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배드 밀크(Bad Milk)]라는 게임이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2000년에 나온 게임이다. 사실은 이것을 게임이라 부르기도 좀 애매하다. ‘디지털 아트의 또 다른 모습’ 정도로 얘기하는 편이 좋다. 직접 만든 CD-ROM을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팔던 게임이다. 21세기 초반 우연히 이 게임을 샀었다.

이 게임 더 이상 안 판다. 사실 팔지 않은지 몇 년 되었다. 디지털 유통이 활발해진 지금 다운로드로 팔아도 될 텐데 안 판다. 그런데 30MB가 좀 안 되는 ‘데모’는 여전히 받을 수 있다. http://dreamingmedia.com/cgi-bin/products.phtml?subsect=demo (플래시로 만들어졌으니 요즘 컴퓨터에서도 잘 구동될 것이다. XP에서 이상 없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받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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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의 근원 ‘상한 우유’. 아래 동영상 봐도 알겠지만, 정말 모든 사건의 원흉이다.


obscure game만 유튜브에 올리는 유저가 올린 영상. 전반적으로 이런 식이다.

이 게임은 두 형제에 의해 만들어졌다. 사실 그들은 게임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일종의 디지털 아트를 만들려고 했었다. 그런데 전시장을 빌리자니 돈이 드니까, 차라리 CD-ROM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배드 밀크]를 만들게 되었다.

…까지는 그렇다치고.
이 게임 IGF 2002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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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 메인에 IGF 2002라고 적혀있다. …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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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차 IGF 공식 홈페이지 2002년도 수상 리스트를 가봤더니 정말로 적혀있다.

물론 당시의 IGF는 지금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5년 [기쉬(Gish)]가 대상을 타던 때부터가 위력을 발휘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IGF 대상씩이나 먹었던 게임인데 지금은 안 팔아? 홈페이지는 남아있는데도?

좀 더 찾아봤더니 디스트럭토이드(Destructoid)에 2007/05/22에 올라온 글이 있었다. http://www.destructoid.com/games-time-forgot-bad-milk-31680.phtml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 게임 본 적 있나?’ 식의 발굴 탐사형. 당시 필지는 ‘왜 이 게임 더 이상 팔지 않는지 알고 있나?’ 식의 질문도 던지는데, ‘정답은 모르겠다’로 귀결된다. 취재 차원에서 이메일을 보냈는데도 답장을 못 받았다고 한다.

게임을 만든 이유는 디지털 아트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이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는 포트폴리오로 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페이지도 존재한다. http://www.dreamingmedia.com/cgi-bin/services.phtml 외주를 준다면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의사를 최소한 저 홈페이지 만들 당시에는 갖고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그 후 홈페이지의 업데이트는 아무 것도 없다. 몇 년 만에 가봤는데도 변화가 전혀 없다. [배드 밀크]를 안 판다고 올린 후에는 어떤 업데이트도 없다. 이렇게 또 하나의 버려진 전뇌 공간이 생겨난 것…

잠깐.
이 게임은 2000년에 나왔고, 2002년에 IGF 대상을 받았고, 아무도 관심 없을 거 같은 [바운스(Bounce)]라는 게임은 여전히 파는 중이고, 심지어 [배드 밀크]의 데모 파일의 다운로드도 되는 것은 물론, 홈페이지 계정과 도메인까지 살아있다.

… 홈페이지 계정과 도메인이 살아있어?

다들 잘 아시다시피 버려진 홈페이지와 도메인은 계약 만료되면 사라지는데, 여긴 업데이트가 전혀 없음에도 아직까지 접속이 가능하다. 혹시 도메인과 홈페이지 계정, 오래 전에 장기 계약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도메인의 갱신에 변화가 있는지 보기 위해 Whois.com으로 검색해보았다. Whois 자체에서는 정보를 보여줄 수 없다 하면서 해당 도메인 등록 업체로 가길 권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이런 정보가 나왔다. http://www.networksolutions.com/whois-search/dreamingmedia.com 2011년 10월에 도메인 재갱신. 즉 도메인을 오래 전에 장기간 계약 후 무관심해진 것이 아니라,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연장 정도는 하고 있다는 의미다.

홈페이지도 도메인도 심지어 데모 파일도 모두 남아있는데, 게임 자체는 어디 간 걸까? 왜 이메일은 곧바로 반송되지 않고 2일이나 있다가 튕겨온 것일까? 그걸 만들었던 두 형제는 어디 간 걸까? Mobygames의 크레딧에도 이 게임 하나만 올라있는 이 형제들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http://www.mobygames.com/developer/sheet/view/developerId,164849/ 어드벤쳐 게임 전문 샵이나 gog에서라도 팔자고 연락 했을 거 같은데 왜 아무런 미동도 없는 걸까? 만약 ‘어릴 적 흑역사’라며 잊고 싶다면 그냥 홈페이지를 닫으면 되는데 왜 멀쩡히 살아있는 것일까?

도대체 상한 우유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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