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블에서 갑자기 [머시나리움(Machinarium)] 개발팀의 신작 [보타니큘라(Botanicular)]의 데뷰 번들을 시작했습니다. 추가로 들어간 게임들이 기존에도 여러 세일이나 번들로 있던 같은 개발사의 것이라 신작인 [보타니큘라] 하나 보고 가는 셈인데, 14시간 정도 지난 현재 구매자가 34,227명으로써 많은 편은 아니지만1 / 평균가는 8.75$로 무척 높습니다. 스팀 키를 5$ 이상 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신작에 대한 푸시도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진 훈훈한 소식인데... 문제는 gog에서 [보타니큘라] 독점(?) 프리오더를 받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최근 gog가 '신작도 팔겠다' 선언하며 새로운 인디 게임의 프리오더도 밀고 있었는데, 하나는 그 유명한 [레전드 오브 그림락(Legend of Grimrock)]이었고2 그 다음이 바로 이 [보타니큘라]였습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gog라는 인지도 높고 충성도 또한 높은 샵이 완전히 엿을 먹은 셈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특히 사운드트랙의 경우 gog에서는 데모 사운드트랙 3곡만 제공해주는데 험블에선 풀 버젼을 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먼저 구입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그에 대한 반발 등이 각 포럼에서 약간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3

그런데 여기서 미묘한 점. [보타니큘라(Botanicula)]의 개발사 아마니타 디자인(Amanita Design)은 물론 험블(Humble)도 gog에서 (거의 독점스럽게) 프리오더한다는 사실은 당연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서로 아주 친하게 지내지까진 않아도 이렇게 정면으로 부닥칠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gog에선 최근 시도하는 프리오더가 꽤 중요한 사업적 전환이기 때문에 계약서에 이런 저런 조항을 써두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차하면 굉장히 심각한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법정까지 갈지도 모르던 상황입니다.) 게다가 스팀 키를 주니 살짝 밸브도 얽혀있는 상황입니다. PC 게임 디지털 유통의 거성 몇 군데가 얽혀있는 사건입니다. 굉장히 큰 사건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리스크를 감안하면서까지 아마니타 디자인과 험블이 이런 일을 할 이유가 있을까? 정말 gog와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특히 gog는 과거 2010년 '우리 이제 닫아요!' 라는 전대미문의 엄청난 pr-스턴트를 벌인 적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더 많이 얘기되게 하기 위한 그들의 계략일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디 게임 시장의 본진도 아니고 시차도 엄청나게 다른 대한민국의 몇몇 게이머들은 새벽 4시(!)까지 자지 않으며 이에 대해 추가되던 소식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gog와 험블의 [보타니큘라] 발매 관련 트윗 2개를 비교해보았습니다.


링크 찍고 가서 보시면 아시는데, 이 트윗 2개가 모두 트위터 시간으로 2012/04/20 02:02에 올라왔습니다. 서로 협의하에 올리지 않았다면 1분도 차이나지 않다는게 너무 신기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12년의 20일의 2시 2분. 이상할정도로 2가 많이 들어갑니다. 4 이거 왠지 미리 노리고 한게 아닐까요?

한동안 gog는 사태 파악을 하지 못(했다 주장)하고 놓아두다가 시간이 좀 지난 뒤 '우린 아무것도 몰랐다. 알아보고 조치하도록 하겠다.' 식의 트윗을 올립니다. 그러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3-4시 즈음, 험블의 top contributor 1위로 300$를 올리며 들어갑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gogcom 링크를 걸며 돈을 낼 수도 있긴 하지만 자기들이 한거 맞다고 트위터로 인정했습니다. 서로 협의를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에 태연할 수 있었거나, 아니면 그 긴박한 시간에 발빠르게 대인배 인증을 했거나. 둘 중 어느쪽일수도 있긴 합니다.5 이 다음에는 한동안 잠잠해졌습니다.

