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잘 만드는 어드벤쳐 게임으로 유명한 와젯 아이 게임즈(Wadjet Eye Games)가, 할로윈을 맞아 [블랙웰 디셉션(Blackwell Deception)]을 공짜로 주는 행사를 했었습니다. 저도 보도자료를 받았지만 굳이 다루지는 않았는데요. '시리즈의 4편을 해보고 재밌으면 나머지 3개도 구입하세요' 정도로 가볍게 시작한 이 행사가, 와젯 아이 게임즈의 대표인 데이브 길버트(Dave Gilbert)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을 선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받았던 보도자료는 이랬습니다. (클릭하면 열립니다.)


1. [블랙웰 디셉션]만 주려고 했는데, 그 스팀 키가 와젯 아이 게임즈의 작품 전체를 열어버리다.

분명히 데이브는 [블랙웰 디셉션] 하나만 주려고 헀습니다. 그냥 게임을 DRM-Free로만 주자니 좀 섭섭해서, 아예 스팀 키까지 끼워줬습니다. 문제는 이 스팀 키가 와젯 아이 게임즈의 다른 게임들까지 모두 열어버렸다는 겁니다.

당시 그가 올렸던 트윗들에서 깊은 빡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스팀에 대해 행복하지 않습니다."


"스팀이 [블랙웰 디셉션] 코드 뒤섞어버렸어요. 무료 증정 행사에서 스팀 코드 일단 빼버려야겠습니다."
(다른 게임들까지 같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상황.)


"스팀 코드에서 다른 게임들 빼버리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제 [블랙웰 디셉션]만 주게 될겁니다."
(기존에 등록했던 사람들도, [블랙웰 디셉션] 외에는 모두 라이브러리에서 회수.)


"스팀 코드가 꼬여서 순간적으로 우리의 모든 게임을 받으신 분들, 라이브러리 업데이트하며 정상화될거에요!"

아주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만, 해당 스팀 키로 등록한 사람들의 라이브러리에서 다른 게임들을 빼버렸습니다. 다행히도 이걸 바로잡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만약 여기서 행사를 멈췄다면, 그 다음 맞이할 악몽은 피할 수 있었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군요."


"이제 내가 겪던 패닉 공격은 끝난거 같습니다."

그 다음 더 큰 비극이 올거라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한채, 이렇게 평화로운 트윗을 올리던 한 때도 있었죠.


2. 선의로 제공한 스팀 키, 못된 사람들이 '마구 털어가다'.
(맨 뒤의 설명에 적겠지만 '사람들이' 가져간거지, '못된 사람들이' 털어간게 아닙니다.)


"'Buy Now'를 누르면 로딩이 너무 오래 걸려요."
"트래픽이 너무 많아서 느린거 같네요. 나중에 다시 해보세요."

데이브는 그냥 '사람이 많이 오나 보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Buy now"를 누르니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제대로 안 된다는 멘션을 받은 후, 가볍게 '트래픽 좀 많아서 느린가보네요. 나중에 다시 해보세요.' 정도로 답변을 했습니다.


"많은 트래픽? 과소평가하신거 같은데요.
이 행사 소식은 슬릭 딜즈와 레딧에도 올랐고, 그 외 여러곳에도 막 퍼졌을겁니다.
그러니 서버가 행복할 수 없죠..."

저 멘션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소식이 레딧 등을 통해 어마어마하게 퍼졌습니다. 영어로 된 어드벤쳐 게임과 친하지 않은 한국의 steambb의 게시판에도 올라왔을 정도니까, 전세계가 다 알았다고 보면 될 정도.


"뭐 굉장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별일 없겠지..."
...싶어서 데이브가 자러 갔습니다.


약 5시간 후 일어난 데이브는, 결제 모듈 비엠티마이크로(BMTMicro) 자체가 뻗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와젯 아이 게임즈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할 때 비엠티마이크로를 사용하고, 이번 무료 게임 증정 행사도 여길 통해서 했죠.


