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g-Min : Post Indie Gaming :: '안되는건 안된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불가능,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문구의 광고가 유행중입니다. '하면 된다'라는 문구가 속담처럼 받아들여진 한국에서, 특히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듯 싶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안되는건 안된다'라는 사실 또한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나도 [GTA] 급의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건 가능할수도 있습니다.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가며 경력을 쌓고, 여러 시행착오에서 배워가며, 어떤 것은 하고 어떤 것은 하지 말아야 할지 알아가는 과정과 기간이 충분히 있다면요. 물론 그 오랜 시간의 노력을 지난 미래에는 유행이 지나버려 [GTA] 급 만들어봤자 아무 소용 없어질 수도 있지만, 어쨌건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절대로 안됩니다.

- 나는 3명의 팀원들과 함께 [GTA] 급의 게임을 1개월 안에 만들겠다.

이건 '불가능' 그 자체입니다. 애초에 [GTA]의 제작사인 락스타(Rockstar)부터가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동안 만들기 때문에 그런 걸 만들 수 있었던거고요.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이 미리 해준거 참고삼아 간다고 쳐도, 총 4명이 1개월 안에는 저런거 만들 수 없습니다. 절대 불가능하죠.

그리고 이건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 나는 10,000$ (약 900만원)을 '투자'해, [권호] 같은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캐시템 팔아먹으며 부자가 되고 싶다.

위의 [GTA] 운운은 그냥 머리속에서 지어낸 예를 든거지만, 요건 실제로 있던 사례입니다. 해외 모 제작자 포럼에서 저런 주장을 뿌리 깊게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죠. 자신이 스스로의 임금을 계산하지 않으면서 만드는 것도 아니라, 저토록 적은 돈을 남에게 외주줘서 만들게 하겠다는, 정말로 가당치도 않은 계획(?)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기존에 제작을 겪어본 수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는 답글을 달아도 절대 굽히지 않더군요. '하면 된다'의 아주 안 좋은 적용인데, 10,000$ 날려먹고 끝내던지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일. (외주 받게 될 쪽이 불쌍할 뿐.)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그 '하면 된다'라는 자세를 갖고 자신이 일하는 것도 아니라, 남에게 무리한 조건으로 시키는 상황인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얼토당토 않은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합니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정과 예산으로 결과물을 짜내라고 하는 일이 일상다반사죠. 네. 한국에서는 억지로 쥐어짜건 강제로 시키건, 퀄리티는 접어두더라도 어떻게든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 하지만 그 말로는 어떠하냐... 최근 블로그 등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글 IT맨의 사직서를 보시면 아실 수 있듯, 쥐어짜이다가 건강 해치고 죽고 환멸을 느껴 떠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지는 것이죠. 스스로의 그릇된 판단에 의거해 '하면 된다'를 주장하면 혼자 죽고 마는데, 남들까지 끌어들여 같이 죽는 (아니 죽음을 강요하는) 애매한 상황인 것입니다.

제가 겪은 예는 이렇습니다.

- 글을 써야 할 '상당히 큰 프로젝트' 오퍼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단가가 이른바 '한국의 업계 시세'의 1/4 내지 1/5. 그것도 한달간 교섭하며 올려서 이정도고, 원래는 1/6 - 1/8 선이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안했죠. 중소기업이라 돈없다도 아니고, 이름 대면 다들 알 큰 회사였음. 이게 하루 이틀 얘기하다 만 것도 아니고, 한 달 넘게 교섭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어쨌건 '외국의 시세'도 아닌 '한국의 시세'에서도 말도 안되게 까이는 경우였으니까, 이런건 안하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잘 알지 못하거나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를 받아들여 일하는 경우가 분명히 많을 겁니다.

