, 이런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디 워(D-War)]와 심형래 사장님에 대해, 관심들은 많다. 하지만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 1

[디 워(D-War)]와 심형래 사장님에 대해, 관심들은 많다. 하지만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 2

[디 워(D-War)]와 심형래 사장님에 대해, 관심들은 많다. 하지만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 3

이제 [디 워(D-War)]를 보았으니 몇 문장 적어봅니다.

먼저 [디 워]에 대한 3줄 정리부터.

1. 단순한 괴수물이 아닌 혼합장르.
2. 액션 동선이 죽임.
3. 스토리가 나쁘다기 보다, 중간 연결고리가 나쁨.

글 뒤에만 정리하면 복잡해질거 같으니, 미리 정리한 후 들어갑니다.


1. 단순한 괴수물이 아닌 혼합장르.

재미있게도 혹은 놀랍게도, [디 워]는 단순한 '괴수영화'가 아니라, 여러 장르를 섞어놓은 혼합장르 영화입니다. 오히려 그렇기때문에 '괴수영화로써의 순수성이 떨어져' 불만을 가질 분도 있을거라 생각되지만, 딱히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군요. 심형래식 코미디 + 무술 영화 + 대규모 전투 영화 + 호러 + 로맨스 + ... 등등.

이 영화에서 '심형래식 코미디'는 미묘합니다. 그동안 심형래 사장님의 영화는 항상 자기 색깔이 엄청나게 강했는데, 오히려 그렇기에 많은 이들에게 비난을 받거나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디 워]에서는 그런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거라 예상했는데, 분량은 적지만 미묘하게 몇 부분 녹아들어가 있군요. 특히 '정신병원의 동물원 일꾼'은, 티는 잘 나지 않지만 그야말로 80년대 올드스쿨 코리안 코메디.

'무술 영화'는 남기남 감독님의 적자이자 [외계에서 온 우뢰매] 주연이었던 심형래 사장님으로써 당연히 넣을 부분이지만, 영화의 성격상 어려울거라 여겼는데, 어떻게든 집어 넣었군요. 주로 '500년전 한국' 씬에 집중되어 있는데, 사실 요 부분이 '뜨거운 감자' 되기 딱 좋습니다. [우뢰매] 시절 액션을 연상시킨다고 폄하함은 솔직히 오버고, 오히려 그보다는 '그 많던 괴물은 다 어디가고 인간형만 모여 호송하고 있냐!'는 것이 훨씬 올바른(?) 디싱이겠죠. 나쁘지는 않지만 딱히 좋다고 말하기도 미묘한 것이, 후반부의 대규모 전투씬과는 달리 아군은 하나만 나와 아주 잠깐 싸우기 때문입니다.

사실 [디 워]의 최고 볼거리는 '대규모 전투 영화'라는 부분이죠. 여러가지 의미에서 정말 재미있는 요소인데, 일반적인 '괴수물'에서는 '대규모 전투'가 도저히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지라' 등의 거대 괴수물에서 괴수라는 '객체'는 숫자가 적은 편이라서, 아무리 많이 싸워도 액션의 규모는 미묘하게 제한되어 있죠. 아마 그걸 타파하기 위해 적의 대부대가 출동하지 않았나 싶은데, 뭘 맞아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 '거대괴수'와는 달리 졸개들은 어느정도 피해를 입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화끈한 액션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미묘한 부분이 '호러'. 어쨌건 심형래 사장님은 남기남 감독님의 적자나 다름없기 때문에, '호러'적 요소를 벗어난다는 것은 힘들거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디 워]의 호러 요소는 예전 영화들과 좀 다르게, 미국적(혹은 세계적)인 호러의 스테레오 타입을 충실히 따라가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두 주인공이 쫓기는 장면을 보면, '죽지 않는 살인마'가 등장하는 슬래셔를 연상시키는데요. 대부분의 거대 괴수들은 작디 작은 인간 하나 하나를 따로 상대하지 않기 때문에, 이 '추격전' 요소는 꽤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애매한 것이 요 '로맨스'. 솔직히 심형래 사장님의 영화에서 '로맨스'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옛날 한국'은 그렇다고 쳐도 '현대'에서 벌어지는 그 로맨스 라인은... 상당히 애매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은행나무 침대]류의 '환생물' 요소를 넣어서, 애매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나빠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찌 보자면 이것도 일종의 '이계환생물'.)


2. 액션 동선이 죽임.

