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저는 인디 게임을 아주 많이 해봤습니다. 허나 평소에는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리뷰를 쓴 바 있는 [애비욘드(Aveyond)]를 하면서 확실히 느낀 점이 있어요. 과연 인디 게임을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점 말입니다.

여러분들께 그 질문을 묻는다면,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죠. 실제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구조 - 스토리 등을 준비하는 '기획력'을 생각할 수도 있겠고, 만들면서 필요한 '프로그래밍 실력'이나 '그래픽 능력'을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모두 혼자 할 수는 없어서 타인의 도움을 바래야하니 '인맥'이나 '친화력'을 떠올릴 수도 있겠고, 플레이어들이 제대로 즐길 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게임에 대한 이해'를 꼽을 지도 모르겠네요. 모두 다 필요한 요소고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최고 요소는 '근성', 그리고 '끈기' 되겠어요.

[애비욘드]를 만든 아만다 페이(Armanda Fay)와의 인터뷰를 읽으면, "
사칙연산 정도 할 수 있으면, 게임 프로그램을 짤 수 있어요. 매우 쉽습니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엄청나게 쉬워보이죠. 네, 거짓말입니다. 혹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어요. '사칙연산을 몇 개월 동안, 그리고 몇 억개 정도 할 수 있는.'이라는 말이 누락되어 있는 거죠. [애비욘드]는 50시간의 플레이 타임을 가졌다고 선전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짧습니다. 수많은 퀘스트를 이리저리 먼데 배치해놓아, 오가는 시간을 모두 합해야 그정도 나오고요. 웍스루(Walkthrough) 보고 퀘스트에 필요한 부분 미리 클리어하며 진행하면, 20시간 조금 넘겨서 엔딩 직전의 성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의외로 짧으니 과대선전'...이 아니고, '저렇게 꼬아놓은 구조를 혼자 다 짜넣었단 말야?'라고 경악할 시간이죠.

실제로 [애비욘드] 플레이하며 떠오르던 것은, '근성의 제작자'라는 느낌입니다. 들어간 퀘스트의 숫자도 장난이 아니고, 매 영역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적은 정말로 다른 디자인이 대부분이에요. 이걸 다수의 팀이 공정따라 만들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혼자 거의 다 했다니 기겁할 지경입니다. 그 광대함에 플레이어도 지쳐서 쓰러질 지경인데, 제작자는 어땠겠어요? 게다가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는, 이게 상업적으로 성공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단 말입니다. 누가 장려금이나 지원금 주던 것도 아니었단 말이에요. 정말 존재 자체로 놀랍고, 어찌 보자면 뜨는게 당연합니다. 이렇게 정성 가득히 근성 쏟아 부어 괜찮은 게임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

다른 인디 게임들도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보통 몇 개월은 들여야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제작 기간 동안에는, 어떤 보상도 주어지지 않죠. 네. 인디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완성되어 나올때까지 끈질기게 버텨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필요한 것은 '근성'과 '끈기'. 끝없는 외로움과 고뇌 속에서, 완성품을 향해 달려 나가야만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점은, Pig-Min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운영 반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리플이 달리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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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imwill 2007/05/03 00:28 # M/D Reply Permalink

    사칙연산은 겸손한 표현... 과연그럴까요?ㅎㅎㅎ
    퍼갈께요.

    1. mrkwang 2007/05/03 11:12 # M/D Permalink

      imwill> 주소는 'Pig-Min'말고 '글 자체'의 주소로.

    2. imwill 2007/05/03 18:59 # M/D Permalink

      게임리뷰좋지만 전 이런글이 더 좋네요.
      수정했습니다. 방문객이 점점 늘어나네...

    3. mrkwang 2007/05/03 19:13 # M/D Permalink

      imwill> 어디 방문객이 늘어나는?

  2. 이리 2007/05/03 02:01 # M/D Reply Permalink

    눈팅만 하다 글 처음으로 남깁니다. 평소 제가 해 왔던 생각을 잘 정리해주셨네요. 정리하자면, 아마추어의 마음을 지녔어도 프로처럼 제작해야 한다 정도로..(물론 버그덩어리를 완성품이라고 내놓는 프로도 있지만요)

    1. mrkwang 2007/05/03 11:13 # M/D Permalink

      이리> 약간 다릅니다.

      '아마추어라도 프로처럼'이라기 보다, '아마추어라도 끈기와 근성으로 끝까지'입니다. 끝이 나지 않은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하니까요. 그게 성공이건 실패건.

      ... 물론 정식판이라고 내놔서 해봤는데 베타 테스터가 된 느낌을 받는다면 그건 실패.

  3. ZN 2007/05/03 02:06 # M/D Reply Permalink

    이른바 댓글의 미학..

    1. mrkwang 2007/05/03 11:13 # M/D Permalink

      ZN> 조금 다른거 같지만...

  4. 페르시안 2007/05/03 10:24 # M/D Reply Permalink

    게임은 근성으로 만드는거다?

    입니까? -0-

    1. mrkwang 2007/05/03 11:14 # M/D Permalink

      페르시안> '중간 평가'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중간 결산삼아 '스크린샷'이나 '제작중 플레이 영상'을 내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그런건 [데빌 메이 크라이 4(Devil May Cry 4)] 쯤 되어야 주목을 받고 얘기라도 오가죠.

  5. 사막의독수리 2007/05/03 10:40 # M/D Reply Permalink

    역시 모든 일에는 끈기가 중요하죠. 끈기와 근성은 불가능을 가능케 합니다! (근데 난 왜이리 끈기가 없을까 ㄱ-)

    1. mrkwang 2007/05/03 11:14 # M/D Permalink

      사막의독수리> 하다보면 됩니다.

      그 하다보면이 무척 어렵죠.

  6. 흑염 2007/05/03 14:27 # M/D Reply Permalink

    결국은 인디나 메인 스트림이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군요.

    1. mrkwang 2007/05/03 14:56 # M/D Permalink

      흑염> 이 글은 '완성도'보다는 '끝까지 가는 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완성도'라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끝이 나지 않으면 완성도가 높은지 어떤지 아무도 모르죠.

  7. Game Week 2007/05/03 14:43 # M/D Reply Permalink

    너무 멀어도 한발짝씩 가다보면 결승점에 도착하기 마련이죠. 시간이 문제일까...
    10년동안(아니 넘게) 개발하면서 몇 번이나 바뀌는 엔진과 만들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듀크뉴켐의 끝은 언제일까요? 그 생각이 막 드네요.

    1. mrkwang 2007/05/03 14:56 # M/D Permalink

      Game Week> 그 놈들이 대단한 점은, 그런 와중에서도 (또 다른 장기연중작이었던) [프레이(Prey)]는 만들었다는 거.

      ... 대체 왜?

: 1 : ... 4892 : 4893 : 4894 : 4895 : 4896 : 4897 : 4898 : 4899 : 4900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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