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D-War)]와 심형래 사장님에 대해, 관심들은 많다. 하지만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 1

[디 워(D-War)]와 심형래 사장님에 대해, 관심들은 많다. 하지만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 2



지난 글에서는, 심형래 사장님의 과거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먼저 [디 워]를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용가리]를 다뤘고, 그 다음으로는 남기남 감독님과 끈끈한 연계를 얘기했죠. 여기서는 영구아트무비 창립 이후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영구아트무비의 필모그래피부터.

핑크빛 깡통 (1993)
영구와 공룡 쭈쭈 (1993)
티라노의 발톱 (1994)
파워킹 (1995)
드래곤 투카 (1996)
용가리 1999 (1999)
업그레이드 용가리 (2001)

여기서 [핑크빛 깡통]은 줄을 쳐놨는데... 영구아트무비 작품은 맞는데 배급도 거의 되지 않았고, 일반 드라마라 이후 영화들과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며, 기타 등등의 이유가 있어서 일단 빼놓은 겁니다. 그리고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 - [심비홍] - [할매캅] 3편은 비디오용 영화고, 심형래 감독님이 출연은 하지만 감독을 하지 않아 누락시켰고요. (재미와 완성도 또한 좀 떨어지고.)


- [영구와 공룡 쭈쭈] (1993) : 일반적으로 '창립작'이라 얘기됨.

언제나 얘기되는 '탈바가지 뒤집어쓰고 나온 공룡'이 등장하죠. 후대에는 거의 '개그 거리'로나 전락해버린 안습의 특수효과들이 난무하는데... 중요한게 하나 있습니다. 원래 괴수물이란 '슈트'를 입고 사람이 연기하는, 이른바 '슈트 액터'들의 역할이 꽤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걸 고려하자면, 출발은 제대로 잡은게 맞습니다.

문제는 일본이 쌓여온 기술로 '슈트'와 '슈트 액터'에 대한 사항을 잘 고려하는 단계까지 올라갔다면, 한국은 이게 (괴수물 관점에서)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여서 캐안습이었다는 거. ([대괴수 용가리]는 일본 기술이었음.) 그리고 후에 언급할, 심형래 감독의 페르소나격인 거인 '서찬호'가 등장하기도 했고, 무려 김창완씨가 주제가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김창완씨의 해당 곡은 따로 음원화되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죠.


- [티라노의 발톱] (1994) : 최고의 문제작.

가끔 짬 높은 개그맨들이 '저도 거기 출연했어요. 그러니까 저도 영화배우.' 식으로 토크쇼에서나 언급할 수준으로나 알려졌는데, 사실 이 작품이 굉장한 녀석입니다.

먼저 이 영화의 원시인들은 '한국어'를 쓰지 않고 '원시어'를 쓰고 있어요. 가끔 비슷한 발음이 새나오긴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현대에 쓰지 않는 언어'를 사용하며 의사소통 합니다. 뒤집어 얘기하자면, 언어의 장벽따위 무시한 채 해외 컬트 팬들에게 먹힐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 영화는 '아동용'이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고 적나라한 표현, 혹은 몸을 날려 찍은 굉장한 씬이 많아요. 영화 초반 멧돼지 풀어놓고 몸을 날려가며 찍은 씬은 그야말로 걸작이고, 등장하는 '식인종'의 묘사, 쌓여있는 시체들, 나무에 올라갔다가 뱀에게 거시기를 물려 죽는 원시인(백재현), 기타 등등.

석기시대인과 청동기 (혹은 철기)  인을 사용하는 이들의 갈등 구조도 훌륭합니다. 제대로 따지면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영화의 획을 긋는 놀라운 구조에요. '화살'을 맞고 죽어가는 부두목의 명대사 '이게 머야'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굉장한 감동입니다.

족장으로 등장하는 서찬호는 최고의 역할! 다른 영화에서는 (연기가 안되어서) 엑스트라 1 이상의 배역을 하지 못하지만, 여기서만큼은 존재 자체로 임팩트가 굉장합니다. 전반적으로 굉장하지만, 특히 영화 초반에 발을 들어 밟는 장면은! 엄청남 그 자체!

더불어 이 영화에서 배우 심형래는, 기존의 맑고 밝은 바보 역할을 벗어난, 안티 히어로 혹은 다크 히어로의 역할을 맡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자를 데리고 원래 부족에서 도망나와, 여러 위험을 겪으며 계속 도망치다 청동기 (혹은 철기) 가족을 만나고, 그들을 덮친 익룡을 쫓아가 보복한 후, 그 사이 가족들을 모두 살해한 후 난장판을 만들어놓은 부족으로 돌아가 처절한 복수를 펼칩니다. 예. '탈출'과 '복수'를 합니다. 심형래 감독 - 배우의 모든 영화 중, 이런걸 다뤘던 적은 전혀 없지요! 게다가 익룡을 처치한 후 둥지에 남아있는 새끼들을, 모두 학살하는 모습까지! 기존의 '영구' 이미지로써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캐릭터를, [티라노의 발톱]에서는 보실 수 있습니다.

