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아날로그 어 헤이트 스토리(Analogue : A Hate Story)], 한국 팀 복작복작. 에서는 한국 팀 전체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이번에 올리게 될 내용은 번역가 김지원 '선생님'의 단독 인터뷰입니다.

다들 아는 아날로그 공식 홈페이지




1. 안녕하세요. 아직 김지원님을 알지 못하실 분들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원입니다. 현재 이런저런 다른 이력들과 함께(웃음)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고, 이번에 <아날로그 : 어 헤이트 스토리>의 번역을 담당했습니다. 1


2. 번역가로써 다양한 종류의 책을 번역해오셨습니다. 게임(비주얼 노벨)쪽 번역은 처음이신데요. 작업해오신 것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던가요?

제가 작업하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책”이죠. 일반서든 소설이든 간에 책이라는 것은 대체로 문어이고, 읽는 사람에게 그 의미를 되도록 작가의 뜻에 맞추어 전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반면에 게임 번역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더군요. 대부분 대화문(구어)으로 표현되는 편이고, 플레이어들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화면에서 어떻게 표현되느냐, 그 길이라든지 느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야 했습니다. 길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신선한 경험을 했달까요.


3. 해외의 인디와 계약을 맺고 페이를 받으며 진행함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어떤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되었는지 간략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굉장히 쉽게 진행됐습니다. 어찌 보면 국내의 몇몇 출판사들과 일하는 것보다 더 깔끔했어요. (웃음) 소개해주신 분을 통해 제작자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가격에 대해 합의를 했고, 그 다음에는 인보이스를 보내서 계좌로 직접 입금을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금액은 계약금조로 선금을 받고, 번역이 넘어간 후에 일부를 받고, 그리고 게임이 출시된 후에 나머지를 받는 방식이었고요.


4. 번역을 직접 담당한 분으로써 [아날로그 : 어 헤이트 스토리]는 어떻던가요? 구조적인 면과 내용적인 면에서요.


게임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헤비 게이머도 아니라 아날로그는 굉장히 오랜만에 접하는 비주얼 노벨이었습니다. 비주얼 노벨이라고 하면 흔히 일본 게임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큰 회사에서 내놓은 그런 게임을 생각하다가 아날로그를 보니 처음에는 게임이 굉장히 “작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픽도 그리 많은 게 아니고요.

하지만 정작 번역을 하기 위해 텍스트를 받아보고는 정말 놀랐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텍스트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거든요. 웬만한 문고본 소설 분량은 충분히 됐을 거예요. 그래픽처럼 화려한 볼거리가 많은 게임은 아니지만, 내적으로는 웬만한 일본 비주얼 노벨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관과 이를 표현하기 위한 방식이 대단히 독특했고, 배경지식 역시 굉장했고요.


5. [아날로그 : 어 헤이트 스토리]의 번역은 꽤 까다로웠을 것 같습니다. 미래를 다룬 SF지만 동시에 사극 같은 느낌도 강하니까요. 특히 조선사를 영어로 배운 작가에 의해 영어로만 써있던 내용을, 한국어로 옮기며 옛스러운 말투와 한자도 넣는 고난이도의 작업이... 관련된 경험이나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선생님'이라던가...

아, 저는 그 “선생님”이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사실 그건 순전히 우리말에 2인칭으로 쓸 만한 단어가 부족해서 고민 끝에 고른 단어였거든요. (우리말에 있는 2인칭 대명사라는 게 “너” 아니면 “당신”인데, 첫 만남에서 “당신”이라고 부르면 싸우자는 거죠…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자기 이름을 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고요!)

크리스틴(제작자)이 번역에 관해 요구했던 사항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선내 기록이 고어(古語)체였으면 좋겠다는 것, 또 하나는 한국인 입장에서도 읽기가 어려웠으면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영미권 플레이어들에게는 그냥 한국어 이름만으로도 낯설고 이국적인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한국인 플레이어들에게는 그게 평범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가능하면 영미권 플레이어들이 “남존여비”를 처음 봤을 때 이게 무슨 뜻일까 고민하는 것처럼 한국의 플레이어들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완벽하게는 안 되겠지만 가능한 한 그런 분위기를 내달라, 라는 거였어요.

