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플레이포럼에 '유료' 원고를 제공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플레이포럼은 회사 자체가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렸고, 제가 제공했던 글도 같이 사라졌죠...

그때 쓴 글들을 다시 올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페즈(Fez)]의 필 피쉬(Phil Fish)가 스팀 발매를 맞이해 또 망발을 저지른지라, 다시 제 하드에서 꺼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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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4에 제공된 글로써, 이 글 작성 후 여러 일이 더 있긴 했습니다.


* [페즈]의 문제를 수정하기 위한 패치 작업을 하다가, MS에게 돈 내야 한다며 패치 거부.

[페즈(Fez)]에서 심각한 버그 발견되었고 MS와 협의해 고칠 예정이지만 아직 패치 날짜는 미정. - Pig-Min, 2012/04/16

[페즈(Fez)] 패치, 세이브파일을 변경시킨다! - Pig-Min, 2012/06/23

세이브 파일 오염시키는 [페즈(Fez)] 패치, 패치 안하고 그냥 가기로 결정. MS에 몇 만 달러를 내야 하기 때문??? (업데이트 1) - Pig-Min, 2012/07/19
-> XBOX360과 (기간제) 독점 계약을 맺은 MS를 [페즈] 출시까지 굉장히 오래 기다리게 한 건 그렇다 치고요. 이런 저런 치명적(?)인 버그를 못 잡고 출시했다가 패치하고, 그 패치에서도 또 치명적(?)인 버그가 나온 상황이었는데... "우리 잘못이 아니라 돈 받는 MS 잘못임!"이라고 뻥 터트려버린 거죠. 구매 고객과 플랫폼 홀더(& 퍼블리셔) 양쪽을 한 번에 엿먹인 굉장한 상황. 기존에도 [슈퍼 미트 보이]의 에드문드 맥밀랜처럼 MS에 불만을 가진 인디가 없던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터트려버린 적은 없었습니다. 다른 경우에는 MS가 잘못한 것도 많지만, [페즈]만큼은 MS가 거의 보살...


* IGF의 변화

IGF 2013에서는 '과거 파이널리스트 작품의 재출품 금지'가 생겼습니다. - Pig-Min, 2012/06/20

IGF 2013 수상작 리스트. 이미 발매된 게임이 수상권! - Pig-Min, 2013/03/31
-> 기존의 IGF 수상작 상당수가 아직 발매되지 않은 게임들이었는데, IGF 2013년도 수상작 중 딱 하나인 [140]만 수상 발표 시점에서 발매되지 않은 게임. 사실상 기존의 IGF는 '그들만이 플레이해볼 수 있는 게임'에 상을 주는 경우가 너무 많았어서, 이렇게 수상 발표 직후 해볼 수 있는 게임들에 상을 준게 좀 더 좋아보입니다. 이 변화는  [페즈]가 세상에 미친 가장 큰 좋은 영향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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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들어가기 전에 첨언 하나 더 드리고 가겠습니다.

본문 아래쪽에 indiegames.com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캐나다 정부의 지원사업과 인디 펀드 모두 2차 펀딩에서 탈락했다고 적어둔 부분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쓸 때는 빼둔 내용인데, 그 후 [페즈]에 투자와 지원을 이어준 곳이 캐나다의 트랩도어(Trapdoor)입니다. 스팀에 '배급사'로 적혀있는 바로 그 곳입니다. 트랩도어는 EA를 통해 배급된 [와프(Warp)]를 만든 개발사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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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디에서 세상보기 20 – FEZ, IGF와 인디게임 씬에 찬물을 끼얹다. (플레이포럼, 2012/03/14. 즉 예전 글.)


IGF 는 잘 몰라도 GDC는 들어보셨을 것이다. IGF(Independent Games Festival)는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의 한 행사처럼 진행된다. 그 유명한 GDC에서 함께 진행되므로 세간의 주목도가 무척 높다. GDC에서 ‘개발자가 뽑은 상(Game Developers Choice Awards)’ 거론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IGF 게임도 거명되고, IGF의 수상 목록은 전 세계의 게임 매체를 통해 전달된다. 부문별 상은 물론 최종 후보(Finalist)에 올라도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 2012/03/08, 이 대단한 IGF의 2012년 대상이 발표되었다. ‘페즈(Fez)’가 받았다. 그리고 IGF에는 거대한 찬물이 끼얹어졌다. 이 게임은 절대 2012 IGF에서 상을 받지 말았어야 했다. 오늘은 ‘페즈’가 IGF와 인디게임 씬 전체에 끼얹은 악영향에 대해 적어보겠다.



