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카가 대학교 2학년입니다. ... 이렇게 써놓으니 제 나이가 엄청 많아보이지만, 누님과 차이가 좀 날뿐 전 어리고요. 여하건 어쩌다보니 제가 영어를 엄청 잘 하는걸로 여겨져서, 저런 고민을 건너 듣기도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가 써먹을 영어까지는 무리없이 한다.'가 정답입니다만,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기도 하죠.

영어란 일반적인 한국인 모두가 고민하는 화두지만,조카가 다니는 학교가 좀 유별나서, 잘 사는 집안에 해외에서 살다온 애들도 많아 더더욱 비교가 되나 봅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얘기 몇 개 하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걸로는 좀 역부족. 그렇다고 제가 영어를 익혀온 과정은 워낙 특이하고 황당해서, 그대로 적용시키기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비슷한 세대이자 일반적인 삶을 살아온, 핸드메이드 게임의 김종화님께 물었습니다. 이쪽은 IGF에서 2년에 걸쳐 부스까지 차려 손님 접대 다 했고, 가면 꼭 강의 일일이 찾아 들었음은 물론, 최근에는 미국 모처에 사용하기 위한 인터뷰 동영상도 만들었을 정도로 영어에 능통하니까요. 대충 이런 답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의 문법 위주 수업이 싫어서, 따로 학원에서 토익 등 공부했고요. 듣기는 토익에서 들은 것도 있고, 또한 디스커버리 채널 보면서 익혔습니다. 그리고 회화는, 게임 관련해 외국인 강사 강좌가 있으면 가서 들으면서 붙잡고 이런거 저런거 물어봤고요. 말하기를 들이댄 것이 효과가 있었죠. 그리고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어든지 아니면 다른 것이던지간에, 능력이 되건 안되건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잘한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오만한 것은 좋지 않지만, 자신감을 가지라는 얘기죠.

개인적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지만, 여기에 좋은 답이 많이 들어가 있네요. 조카에게 말해줄,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내용 말입니다.


1. 기본적인 문법은 중요하지만, 그 이상은 따로 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학교의 영어 교육에 대한 입장은 저와 반대입니다. 저는 정말로, 학교에서 배운 영어로만 평생동안 먹고 살아온 사람이거든요. 학교의 영어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문법 위주로 가르치기 때문에 별볼일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법은 무조건 외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이 불가능하고요. 문제라면 최소 6년 이상의 시간을 문법과 그 주변만 잡고 늘어지며, 그 이후 실제 써먹을 영어를 잘 가르쳐주지 못한다는 거겠습니다.

허나 그 이상의 수련도 필요합니다. 제가 학교에서 배운 영어로 먹고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따로 배운건 없어도 써먹으며 늘어난게 많거든요. 특히 '토익' 같은 건, 애초부터 '얼마나 잘하는가'를 측정하는게 아니라 '틀리게 하기 위한 시험'이기 때문에 대충 혼자 해서 안되고요. 아주 비싼 스파르타식 학원은 아니더라도, 3-4만원짜리 강좌라도 다닐 필요가 있습니다.


2. 듣기가 열려야, 말하기도 열린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오히려 그렇기에 자주 까먹게 되는 요소입니다. 상대가 뭔 소리를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면, 당연히 입으로 말할 수도 없지요. 토익의 듣기 평가로 공부했다는 것은 솔직히 조금 애매한데... 차라리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익혔다는 쪽이 좀 더 나아보이네요.

최근 몇 년간 미국 드라마로 익히려는 시도가 많아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그건 반대입니다. 우선 미국의 드라마는 전문적인 분야를 파고드는 경우가 많아, 사용하는 단어와 내용이 의외로 어려운 경우가 많고요. 잘못 빠지면 '뉴요커의 멋진 삶' 운운하는 환상에 빠져, 이도 저도 아닌 사람 되어버리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좀 더 넓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 쪽이 쉬운 편인데, 너무 비속어가 많거나 특정 인종에 치우친 쪽은 좀 그렇고요. 비교적 제대로 발음을 해주는 품격 있는(?) 영화나, 아동을 대상으로 해 비교적 발음이 정확하고 내용도 신경 쓴 픽사 -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쪽이 나을 듯 싶습니다.
 
... 이렇게 말하는 저는 호러 영화 보면서 익혔습니다만, 권해드리지는 못하겠음.


3. "왜 영어를 배워야 하지?" '목적'이 있어야 한다.

물론 '평생 가야할 인생의 목표' 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고요. '영어를 왜 배워 어디다 써먹을까?' 정도는 생각하는 쪽이 좋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돈 들여가며 영어 배우면서도 써먹지 못하는 이유가, 그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거든요. 핸드메이드 게임의 경우 다시 살펴봅시다. '외국 강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영어를 익혔다.'는 동기 부여가 있으니까, 더 쉽게 잘 익힐 수 있던 거지요.

실제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일본어 익힌 예는 무진장 많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죠. 목적이 있어야 익히기 쉽고, 또 써먹기도 좋습니다. 비슷한 예로, 지름판님은 지르시기 위해 영어를 하시고, 저는 리뷰를 하고 인터뷰를 따기 위해 영어를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리고 여러분은, 왜 영어를 배우고 익히며 공부할까요? 거기에 해답이 있을 거 같습니다.


4. 영어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핸드메이드 게임의 김종화님은 영어를 제법 잘합니다. 동시통역사 수준은 아니겠지만, 자기가 써먹을 정도까지는 잘 하고 있죠. 하지만 이 분이 대단한 것은 게임을 잘 만들기 때문이지, 영어를 잘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네. 영어는 게임을 만들고 배급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입사나 유학을 위한 토익 - 토플은, 그 자체로 훌륭한 목적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영어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길. 당연한 소리지만, 외국인이 한국어 잘한다고 한국에서 잘 살지는 않습니다.