사실 [디 워]의 최고 장점은 '액션 동선'입니다.
CG나 미니어쳐 이런 쪽 질감이 좋냐 안좋냐 이런 논란이 많은데, 오히려 그보다 액션이 가는 길을 잘 찍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 중요. (개인적으로 저는 CG와 미니어쳐도 상당히 잘 찍었다는 의견임.)

다들 잘 아시겠지만, 요즘 헐리웃에서 대자본으로 만들어진 때려 부수는 영화들은 '액션의 동선'에 신경을 많이 쓰죠. 현실에서는 도저히 벌어질 수 없을 법한, 혹은 기존의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었을, 그런 액션의 동선을 일부러 만들어내거나 시도하고 그럽니다. 예를 들자면, [스파이더맨(Spiderman)] 1편에서 가장 훌륭한 요소 중 하나는 '빌딩 숲 사이를 바람같이 줄을 타는 스파이더맨'이었고, 2편에서는 '닥옥과 결투하는 스파이더맨'이었죠. 현실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두 개체의 완전히 다른 움직임을 충돌시키면서, 절대 다른 곳에서 볼수 없는 놀라운 구경거리를 제공해줬으니까 말입니다.

[디 워]에서 '옛날 한국'의 액션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니 좀 애매하고... 중반의 '시가전'과 후반의 '보스 배틀'은 액션 동선이 매우 훌륭합니다. 요 부분은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영화를 보고 감탄하신 분들은 '그랬었지!' 하실거고, '액션 동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들은 '시시했어!' 하실테니, 설명은 이정도로 접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정말, [디 워]의 가장 중요하고 훌륭한 요소는 '액션 동선'입니다. 다른데서 이런거 구경하기 정말로 힘듬.


3. 스토리가 나쁘다기 보다, 중간 연결고리가 나쁨.

[디 워]의 시나리오나 스토리가 나쁘다는 얘기가 많은데, 오히려 기본 스토리는 기존 장르 틀을 혼합해 잘 따라가는 편이고, 진짜 문제는 '이야기의 끊긴 고리'가 종종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영화에서 느꼈던 '심형래 테이스트'라 부를 부분이 많이 축소된 스토리라 조금 불만이기도 하지만, 이정도로 발전(?)된 부분이라도 싫어할 분들은 싫어하겠죠. 의외로 촌스럽다고 느꼈던 '부라퀴'라는 악역의 이름도 국어사전에 나오는 '우리말'이라 조금 놀랍기도 합니다. '사시미 가문' 수준의 작명은 아니었다는 거죠.

사실 의외로 많은 영화들이 '이야기의 끊긴 고리'를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관객이 그런걸 신경 쓸 여지를 주느냐 마느냐, 그런걸 따질 새를 주지 않고 몰입하게 만드냐 아니냐라는 거겠죠.


이렇게 [디 워]에 관한 대강의 글을 마칩니다. 오히려 영화 외적인 얘기가 너무 많아, 너무 떠받들어지거나 지나치게 까이는 경향도 많은 [디 워]입니다만, 생각과 판단은 각자의 것이겠죠. 단지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너무 극단적이고 열광적이긴 합니다만서도.


앞에도 적었지만, 다시금 3줄 정리.

1. 단순한 괴수물이 아닌 혼합장르.
2. 액션 동선이 죽임.
3. 스토리가 나쁘다기 보다, 중간 연결고리가 나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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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List

  1. 심형래 감독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Tracked from You turn gagamell into documentalist ...아지라엘과 가가멜의 반찬거리.. 2007/08/04 13:24 Delete

    드디어 오늘 D-War 를 보았네요... 그간 여기저기 추천글 부터 비난 글까지 두루두루 섭렵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일단 표값은 아깝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그만한 눈요기는 하고 왔다고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얘기하셨듯이 스토리가 개연성없이 중간에 약간씩 끊꼇지만 뭐 볼거리에 파묻혀서 그리 티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간간히 재치있는 코믹한 장면도 한 몫 하였구요... 그래서 그런지 누가 보더라도 쉽게..

  2. 이송희일 감독 디워에 대한 글을 보고

    Tracked from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007/08/04 15:00 Delete

    심형래 감독의 디워작품에 대하여 이송희일 영화 감독이 자신의 사이트에 강한 비평을 하여 논란이 일고 있네요. 현재 해당 사이트는 접속자 폭주로 접속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송희일 감독 사이트(블로그) : http://gondola21.com 그는.. '디워'는 영화가 아니라 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는 점이다. '헐리우드식 CG의 발전', '미국 대규모 개봉' 등 영화 개봉 전부터 '디 워'를 옹호하는..

  3. 절반의 성공 - D-War : 아직 끝나지 않았다.