2007년 10월에 발표한 ‘페즈’의 초기 트레일러.
한국에서도 이 시절 예고편 보고 감탄했던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
지금까지 안 나오며 수많은 추가를 했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igf.com/02finalists.html
다른 대상 후보들도 쟁쟁했다.
물론 2008년 프리웨어로 발매되었다가
2012 XBOX360으로 이식 예정인 ‘스펠런키(Spelunky)’가 받았어도
불만들이 생겼을 수 있지만 ‘페즈’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좀 더 IGF스럽게 실험적인 시도를 높게 사려고 했다면
‘디어 에스더(Dear Esther)’나
‘프로즌 시냅스(Frozen Synapse)’를 줬어도 좋았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igf.com/2012/03/fourteenth_annual_independent_.html
몇 달 전부터 대상 최종 후보를 보면서도 ‘설마 페즈를 주지는 않겠지’ 싶었는데, 정말로 줘버렸다.
30,000$(약 3천3백만원)의 상금은 물론 엄청난 마케팅 기회를 가져갔다.
 … 다른 게임 하나가 그만큼의 기회를 놓쳤다.

왜 ‘페즈’가 2012년 IGF 대상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될까? 우선 이 게임은 2008년 IGF 상을 받은 적이 있다. 개발자인 필 피쉬(Phil Fish)가 다른 작품으로 받은 게 아니라 바로 이 게임 ‘페즈’가 받았다. 4년 전 이미 IGF에서 상을 받았던 게임이 다시 수상한 것이다. 그것도 대상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2008년에 상을 받았지만 아직도 출시되지 않았다. 2010년 초에 XBOX360을 통해 나오기로 했었지만 미뤄졌고, 2012년 1/4분기로 작년 말에 정해졌다가, 또 미뤄져서 현재는 올해 5월 나올 예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igf.com/2008finalistswinners.html
2008년 ‘페즈’는 비주얼 아트(Excellence In Visual Art) 부문 상을 받았다.
다른 게임 모두 유저가 플레이 할 수 있게 출시되어 있고,
그 중 상당수는 굉장히 유명해졌다.
‘페즈’만 아직까지 유저가 해볼 수 있는 데모조차 없다.

물론 IGF의 규칙에 ‘기존에 상을 탔던 게임 재출품 금지’ 조항은 없다. 그래서 ‘페즈’의 재출품 자체에 하자는 없다. 최중 후보에 올라간 것도 이상하지만 게임이 워낙 훌륭하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이미 2008년에 수상했던 바로 그 게임, 해당 개발자가 따로 만든 신작도 아닌 이미 상을 타고 노출의 기회를 받았던 그 작품이 최종 후보에 올라 대상까지 탄다? 이건 많이 이상하고 이해도 가지 않는다. 게다가 대상 후보 중 2개가 이미 출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고, 1개는 프리웨어로 엄청난 호평을 받은 후 XBOX360으로 이식되는 중이다. 그렇게 3개 중 1개만 골랐어도 좋았을 텐데, 하필 가장 시끄러울 것이 뻔한 ‘페즈’에게 대상을? 사람들은 그 이유를 친구에게 몰아주기 – 불공정한 심사 과정 등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부정적인 상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indiegames.com/2008/10/2009_igf_announces_full_judge.html
이번 상황과는 독립되어 있지만 ‘페즈’를 만든 필 피쉬가 2009년 IGF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기존의 수상자/최종후보 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인디 게임계의 현실이라 넘어갈 수도 있지만,
‘페즈’가 또 수상함으로써
‘과연 기존에 상을 타고 심사위원까지 했던 사람의 게임이
또 출품되어 상을 타는 것이 올바른가?’
같은 의문까지 솟아오르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슈퍼 미트 보이(Super Meat Boy)’를 만든
에드문드 맥밀렌(Edmund McMillen)의 신작
‘바인딩 오브 아이작(Binding of Issac)’은
출품했다면 뭐라도 상을 탈만한 게임이지만,
2012년에는 출품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페즈’에 대한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개발자 필 피쉬가 일을 엄청나게 키웠다.