첫 번째는 그렇게 어려운 요구는 아니었는데 두 번째는 참 난감하더군요. 그나마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선내 기록에는 다량의 한자어와 잘 쓰이지 않는 단어들을 넣었어요. 사실 잔약신부라는 이름도 어느 정도는 그것을 고려해서 지은 이름이기도 했고요. 번역을 하다 보니 크리스틴도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의 한자 읽기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 잘은 모르는구나 하는 부분을 여러 군데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를테면 스미스의 한자이름 같은 경우, 일본에서 쓰는 스미스 한자어죠. (우리나라식으로 세 글자의 한자로 바꾸려고 했는데 게임 내에서는 그것을 바꾸면 글자가 들어가는 공간의 문제가 생겨서, 당시엔 그것을 “스미스”라 읽었다는 식의 설명으로 대체했습니다.) 기녀인 하나의 이름 역시 크리스틴이 화(花)로 제의한 것을 제가 두 글자 한자로 바꾼 거고요.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만 부분부분 어려웠던 부분도 꽤 있었죠. 플레이어들께서 옛날 분위기를 느끼시며 플레이를 하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제 임무가 어느 정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6. 이 게임을 관통하는 소재는 '남존여비'입니다. 작가의 의도와 방향에 따라 극단적으로 강조된 감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원님은 이 게임을 관통하는 '남존여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몇몇 플레이어들은(한국이든 서양이든) 이 게임의 남존여비적 배경이 오버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더군요. 조선만 그랬던 것도 아닌데 꼭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 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도 계셨고요.

저는 이 게임의 배경이 조선인 것은 단지 서구권에서 아직 한국 역사가 덜 알려졌기 때문에 선택된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지난 시대에 동양에서든 서양에서든 여자들이 “정말로” 이런 대우를 받았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에서 주장하는 것이 “여권신장”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이 게임에서 정말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인정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시 말해 “남녀”가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는 “존귀”하고 누군가는 “비천”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비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게임에 나오는 사건들이 극단적이기는 해도 “비현실적”이지는 않기도 하고요. (인종차별을 생각해도 마찬가지죠. 이보다 더 잔혹한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요.)

그러니까 플레이어들께서 이걸 지나치게 “성” 차별로 여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보다는 “차별”에 관한 이야기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7. 번역가이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한 사람의 독자로써, [아날로그 : 어 헤이트 스토리]는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훌륭한 SF 소설이자 귀여운 로맨스라고 생각해요. 플레이어들이 AI와 소통을 하며 관계를 쌓아나가는 부분에서는 귀여운 로맨스이고, 선내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부분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SF죠. 단지 기록만으로 나타나는 수많은 인간군상을 성격까지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묘사했다는 부분에서도 감탄했고, 그 기록을 통해 모든 것을 유추할 수 있게 만든 부분에 있어서도 놀랐습니다. 그리고 게임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그 기록을 배치하고 드러내는 복잡한 방식에서도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고요. 모든 면에서 저로서는 신선한 경험이었고, 새로운 깨달음이었습니다.


8. 마지막으로 인터뷰 읽어주신 분들께 한 말씀 남겨주세요.


아직 게임을 하지 않으셨다면 어서 가서 하세요. 일반적인 비주얼 노벨을 생각하신 분들에게 이런 방대한 텍스트 분량은 부담이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해보실 만한 게임입니다. 생각할 만한 것도 많이 던져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애랑 *뮤트 귀엽잖아요. (웃음) 게임을 이미 끝내신 분들이라면 제 이야기에 혹시라도 갖고 계셨을 번역에 관한 의문이 해소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 하셨기를 바라고요.

자, 그럼 다 함께 헤이트~~!



김지원 '선생님'께서 어서 가서 하시랍니다.


Pig-Min 주
  1. 편집주 : 김지원 님의 번역 이력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 8월에 올린 저 이력 이후 번역서 1개가 더 늘었다는게 살짝 무서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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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laying 2012/10/27 10:37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펄'님의 슬로우뉴스 인터뷰 글의 링크줄을 잡고 왔습니다

    이전 번역글에서도 흥미를 느꼈는데 번역가 '김지원'님의 인터뷰를 보니 더 잡아끄네요

    아~ 링크된 동영상을 보니 게임에서 잠시 이별을 고했던 마음이 꿈틀되네요 ^^;;

    1. mrkwang 2012/10/27 21:50 # M/D Permalink

      Playing> 이럴때는 선지름 후후회가 좋습니다.

: 1 : ... 944 : 945 : 946 : 947 : 948 : 949 : 950 : 951 : 952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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