Pig-Min에서 이런 글을 쓰는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도 많을 겁니다. 저야말로 평생을, 한국에서 다른 사람들이 안할만한 것 -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거나 해봤자 무슨 소용이냐라는 소리 듣는 것만 골라서 해왔고, 현재의 Pig-Min 또한 지인들에게 '그게 되겠냐?'는 등의 얘기를 들어오며 운영중이니까요. 그래서 무턱대고 덤벼든 주먹구구식 운영이라 여기시는 분도 있을텐데, 사실 저도 Pig-Min 운영하며 이거저거 다 재보고 판단한 후, 될거 같다 싶은 것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도 쌓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건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보는 나름대로의 기준은 잡혀 있거든요. 비록 아직까지는 상업적 / 금전적인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만, 운영 자체만으로는 괜찮은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종의 업무 협조인 리뷰 카피 - 인터뷰 요청 들도 갑자기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Pig-Min 이전부터 몇 년간 쌓아온 경력과 그 이후 계속해서 누적되는 경험치에 의해 가능해진 것입니다.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Pig-Min 또한 그렇다는 거지요. 그리고 Pig-Min은 제가 스스로 하는 일이지 남이 시킨 일이 아니니까, 조금 무리해 보이는 일이더라도 '하면 된다'가 어느정도는 성립 가능한 경우인 것이고.

자신의 가능성에 제약을 거는 것은 좋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걸 하자고 세우는 계획은, 절대로 좋지 않지요. 그런 '무리한 계획을 남에게 시킨다'는 것은 더더욱 좋지 않습니다.

말은 길었지만 3줄 정리.

- '하면 된다.'는 좋은 격언처럼 퍼져있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안되는건 안된다'를 필히 알아야 한다.
- 특히 '안되는걸 남에게 시키는 행위'는 더더욱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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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열정, 끈기, 다짐

    Tracked from Hybrid 2008/01/13 00:12 Delete

    어떤 분야던지 열정과 끈기라는 것이 강조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중요시보는 회사도 많고 특히나 신입 사원이나 막 사회로 발을 내딛으려는 사람들 중에 자신의 열정의 강조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하지만 난 그 열정과 끈기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이다. 모든 열정과 끈기가 아니라 대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열정과 끈기를 갖고 일을 할 것이다' 라고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다.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말씀하셨다. 그 전에 다른 곳에서...

Comments List

  1. 제르비난 2007/07/07 14:24 # M/D Reply Permalink

    음, 그 IT 관련 글, 읽어 봤습죠. 어떤 심정인지 절절히 느끼게 됩니다. 저도 잠시나마 IT 업계에 있어 봤으니. ^^

    가끔 생각 나는데, 이것도 대단하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겨 놓은, 좋지 않은 전례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절에 '해! 해! 하면 된단 말이다!!'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사람들이, 지금쯤 오너의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위치에서 똑같이 하는 거죠.

    그렇게 생각합니다. ^^;;

  2. 제르비난 2007/07/07 14:25 # M/D Reply Permalink

    위에 덧붙여, 저러는 것이 50여 년 넘게 이어온 세뇌 작업의 결과인 듯도 싶고...-_-;;;

  3. 이롭 2007/07/07 19:37 # M/D Reply Permalink

    맞아요. 1%도 안되는 희망(?)만 보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나가겠다는 생각, 자신을 포함해 꽤 여럿을 망치는 것 같아요.

  4. Leviathan 2007/07/07 19:55 # M/D Reply Permalink

    음.....저는 IT산업의 현장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은 몰랐습니다. 어느 상황이던 최선의 노력을 해야하는 건 사실이지만, 말도 안되는 조건 내세우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마저도 포기하라고 하는건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합니다.

  5. 손님 2007/07/08 10:51 # M/D Reply Permalink

    여기서 질문 운영자님은 개발일을 하시는건가요?
    그냥 궁금해서요~

    1. mrkwang 2007/07/08 13:05 # M/D Permalink

      손님> 조금 다릅니다.

  6. 싱하형 2007/07/08 19:24 # M/D Reply Permalink

    여기저기 나오는 GTA류 게임 중에 GTA만한 게임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군요.

  7. 런~ 2007/07/09 19:38 # M/D Reply Permalink

    트랙백 받긴햇는데;;;
    뭔말이오?

    1. mrkwang 2007/07/09 19:46 # M/D Permalink

      런~> 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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