직전 트윗부터 1시간 30분 후, 비엠티마이크로의 서버가 터졌다는 사실을 트윗합니다.


"[블랙웰 디셉션]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고 있어요.
뭐 공짜로 주려고 이렇게 열심히 일해본 적이 없어요!"


"재미있는건, 아직 이 무료 증정 행사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벌써 우리 결제 모듈이 터졌어요."


"아. (공지는 하지 않았어도) 오늘 아침에 보도자료 배포하셨잖아요. "
"압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큰 버즈가 퍼지는건, (보도자료 말고) 우리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공지될때에요."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공지하지도 않았는데, 엄청나게 소문이 퍼졌다는 뜻.)

이때까지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무료로 주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일해본 적이 없다." 라던가 "공식적으로 무료 증정 행사 한다고 선언한 적도 없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판매 모듈이 벌써 뻗었다." 정도의 가벼운 트윗 정도를 올릴 뿐이었습니다. ... 앞으로 다가올 악몽을 모른 채...


[블랙웰 디셉션]를 증정하던 페이지가 돌아왔고.



원래는 "BOO"라는 코드를 입력하면 받을 수 있었지만, 그게 더 이상 되지 않아 "BOO2"를 만들었는데.


이 모든 것이 "이 게임 좋으면, 이 시리즈의 다른 게임도 사주세요!"라는 가벼운 생각이었음은 물론.


심지어 "BOO"코드도 다시 작동 가능하게 되었지만.



이 행사 자체가 '어뷰징'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스팀 키를 빼버리게 되었습니다.



"몇몇 웹사이트에서 내 게임의 무료 스팀 코드를 몇 십개 받은 후,
다시 팔 수 있다고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걸 본 이상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 데이브가 이 시점에서라도 포기를 했어야 하는데... 행사를 더 끌어갔습니다. 그래서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었습니다.


"비엠티마이크로 서버에, 1분에 100회 이상 다운로드 요청이 왔다고 합니다. 그쪽 서버가 녹을 수 밖에 없지!"


"비엠티마이크로에서 'IP 1개당 키 1개씩만 주는' 시스템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이걸로 다시는 어뷰징 안 당했으면 좋겠네요."

이후 2시간 정도는 평화로웠던거 같습니다. ... 사실 평화로웠던게 아니라, 그냥 몰랐던거.


"2시간동안 비엠티마이크로 쪽에도 문제가 없었고, 딱히 고객에게 불만을 들은 것도 없네요.
이제 혼돈은 끝난거겠죠? 제발?"

... 안 끝났습니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데이브에게 제보를 해옵니다. 키 생성 페이지 직링크를 돌리는 중이고, IP도 프록시로 변조해 마구 받아가고 있다고.


"주의하세요. 몇몇 사람들이 이 페이지 링크를 통해, 스팀 키 받는걸 어뷰징하고 있어요."
"어떻게 그런다죠? (이메일 주세요.)"
"저도 밖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이 멘션해준걸 보면,
프록시 써서 IP 변조해 계속 받고 있대요.
"

... 여기서 데이브는 어느정도는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한숨). 모든 사람들이 스팀 키를 원하는 걸 알고 있어서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또 어뷰징당했네요."


"저도 여러분 중 대부분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스팀에서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인걸 압니다. 죄송합니다."


"나쁜 사과 몇개가 무리 전체를 정말로 망쳤군요."


"비엠티마이크로에게 행사 미리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만약 게임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가져가세요."

... 아직까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었는데요. 곧 진실을 알게 됩니다.


"행사를 내렸는데도 스팀 키를 빼가려는 사람들이 있네요.
이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행사에서 증정한 '모든' 키를 사용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나요?"


"이 모든 일이 날 매우 슬프게 하네요."


"젠장. 밤새 스팀 키 30,000개가 털렸어."