[티라노의 발톱]은 엄청난 영화에요. 하지만 아쉬운 것은, 대중과 평단의 제대로 된 평가는 고사하고, 심형래 사장님 본인조차 이 영화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진정한 가치를, 만든 본인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정말 해외 마켓에서 먹히고 컬트로 추앙받을 영화는 바로 이거라 봅니다만서도.


- [파워킹] (1995) : 우리 별에서는 루카스 빼고 다 착해요.

기존 심형래 사장님이 하던 '수퍼 히어로'물을 다시 해본 영화인데, [스타워즈]와 조지 루카스에 대한 애증이 담겨있다는 얘기는 이미 했고요. 이거 찍을 당시에는 특수 효과가 물이 올라서, 이정도 규모의 영화를 빨리 많이 찍어 내보냈어도 될거라고 봅니다. 좀 비약하자면 '아주 잘 찍은 [우뢰매]'? (저는 [우뢰매]를  좋게 보는 입장이라는거 명심.) 아쉽게도 서찬호씨는 나오지 않는다는.


- [드래곤 투카] (1996) : 사실은 이게 엄청난 실험작.

현대 시대에서 피자 배달하던 형래가, 외계 악당의 침입을 받던 조선시대 '선비'의 부름을 받고 타임와프 합니다. 그걸 잡으러 온 외계 형사가 형래의 몸 속에 들어가, 평소에는 형래처럼 지내다가 필요하면 변신해 싸우죠.

타임 와프, 변신 히어로, 우주 경찰, 우주 악당, 이 모든 것이 영화 하나에 다 나옵니다. 심사장님 기준에서 이건 엄청난 실험이자 시도죠. 게다가 [디 워[에서 시도하게 될,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고로 옛날 한국을 보여준다.'라는 정신을 써먹어보기도 했고요.

영화가 좀 산만한 감은 있지만, 특수효과의 기술적인 발전은 엄청난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도, 서찬호가 나옵니다. 엑스트라 1 수준이긴 하지만.

어쩌다보니 '게임'도 만들어졌지만... 영화와 전혀 상관없고, 안해봤으니 통과.


- [용가리 1999] (1999) : 원하는건 조지 루카스, 배운건 남기남.

수없이 말해왔지만, 저는 남기남 감독님과 심형래 감독님의 영화를 무지 좋아합니다. 고로 남기남 테이스트를 좋아하는 팬의 관점에서 보자면, 1999년의 오리지널 용가리도 굉장히 재밌는 작품이에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남기남 감독님은 구체적인 디테일 같은거 신경 잘 쓰지 않아요. 옛날 시대 배경에 전봇대가 나오건, 일제시대 배경인데 1970년대 디스코 음악이 나오건, 아무 상관 없습니다. 좋게 말하면 호쾌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조건 지르고 보죠. '디테일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정신이 [용가리]에 이어져서, 아주 많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일일이 예를 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미국이 배경인데 한국스러운' 부분이 많이 등장하죠. 이런 면에서 가장 굉장했던 것은, IMF라고 써있는 건물을 용가리가 부수는 씬! ... 이거 [업그레이드 용가리]에서 왜 축소했는지 참.

얼굴 드러낸 한국 배우는 단 1명도 나오지 않는 것 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도 서찬호는 나옵니다! 대사 없고, 서있는 연기도 어설프긴 하지만.

여하건 문제는, 배운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괴리감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심기일전해, [업그레이드 용가리]를 내놓게 된다!


- [업그레이드 용가리] (2001) : 어떤 부분은 좋지만, 어떤 부분은 좋지 않음.

일단 애매해진 점은, 이 글의 1편에서 충분히 다뤘으니 읽고 와주세요.

좋아진 점은, 시나리오를 다듬고, 재촬영 장면을 엄청나게 많이 사용했으며, '옥의 티'라 불릴만한 장면을 많이 수정했다는 것입니다. 재촬영도 상당히 잘 해서, 저 두 영화의 기술에도 큰 차이가 있죠. 더불어 '괴물 배틀씬'도 많이 늘어나, 너무 쉽게 끝나던 전편보다 훨씬 좋아졌고.

아쉬운 점은 그런 수정 작업을 거치며, 진하게 녹아있던 심형래 테이스트까지 상당히 많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자면, 오히려 더 어중간해졌어요. 그 '추악한 베드신'도 들어가고(...)