    Tracked from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2007/08/04 18:41 Delete

    기사에 100만 돌파 소식이 나오고 있다. 개봉 3일만에 이루어진 숫자이다. 그러나 기자 시사회후 전반적인 평가는 별점 2개 내외를 주었다. 대부분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디워’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가는 대부분 ‘컴퓨터그래픽과 볼거리는 뛰어나지만 스토리는 다소 허술하다 하지만 네티즌과 개봉 이후 지지는 식지 않고 있다. 관객 평점도 8.79라고 한다. 이는 프랜스포머의 8.91과 비슷하다. 이에 따라 ‘인간 심형래’에 대한 존경과 연민, 또 할리우드..

Comments List

  1. 무브온21(커서) 2007/08/04 13:50 # M/D Reply Permalink

    여태껏 봐온 디워 리뷰 중에서 가장 고개를 끄덕이며 본 리뷰입니다. 잘 봤습니다. 맞습니다. 액션의 동선은 그 어느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2. 정이 2007/08/04 14:42 # M/D Reply Permalink

    저와 생각이 같으시네요!
    트랜스포머를 무척 재미없게 본 사람의 입장으로써 디 워도 비슷한 장르라
    안보려 했는데, 하도 말이 많아 궁금증에 보러간 관객입니다 ㅋㅋ

    그랬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보고왔어요! 중간중간 스토리짤라먹는 부분
    (개연성이 없다고들 하죠)이 좀 그랬긴하지만, 진행이 빨라서 괜찮더라구요.
    하지만 역시 중간부분에 약간의 개연성만 더 추가해줬어도 좋았을 것같은...
    영화가 넘 짧게만 느껴졌네요^^;;

    뭐 특별히 잘난 부분도 없고 특별히 못난 부분도 없는 평범한 영화였던거같아요.
    그런데 대체 왤케 말이 많은지 이해가 안되는 ㅋ

    뭐, 딴 영화들 별별 방식으로 다 홍보하는데 애국심에 호소하는건 뭐 어떤가 싶어요.
    맞는 말이잖아요. 이런 장르로 세계무대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전 참 자랑스럽던데요... 더구나 군데군데 묻어나는 한국적인 모습이!
    외국에서 성공했음 좋겠어요 ㅜㅜ

    이건 애국심에 호소 정도가 아니라 국위선양 아닌가 -_-
    누가 무슨 국제대회 나간다 그럼 외국사이트가서 밀어주기 투표도 하고
    다 그런데 영화는 왜 이리들 말 많은지 모르겠네요.

    사실 다른 장르는 그나라의 색깔이 너무 강해서 좀 어려운 점이 많은데
    로맨스 장르라던가 이런 영화는 괜찮은거같은데...

  3. 이희철 2007/08/04 16:24 # M/D Reply Permalink

    평 잘 봤습니다. 정말 훌륭하신 지적입니다. 동선 특히 와닿습니다.
    저도 그렇게 디워를 봤거든요 멋지던데요

  4. mono 2007/08/04 16:37 # M/D Reply Permalink

    음 한번 봐야 쓰겄네..

  5. 한국영화사랑종완이와 2007/08/05 14:09 # M/D Reply Permalink

    여태까지 봤던 리뷰중에 마음에 드는 리뷰네요.참고로 몇가지 적자면 심각독님 입장으로써는 지금 몇가지 해결해야할 문제점이 있답니다.
    원래는 영화 대본데로 미국 개봉작품에는 1시간 50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에서 있는 재미교포와 소송관련 결정이 안나온 상태라 자금이 딸려요
    2번째 한국 영화 심의 하는 사람들이 나이가 많으신 분들인데 별로 하는일 없는분들
    이 분들이 마음대로 조선시대 전투씬 하고 스토리 여기 저기 삭제 하라고 했더래요
    이런 S.F영화가 2시간도 안되는게 말이 됩니까?
    스토리 빈약 하다고 말씀 많이 하시는데 원래 스토리 좀더 길어요
    나중에 디렉터스 컷이나 완전판 또 상영할걸로 예싱 합니다.

  6. code4109 2007/08/05 14:26 # M/D Reply Permalink

    영화에 잘 몰입하는 성격이라 디워에서도 여지없이 몰입해서 눈빠져라 액션장면 쳐다봤습니다. 이 리뷰를 보니 다시 소름이 돋네요. 스토리가 나쁘지는 않은데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부분과 동선 부분에 정말 공감합니다. 90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으로 그 긴 이야기를 다 끝맺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이번에 성공하시면 차기작은 두어시간 정도로 러닝타임을 늘여서 더 좋은 영화 만들어 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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