우선 한국의 커뮤니티에서도 큰 논란이 된 ‘일본 게임 후지다’ 사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도 아니고, 무려 ‘인디 게임 : 더 무비(Indie Game : The Movie)’ GDC 상영 후 간담회에서 터져 나온 일이다.



 ‘인디 게임 : 더 무비’는 인디 게임 개발자 몇 명의 제작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선댄스에서도 상을 탔고
GDC 상영회 때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고 한다.
이 예고편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다른 게임들은 모두 출시되어 있고
‘페즈’만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예고편만 보면 ‘페즈’가 무척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 이런 걸 다 같이 보고
관객들과 출연진들이 공개적으로 대화하는 자리에서
 저런 소리를 했다는 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develop-online.net/news/40061/GDC-Japanese-dev-mocked-your-games-suck
이 사건을 다룬 기사 중 develop online이라는 곳을 방문해보면,
링크에서 사람들이 전쟁 중이다.
다른 매체의 리플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까 저런 영화를 다 같이 보면서 감명 받고 감동 먹고 이런 상황에서, (영화 보고 팬이 되었을) 익명의 일본인 개발자가 ‘저희나라 게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말했는데, 그에 대해 망언의 폭탄을 던졌다… 느껴질 정도로 웅성거렸다고 한다. 이 망언 사건과 IGF 대상은 별도의 문제지만, 거의 동시에 한곳에서 벌어졌다.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며 굉장히 사건이 커졌고, 영어권 온라인 매체 상당수의 리플란에서 전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망발까지 마구 터트려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s://twitter.com/#!/phil_fish
필 피쉬 트위터 가보면 가관이다.
제정신이 맞냐는 생각이 들 정도의 트윗이 넘쳐난다.
영어를 못 하셔도 ‘suck my dick’은 알 수 있을 거다.
(모르겠으면 사전을 찾아보시라…)
몇 개월 전에는
‘내가 1분기에 출시된다고 말한 것은, 1분기 혹은 2분기라는 뜻이다’
라는 망언을 남기기도 했다…

‘페즈’의 이상한 수상과 개발자가 행한 일본 게임 디스에 대해 수많은 반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한 필 피쉬의 반응은 위에서 저런 식이다. 트위터의 망발들이 어그로를 엄청나게 끌어서 결국에는 이런 반응까지 나오게 되었다.


필 피쉬가 자신을 ‘밴디지 걸 없는 미트 보이’에 비유하자, ‘슈퍼 미트 보이’를 만든 에드문드 맥밀랜의 부인(비유하자면 이쪽이 진짜 미트 보이의 밴디지 걸)이 나서, 트위터 나가고 저크(jerk)처럼 살지 말라는 내용의 멘션을 보냈다. 그리고 에드문드 맥밀렌이 RT했다… 엄밀히 말하면 비난보다 격려에 가깝겠지만 이런 멘션까지 나올 정도로 본인이 일을 키우고 있다.

여기서 필 피쉬 본인에게 사업가로써 결함이 있을 거라 추정되는 과거 자료 하나를 인용해본다. http://indiegames.com/2011/12/the_making_of_fez_the_breaking.html

2011년 12월 indiegames.com과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초반에는 캐나다 정부의 프로토타입 펀딩을 받다가 2차에서 탈락했고, 그 다음에는 인디 펀드(indie fund)에서 1년 반 동안 받다가 2차에서 또 탈락했다. 정부 펀드는 그렇다 쳐도, ‘월드 오브 구’나 ‘브레이드’ 등을 만든 이들의 합동 투자 프로그램 인디 펀드에서조차 중도 탈락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투자를 아예 못 받을 수는 있지만 중도 탈락을 2번이나 하긴 힘들고, 특히 인디 펀드라면 더더욱 이상하다. IGF에서 상까지 받은 게임에다 지금도 큰 화제가 되고 있으니 어지간하면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다.  그 본인에게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리라.

2012년 IGF에서 ‘페즈’가 대상을 탄 사건은, IGF는 물론 인디 게임 씬 전체에 굉장히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거기에 필 피쉬 본인이 기름을 부어 사태를 더 키우고 있다. 기존부터 지적되던 IGF 자체의 공정성과 심사 방식에 대한 논란이 굉장히 커졌다. 인디 게임의 팬들 사이에서도 거센 반발과 충돌이 진행 중이라 인디 게임 씬 전체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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