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문화 중 상당수는 기본적으로 '인디'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자본이 적거나 시장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라, 커진 외형에 비해 그 내실에는 뭔가 제대로 된 시스템이 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 생각을 좀 더 확고하게 해주는 경험을 하나 더 했습니다.

며칠 전 모 대형 그룹의 규모가 상당히 큰 콘서트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차피 개인적으로 그쪽 음악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없고...

만 명 단위의 관객이 들어가면서도 상당히 질서정연했다는 점, 나름대로 여러가지 팬 서비스를 준비하고 그걸 긍정적이고 기쁘게 받아들일 팬들이 많았다는 점 등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인트로 영상으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더군요. 개인적으로 '실제 폭력'은 어떤 종류를 막론하고 싫어하고, 특히 '전쟁'은 영화도 그 장르를 보지 않을만큼 싫어합니다. 그런데 그걸 그 커다란 스크린에서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들려주니, 피할 길도 없고 아주 난감했지요. 뭔가 '반전'의 물결이나 메시지를 그룹의 활동 방향, 혹은 적어도 콘서트의 전체적인 컨셉과 맞물려 사용했다면, 제가 좋아하지는 않아도 견뎌는 냈을겁니다. 문제는 그렇지도 않았다는 거죠. 뜬금없이 '전쟁'이 사용된 후, 전체 공연은 그와 아무런 상관이 없게 샬랄라했습니다. 게다가 오프닝 때 장비 이상으로 잠시 중단된 후 그걸 다시 틀어준, 즉 2번이나 강제로 봐버렸다는 거죠. 그리고 한참 후 '전쟁'의 참상을 거의 다 잊었을 때 다시 사용된, 또 다른 '전쟁' 영상. 차마 그 자리에서 내색은 할 수 없었지만, 기분이 안 좋았죠. 좋아하지도 않는 '실제 전쟁'을 보여준 것이 우선 그랬고, 그걸 공연 전체에 제대로 녹여내지도 못했다는 것이 또한 그랬습니다.

'전쟁'만 문제가 된 건 아니었죠. 5분이나 10분 단위로 끊어보면 이쁘고 발랄한 부분도 꽤 있었지만, 전체를 꿰뚫는 컨셉도 없다시피하고 앞뒤의 연결도 그리 잘 맞지 않았습니다. 장비 이상으로 공연이 한 번 더 중단되었고, 멤버들이 바퀴달린 이동수단을 타고 나왔다가 그 중 하나가 고장으로 서버리기도 했고요. 음악이 갑자기 이상할정도로 너무 커진 곡도 있고, ... 기타등등 입니다.

그룹 멤버 자체나 그들의 음악에 대해 뭐라 할 생각도 없고, 그 팬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그룹은 스스로의 영역을 확고히 굳히며 잘 살아가는 중이고, 단지 그들과 제 삶이 겹칠 일이 없을 뿐이죠. 팬들도 훌륭한 편입니다. 오히려 말만 많고 실제 구입은 하지 않는 타장르의 (자칭) 골수팬들보다 훨씬 낫죠. 문제가 되는 건 '시스템'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그룹을 관리하고 키워내며 기획한 회사, 한국에서 제일 크고 개중 제일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가진 곳으로 알고 있어요. 그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고 없이 치뤄낸 것도, 팬들의 구심점을 하나로 모아낸 것도 잘 한 것입니다. 하지만 공연을 짜내는 시스템은... 기대했던 메이저스러움과 거리가 멀군요. 너무나 난데없고 기분도 좋지 않은 '전쟁'부터 시작해서, 곡별로 앞뒤를 잘 연결하는 컨셉도 딱히 없고, 자잘한 장비 이상이나 고장도 제법 일어났으니 말입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의 메이저 문화라도, 진심으로 탄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래요. 그래서 제가 언제나 갖고 있는 생각인 '결국 한국의 대중문화 중 상당수는 기본적으로 인디'라는 부분이 바뀌게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P.S. : 여기는 '재용이의 순결한 19'가 아니기 때문에, 표현은 가급적 순화시켰고, 그룹 당사자의 이름도 생략했습니다. 그리고 당 그룹 자체에 대한 악감정은 하나도 없고, 그 음악과 팬들의 사랑에 뭐라 할 생각도 전혀 없지요. 그 공연을 끌어가는 '시스템'이 맘에 들지 않을 뿐입니다.

P.S. 2 : 언제나 그랬듯, 악플은 보는 자리에서 그냥 지웁니다. 수고하지 마시길.

P.S. 3 : 제가 마지막 곡 이전에 나와서 몰랐는데, 그 후 벌어진 여러가지 일이 더 있긴 하군요. 음... 그래도 위의 글은 그 부분과 관계 없으니, 첨삭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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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르비난 2007/02/25 12:26 # M/D Reply Permalink

    누군지는 알 것 같습니다. 다른 홈페이지 통해서. ^^

    아직, 소위 그 메이저라는 곳에서는 시스템까지 신경쓰지 않는 듯 합니다. 일단 그게 주인장 님이나 기타 다른 좀 안다는 분들 말고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니까요. 그저 팬들이 스타를 보고 좋아하게끔 만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랄까.

    덧: 뜬금 없지만 mrKwang 님은 스타크래프트나 C&C는 아니 좋아하시겠네요. ^^;;

    1. mrkwang 2007/02/25 12:54 # M/D Permalink

      제르비난> 스타나 C&C는 안 좋아한다기 보다 잘 못합니다.

  2. 유리 2007/02/26 13:51 # M/D Reply Permalink

    고생하셨습니다

    1. mrkwang 2007/02/26 13:58 # M/D Permalink

      유리> ;;; 네.

: 1 : ... 4996 : 4997 : 4998 : 4999 : 5000 : 5001 : 5002 : 5003 : 5004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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