이걸로 드디어 해외 판매에는 성공했지만, 글의 1편에 쓴 것 처럼 아쉬운 상황도 많이 벌어졌죠. 개인적으로는 1999 버젼을 더 좋아하지만, VHS - VCD - DVD 어떤 버젼으로도 나온적이 없어서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상영했던 필름 준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거라도 받을걸 그랬나(...)


... 그런데 사장님. 조지 루카스는 거대 괴수물 안 만들었습니다.


글 차례
:

[디 워(D-War)]와 심형래 사장님에 대해, 관심들은 많다. 하지만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 1

[디 워(D-War)]와 심형래 사장님에 대해, 관심들은 많다. 하지만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 2


[디 워(D-War)]와 심형래 사장님에 대해, 관심들은 많다. 하지만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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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List

  1. 당신은 진정 자랑스런 한국인입니다..

    Tracked from 나를 경영한다... 2007/07/09 12:36 Delete

    심형래... 영구로 더욱 기억되는 인물이지만 오늘 나는 인간 심형래를 더욱 사랑하게되었다... 지난번에 '디워' 예고편을 보면서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른 영화일거라는 기대를 갖게되었다. 조선일보 인터뷰를 보면 얼굴이 많이 변한 그를 볼 수 있다. 사기꾼으로 몰려가면서까지 영화를 계속 만들어오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른 사람같으면 벌써 포기했을만도 한 상황이었는데도 지금까지 줄기차게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영구와 같은 바보스러움이..

  2. 왜 충무로는 심형래를 싫어하나?

    Tracked from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2007/07/17 16:02 Delete

    충무로는 왜 심형래감독에게 비호의적인가? 충무로출신이 아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들의 말처럼 작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인가? 늘 그의 작품에 호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영구시리즈로 심형래감독은 재미(?)를 보았다. 충무로의 그들이 영화같지 않다고 하는 영화를 가지고. 그 때문에 그들은 비호의적인지 모르겠다. 영화는 예술이니 하는 그들만의 생각으로 심형래를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작금의 충무로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한국영화의 위기를 가져온 장본인임을 인정..

Comments List

  1. 1004ant 2007/06/11 20:42 # M/D Reply Permalink

    장문의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서찬호'란 사람이 궁금하게 만든 글솜씨 대단하십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대한민국에서 심형래, 남기남 영화 안본 사람없죠.'

    1. mrkwang 2007/06/11 22:23 # M/D Permalink

      1004ant> 서찬호는 존재 자체로 지존이었죠.

      연기가 안된다는 것이 안쓰러웠을뿐...

  2. 자몽 2007/06/11 20:56 # M/D Reply Permalink

    저도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 mrkwang 2007/06/11 22:23 # M/D Permalink

      자몽> 네.

  3. fulldream 2007/06/11 21:36 # M/D Reply Permalink

    1~3편까지 글 잘 읽었습니다. 윗분처럼 '서찬호'라는 분이 어떤 분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심형래 매니아들에게는 조연급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등장하는 군요( http://blog.naver.com/capeo?Redirect=Log&logNo=60032954741 )
    괄호로 친 주소로 들어가면 심형래씨가 출연한 영화가 사진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참고하고 싶은 분은 클릭해서 살펴보면 좋겠네요(제 블로그 아님).

    그리고 윗 글을 쓰면서 추가로 검색하다보니 딴지일보의 심형래씨 인터뷰 자료 중
    '서찬호'라는 인물이 언급되는 군요. 한창 영화에 열을 올렸던 심형래씨의 심경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딴지이너뷰 감독, 심형래를 만나다 / 2005.3.21)
    -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32&article_id=80
    -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32&article_id=535

    1. mrkwang 2007/06/11 22:23 # M/D Permalink

      fulldream> [티라노의 발톱] 보시면 서찬호를 알 수 있습니다. 도저히 모를 수가 없는 존재로 나와서.

  4. DreamFactory 2007/06/12 11:10 # M/D Reply Permalink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심형래감독과 영구아트무비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그런데 조금 아쉽지만 솔직히 왜 디워를 만들게 됐는지에 대한 개연성은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댓글에서 fulldream 님이 언급하신 링크로 들어가서 심형래감독 인터뷰를 보면 그 의문이 풀립니다. 장문의 인터뷰인데 심형래감독의 성격과 가치관, 그리고 그가 왜 그런 영화들을 만들었는지 잘 나오네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보시길.ㅎㅎ

  5. 고드름 2007/08/04 21:26 # M/D Reply Permalink

    좋은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_ _)(^-^) 꾸벅~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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