5. 영어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자. 아니, 쫄지 말자.

아는 분은 알만한 명대사 '쫄지 말자'. 정말 그 말이 맞습니다. 사실은 그게 문제가 아니고, '영어를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문제죠.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우리는 영어권 국가에 살지 않고, 한국어는 영어와 매우 다르니까요. 그 덕분에 무척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강박관념에 시달립니다. '우리도 미국인처럼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죠. 그런데 '영어'는 '미국의 언어'일까요 '세계의 영어'일까요? 이 둘은 매우 다릅니다.

한국은 미국에 너무 기대고 있어서, 그렇기에 '미국의 언어'인 영어를 배우고 공부해요. 미국의 것에 가까운 것이 아름답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배척됩니다. 무조건 미국을 따라가야만 하는 것 같이 느껴지죠. 하지만 '세계의 영어'로 보자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가장 강력한 영어 세력권인 미국과 영국만을 봐도, 일단 발음부터 매우 다르고, 단어의 사용 등이 서로 어색하고 낯선 경우가 제법 있다고 하네요. 실제로 미국의 게임이 영국에 그냥 들어가면 사용되는 영어 때문에 게임이 우스워지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합니다. 네. 영어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많이 달라집니다. '미국의 언어'만 얘기하자면 다르겠지만, '세계의 영어'라면 조금씩 다른걸 인정해야 해요. 실제로 그러니 말입니다.

그 얘기를 조금 돌리면, 한국인이 한국식 영어를 쓰지 말라는 법은 없죠. 어차피 세계인들은 각자 조금씩 다른 영어를 쓰고 있으니까, 우리가 반드시 미국식 영어를 쓰란 법도 없습니다. 한국인이 미국식 영어를 못하는 건 당연한겁니다. 그건 미국인이 한국어를 한국 네이티브(?) 처럼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죠. 여러분 자신감을 가집시다. 한국인은 한국식 영어와 함께, '쫄지 말자'로 대동단결!

... 물론 Hi Seoul은 정말 아니었음.


요기까지가 핸드메이드 게임의 얘기에서 꺼낸 내용이고, 제가 하나 더 덧붙이겠습니다.


6. 한국에서 마주치는 서양인을 100% 신뢰하며 믿지 마라.

여러분은 한국에서 살아가며, 만나는 한국인 모두를 믿고 따르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양인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며 공손한 경우가 많지요.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훨씬 낯선 이들을 더 믿고, 더 친절하게 대한다는 것 말입니다.

사실 그들과 몇 년동안 친구로 지내오며 여러 일을 겪지 않았다면, 뭐하다 온 사람인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알 길도 없습니다. 일반적인 한국인이라면 경계하거나 조심할만한 경우에도, 외국인이라면 그 빗장을 풀어버리는 수가 있지요. 한국인 중에서 이상한 사람이 있듯, 외국인 중에서도 이상한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에 들어오는 영어 강사의 자격 요건은 되게 미묘해서, 현지에서 뭐 하다 왔는지 한국에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요. 그들이 일으키는 엄한 일 의외로 제법 됩니다. 마약도 좀 있었고, 여러 여자가 줄서는걸 즐기며 거느리는 경우도 좀 있었으며, 영어강사 출신과 결혼해 영국에서 유학원 하다가 강사 남편에게 토막살해 당한 경우마저도 있었습니다. 무조건 멀리하고 배척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쓸데없이 친절하게 다가설 필요는 없지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반적인 한국인들과 거리 두듯, 딱 그정도만 경계하고 조심하면 된다는.

... 솔직히 '미국'식 영어를 숭상하는 한국에서 가르친다면서, '캐나다'인이나 '호주'인이 들어오는 것도 제법 엄하지만, '러시아'인은 좀 많이 심하지 않나요?


뭐 이런 저런.

조카를 대상으로 쓴다는 글이 무척 길어졌습니다. 그런데 써놓고 보니, 막상 조카에게 보낼 수 있을지는 저도 의문. 그래도 Pig-Min의 칼럼이니까, 다른 분들이라도 보시면 좋겠죠.

... '삼촌 잘 봤어요.' 같은 익명의 리플 달리진 않겠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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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bluedisk 2007/06/02 03:53 # M/D Reply Permalink

    삼촌 잘 봤어요.

  2. 익명 2007/06/02 06:30 # M/D Reply Permalink

    삼촌 잘 봤어요.

  3. imwill 2007/06/02 10:05 # M/D Reply Permalink

    삼촌 잘 봤어요. (호러영화...참고.)

  4. trilby 2007/06/02 13:18 # M/D Reply Permalink

    삼촌 잘 봤어요.

  5. Nairrti 2007/06/02 13:55 # M/D Reply Permalink

    삼촌 잘 봤어요.

  6. mrkwang 2007/06/03 22:18 # M/D Reply Permalink

    삼촌 잘 봤어요.

    ... 내가 왜 달지;

  7. 안씨 2010/03/10 01:35 # M/D Reply Permalink

    삼촌 잘 봤어요.

    (뭔가 덧붙이고 싶은데 창의력 부족)

  8. 익명 2014/05/14 04:42 # M/D Reply Permalink

    삼촌 잘 봤어요. 7년 만에 봤네요.

: 1 : ... 4823 : 4824 : 4825 : 4826 : 4827 : 4828 : 4829 : 4830 : 4831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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