그리고 만 하루가 지나지 않은 현재, gog에서는 [보타니큘라] 프리오더 구매자들에게 이런 공지를 올립니다. 아마니타 디자인과 협의해서 이 공지가 올라오기 전에 gog에서 구입했던 분들 한정 추가 선물을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 [머시나리움] 게임 : gog에서 이미 팔고 있으니 주는데 지장 없을 듯.
- 전체 사운드트랙과 [보타니큘라]의 디자인 - 캐릭터 스케치가 담긴 스페셜 아트북을 받을 수 있는 다운로드 링크.
- [위쳐] 1편

험블에서 주는 추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들어가있지는 않지만, 험블에서 주고 있지 않는 아트북이 들어가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XBOX360을 통해 인핸스드 버젼이 나오면서 엄청나게 높은 리뷰를 받고 있는 [위쳐 2]의 전편인 [위쳐] 1편까지. 이로써 험블과 gog 프리오더가 서로 다른 보너스를 주는데 성공했습니다. 6

정말로 gog에게 일체의 통보도 하지 않고 험블과 아마니타가 진행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gog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특유의 발빠르고 성실한 대처로 문제를 해결한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씬 전체에 엄청난 대재앙을 던질지도 모르는 이런 짓을 험블과 아마니타가 임의대로 했을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확실한 점은 험블과 gog 모두 어느정도 피로도가 쌓여서 새로운 화제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점과, 과거 gog는 엄청난 pr-stunt를 성공적(?)으로 해낸적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나름 많은 버즈를 발생시키며 많은 이야기거리를 낳았을 것입니다. 전세계 게임계를 들썩이게 할만큼 큰 해프닝이 되지는 않았지만, 머나먼 대한민국의 몇몇 게이머들조차 새벽 4시까지 못자게 만들 정도로 재미있긴 했으니 말입니다.


Pig-Min 주
  1. 험블 치고는 느린것도 같지만 인디 로얄 등의 여타 번들의 최고 판매 기록은 이미 넘었음... 그들은 2-3만을 못 넘기 때문에... [Back]
  2. 사실 이 게임도 프리오더에 대한 논란이 될만도 했습니다. gog 프리오더니까 gog 독점일것 같기도 했는데 생각도 하지 못한 스팀에서 갑자기 나와버렸으니까요. 물론 둘은 전혀 다른 것을 제공합니다. gog는 추가 콘텐츠를 더 주고 DRM-FREE인데, 스팀은 그냥 게임과 덕후목표를 제공했습니다. '다른 샵에서 사면 다른 서비스'라고 생각할만도 했죠. (프리오더와 발매 초기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면 gog에서 산 것들을 어느정도 끼워주며 스팀 키를 주기도 했음.) [Back]
  3. 스팀 키를 5$부터 주겠다는데 대한 반발도 소수 있긴 했지만 그런건 뭐 주는 사람 마음이고. [Back]
  4. 이 시간이 어디 기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동시에 올리기로 한 시간대가 트위터에 표기되는 새벽 02:02 기준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Back]
  5. 폴란드의 모 도시 시간을 제가 그때 봤는데 대략 밤 8시 쯤, 즉 퇴근한 일과 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Back]
  6. 험블은 한시적 세일인데 반해 gog는 계속 보너스를 넣어놓고 주는 셈인지라, 프리오더한 고객들에게만 별도 링크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 맞을 수 있습니다. gog에서는 사운드트랙 외에도 수많은 아바타 / 월페이퍼 / 디자인 스케치 등을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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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밝은해 2012/04/20 22:16 # M/D Reply Permalink

    http://www.playism.jp/games/botanicula/ 플레이즘에서 일본어판을 동시발매했는데, GOG에서 파는 게 일본어를 지원하고, 만약 스팀까지 일본어 지원한다면 여기도 번들 피해 못 본다 할 순 없겠네요..

    1. mrkwang 2012/04/21 00:53 # M/D Permalink

      밝은해> gog의 경우 일본어를 포함한 다국어 지원을 이미 하고 있기 때문에 playism과 일본어 버젼 독점 계약을 맺지는 않았을거라고 봅니다. 험블에 관련한 거시기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2. 용가리 2012/04/23 14:11 # M/D Reply Permalink

    크롬에서 악성코드가 있다고 뜹니다. 확인 바랍니다.

: 1 : ... 1344 : 1345 : 1346 : 1347 : 1348 : 1349 : 1350 : 1351 : 1352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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