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일까?

얼마전부터 Pig-Min은 다음 블로거 뉴스에 글 링크를 보내는 중인데, 아시다시피 '게임' 분류가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몇 주일 동안 'IT - 과학' 분류로 넣곤 했는데요. 생각해보니 '문화 - 예술' 분류가 더 맞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던져보는 질문.

- 비디오 / 컴퓨터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일까요, 아니면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내용'일까요?

사실 '비디오 / 컴퓨터 게임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과 어느정도 맞물려 내려왔습니다. 위키피디아의 'First Video Game'에서 볼 수 있듯, 이 분야의 시작 자체가  엔지니어들의 실험에서 시작된 면도 있고요. 예전에는 나오지 못한 방식의 게임이, 컴퓨터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힘입어 등장하게 된 것도 꽤 있습니다.

어드벤쳐 게임을 예로 들자면, 원래는 텍스트만 등장하고 타이핑으로 진행하던 방식에서 '그림'이 붙고, 타이핑이 아예 사라진 후 포인트 & 클릭(Point & Click)으로 변했으며, CD-ROM을 사용할 수 있게 되자 대용량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더 굉장한 그래픽을 사용하게 됨은 물론 '실사 동영상'을 이용한 FMV(Full Motion Video)까지 등장했었죠. 굳이 어드벤쳐 게임만 이랬던 것도 아니고, 1990년대 이후 PC 게임 쪽에서는 '동 시대 컴퓨터의 최고사양' 을 요구하는 작품들이 언제나 등장하곤 했죠.

네. '비디오 / 컴퓨터 게임'은 '기술의 발전'에 영향받은 바가 큽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은, 게임이 컴퓨터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끌어가는 느낌까지 있을 정도로, 기술집약적인 작업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이게 전부? 꼭 그렇다고 보긴 힘듭니다.

위에서 말한 어드벤쳐 게임으로 돌아가보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포인트 & 클릭 방식이 나온 후, 자판을 타이핑하는 어드벤쳐 게임은 모두 죽었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포인트 & 클릭 어드벤쳐는 이런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1984년 애플 매킨토시가 나온 직후 [인챈티드 스켑터스(Enchanted Scepters)]라는 게임에서 시도되었고, 비교적 잘 알려진 게임 [매니악 맨션(Maniac Mansion)]은 1987년에 나왔습니다.

게임이 순전히 기술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면, 처음 시도된 1984년은 그렇다쳐도 1987년 이후에 키보드 타이핑하는 불편한 방식은 사라졌어야 맞죠. 하지만 이게 왠 일? 인포콤(Infocom)은 1987년 액티비젼(Activision)에게 팔리면서 장사 접었다고 쳐도, 레전드(Legend)는 1993년까지 [에릭 언레디(Eric the Unready)]을 내놓았고 1995년 정도까지는 이런 방식의 게임을 계속 만들고 있었습니다. 21세기 이후의 인터랙티브 픽션(Interactive Fiction)이라는 이름 하에 텍스트 어드벤쳐를 만드는 시도는 빼더라도, 저 구시대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게임들이 꽤 오랫동안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위에서는 '어드벤쳐' 장르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장르의 게임들도 꼭 '최신 기술'에 앞장서 달려나간 것은 아닙니다. RPG 얘기를 해보죠. 제 기억에 의하면 오리진(Origin)이 내놓던 [울티마(Ultima)] 시리즈의 후반 게임들이나 베데스다(Bethesda)의 [엘더 스크롤(Elder Scroll)] 시리즈의 후반 게임들은 발매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고사양이었지만, 블랙 아일(Black Isle)의 [발더스 게이트(Baldur's Gate)]나 바이오웨어(Bioware)의 [네버 윈터 나이츠(Neverwinter Nights)]는 적절한 컴퓨터에서도 돌아가던 애들이었거든요. 이 외에도 여러 예가 있겠지만 일단 접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비디오 / 컴퓨터 게임은 '기술'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고, 때로는 '컴퓨터의 첨단 기술'을 끌어가는 견인차 역할도 하지만,
'기술'은 도구 내지 툴 일뿐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기술로 구현할 게임 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첨단 기술의 입장에서 보면 택도 없이 떨어지는 기술력을 지닌, 인디게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죠. 인디 게임은 굳이 첨단 기술의 끝없는 경쟁을 따라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외면은 떨어져보여도 내면이 재밌고 기발한' 것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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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캡틴쪼꼬 2007/06/27 14:38 # M/D Reply Permalink

    기술이 도구이긴 하지만...
    그래도 개발자들은 대체로 새로운 기술에 매료되는 경향이 있지용...

  2. imwill 2007/06/27 16:18 # M/D Reply Permalink

    둘다 서로 보안하는 관계가 아닐까요?

  3. 유리 2007/06/27 20:23 # M/D Reply Permalink

    기술이 게임의 재미와 비례하는 건 아니져.....
    게임은 재미를 주는 컨셒에 따르고, 기술은 그것은 보다 재미있게 하기위한 보조 수단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4. 릿군 2007/06/28 00:09 # M/D Reply Permalink

    사실 업그레이드에 시달리는 PC 게이머로서는......
    콘솔쪽 처럼 좀 제한된 사양내에서 게임의 최적화에 신경쓰고
    연출과 눈속임[...]을 좀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이 없지않아 있어요.

    매년 몇십만씩 때려박으며 업글하기도 지쳐서리-

  5. Perplexing 2007/06/28 17:14 # M/D Reply Permalink

    그냥 그런 음식을 먹기 좋은 그릇에 보기 좋게 담으면 원래의 맛보다 맛있게 느껴지겠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을 보통 그릇에 담은 것만 못 하겠죠.

  6. Leviathan 2007/06/28 23:26 # M/D Reply Permalink

    기술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 아닐까요? 어차피 게임은 그림감상하려 하는게 아니라(물론 몇몇 게임들은 제외), 게임자체에 몰입하기 위해서 합니다. 몰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내용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옛날의 블랙아일의 발더스 시리즈나 폴아웃 시리즈, 트로이카의 아케넘과 같은 게임들이 요즘나온 그래픽이 매우 뛰어난 게임들보다 훨씬 좋아 보이더군요.

    1. imwill 2007/06/29 00:45 # M/D Permalink

      사실 발더스나 폴아웃은
      그래픽이 원래 뛰어난 부류아닌가요?ㅎㅎ

    2. trilby 2007/06/30 10:35 # M/D Permalink

      그 게임들은 엔진의 수준(?)이 조금 떨어졌을 뿐이지 제작사에서 그래픽과 (특히) 배경에 상당히 공을 들인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

: 1 : ... 4744 : 4745 : 4746 : 4747 : 4748 : 4749 : 4750 : 4751 : 4752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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