"미안합니다.
저는 모든 스팀 키를 못 쓰게 만들 수 밖에 없었어요.
이건 악몽이군요."
(물론 이번 증정 행사의 스팀 키만.)


"비엠티마이크로는 그 페이지로 가는 링크만 끊는게 아니라,
해당 페이지 자체를 없애야만 했어요.
그러지 않았으니, 해당 페이지로 접근한 사람들에 의해 털렸죠."


"비엠티마이크로는 하루 종일 이거 처리하려고 열심히 일해야만 했어요.
그것도 '공짜로 주는 게임' 때문에 말이죠.
그들은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행복하지 않을 거에요."


"자... 만약 기자 분들께서 이걸 기사화하고 싶으시다면, 해주세요!"

그리고 데이브는, 뒤늦게 기사 하나를 보게 됩니다.


"내가 이 기사를 이틀 전에만 봤더라도, 이런 행사 하지 않았을텐데!"

Puppy Games’ Birthday Giveaway Leads To Abuse And Banned Steam Accounts
- 2012/04/17, Indie Game Magazine
-> 퍼피 게임즈가 생일 기념으로 무료 게임 뿌린다고 트윗 올렸다가 전 세계에 소문퍼지면서, 이번에 와젯 아이 게임즈가 겪은 악몽과 거의 똑같은 상황을 맞이했다는 뉴스.

---

그런데 이게 '키 생성 페이지'를 알게 되어 퍼트린 사람들의 잘못이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데이브도 방심했고, 비엠티마이크로도 겪어볼 일이 없어 몰라서 벌인 실수입니다. 위에 데이브가 트윗한 것 처럼 "키를 받는 페이지로 가는 링크만 끊을게 아니라, 키를 받는 페이지까지 없앴어야 합니다."

최초에 이 링크만 따서 유포한 사람에게는 잘못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후사정 모른채 나중에 이 링크만 본 사람은, 당연히 '정상적으로 게임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steambb도 아닌 오늘의 유머에까지 이 링크가 그냥 올라왔을 정도입니다.

저 링크가 게임 전문이 아닌 한국의 커뮤니티에까지 퍼졌을 정도면, 전 세계 방방곡곡 다 퍼졌단 얘기죠. 그것도 '무료 증정 행사를 한다는 소식'이 아니라, '그냥 클릭만 하면 키를 받을 수 있는 페이지'가 퍼진거니 더더욱 심각했습니다.

만에 하나 이 링크가 퍼진다해도 수습할 수 있게, 각 주문마다 별도로 개인화된 방식으로 제공되었어야 합니다. 아마 행사 초반에는 공식적인 주문 절차를 거쳐 메일로만 전송했던거 같은데, 나중에 혼란스러워지며 이런 페이지가 별도로 존재하게 된것도 같습니다.

여하건 무심결에 던진 무료 증정 행사가 어떤 파국을 불러오는지에 대한, 2번째 대형 사고 사례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1번째는 위에도 링크를 올린 퍼피 게임즈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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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ndurance 2013/11/02 18:12 # M/D Reply Permalink

    스펙타클 하네요 ㄷㄷ

  2. james1004 2013/11/03 01:08 # M/D Reply Permalink

    형~~저 생존 신고하러 왔어요~~
    완죤 형은 여전히....외계어로 블로그 하시는구나~^^~

    뭔 소린지는 모르지만, 종종 올께요~
    이젠 저도 블로그 좀 활성화 됐으니~~놀러와 주세요~

    페북보다 이렇게 노는게 더 좋을것 같아~~

    즐거운 주말되세요~

  3. 후암... 2013/11/03 21:27 # M/D Reply Permalink

    우와.... 4편다 있지만 탐나는 행사네요. 포스팅해주시지... 근데 이미 행사가 무효화...ㅜㅜ

: 1 : ... 297 : 298 : 299 : 300 : 301 : 302 : 303 : 304 : 305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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