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를 했으면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는가?

창작물을 만들고 거기에 돈을 붙여 팔기로 결정했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널리 알리고 잘 팔아야 된다고 봅니다. 이건 매우 당연한 얘기입니다만... 그 당연한 점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다고 볼 수는 없지요.

저는 원래 게임계 사람이 아니라 음악계 사람이고, 또한 그쪽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이 여럿 있으니, 그쪽 얘기를 좀 적어보겠습니다. (한국에서 인디게임 만들어 판매한 예도 거의 없고 하니.)


- CD를 내면 좀 팔아라!

농담이 아니고, 찍어만 놓고 판매하는 것에 거의 신경을 안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일정 금액 받고 배급을 대행하는 회사나, 혹은 인디 음반을 위탁판매 해주는 샵도 있고 하니, 갖다 맡기고 나중에 찾아가 정산하면 되긴 하죠. 네, 세상 좋아졌습니다. 요즘은 그냥 아무나 음악 만들어서 공장에 맡겨 프레싱하면 음반 나와요. 옛날에는? 한국의 당시 실정법상 아무나 음반 만들어 판매할 수도 없었고, 또한 모든 곡은 가사 심의 등 무조건 거쳐야 했습니다. 세상 좋아진거 맞습니다.

그런데... 찍어만 놓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있습니다.

대략 이런거죠. 샵에 물건 위탁하려면 찾아도 가야하고, 또 (온라인이건 오프라인 매장이건) 잘 보이는 곳에 놓으려면 인사도 좀 하고 얼굴도 비춰야 하는거고, 물건 잘 나가나 가끔 가서 들여도 보고 담당 직원과 농담 따먹기도 하고, ... 등등. 너무나 당연한 점이지만, 전혀 안하거나 혹은 기피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몰라서 못하는 건 그나마 나은데, 알면서 (자존심 혹은 이상한 성격 때문에) 일부러 안하는 건 아주 나쁘죠. 그러면서 CD가 안팔려요, (겉으로는 다른 식으로 얘기하지만 속으로는) 팬 여러분들이 여기저기 많이 알려주시고 홍보 잘 해주시고 몇 장씩 사서 돌려도 주세요, ... 기타 등등.

'금전을 멀리하라'는 선비정신 같은 것과, '돈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지 않겠다'는 인디 스피릿이 미묘하게 뒤섞이고 뒤틀린 경우들이 많은데, 솔직히 CD 500장 팔아봤자 총 금액도 얼마 안되는거 기왕 찍었으면 잘 팔고 봐야될거 아니셈. 아예 돈 안벌고 살겠다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최소한 물건 만들어놨으면 판매할 기본 정신은 갖고 있어야 됩니다.


- 최소한의 연락은 좀 되어라!

이거 정말 깝깝함이 하늘을 찌르는 경우인데...

위탁판매 샵에서 초도 1-20장 받은거 다 팔았다고 칩시다. 그럼 정산도 하고 재입고도 받고 그래야되겠죠? 전화가 안됩니다. 연락이 되어야 돈도 주고 물건 새로 받기도 하고 그럴텐데, 연락 두절. 뭐 어쩌라고 싶긴 합니다만, 정말로 이런 경우 있습니다.

그런데 위탁판매 맡긴 샵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정도는 사실 별거 아니에요. 배급 맡긴 회사와 저렇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CD가 배급사 통해 유통되고 있다면, 만약 무슨 행사에서 그 밴드를 섭외하고 싶다거나 혹시라도 해외에서 그 CD를 라이센스 하고 싶은 경우라면, 섭외 측에서 배급사로 연락이 가게 되는 경우가 많겠죠. 위탁판매 샵과 달리 이쪽은 껀이 비교적 큽니다만, 연락이 안되니 깡통납니다. (해외 음반사에서 라이센스 하고 싶었는데 밴드 연락이 안되어 흐지부지 되었다는 얘기는 실제 있던 일.)

창작자란 애시당초 일반인과 두뇌 구조와 사고 방식이 다르긴 합니다만,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연락은 주고 받을 수 있어야죠. 이래서는 뭐 음악이 좋아서 팔아주고 싶어도 말짱 황. 커뮤니케이션이 안되면 비지니스도 없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얘기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일단 접고.

저 위의 얘기들은 '인디 음악'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걸 '인디 게임'으로 바꿔놓고 생각해보죠. 아직까지 한국에서 '인디 게임의 판매'는 거의 없으니, '판매' 대신 '배포'로 바꿔놓고 읽어봅시다.


- 게임을 만들면 끝이 아니다. '홍보'도 충분히 해야 한다.

일일이 여기저기 사람 찾아다니라는 것도 아니고, 스팸질 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노력 어느정도 하면 여기저기 충분히 퍼트릴 수 있습니다. 이미 실례도 있어요. Pig-Min이 해외 홍보 기획 / 어시스턴트 / 카운셀링으로 나서 진행한 [룸즈(Rooms)]의 사례 보시면 아시지 않습니까.
한국의 인디 게임 [룸즈(Rooms)]가 세계 인터넷에 미친 영향. 뭐 그 전에 게임 제대로 만들고, 공식 홈페이지도 '성의 없어보이지 않게'  제작해야 합니다만.


-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은 주고 받을 줄 알아라!

일단 한국 안에는, 인디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Pig-MIn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해외에는? 크고 작은 매체가, 몇 백이 될지 몇 천이 될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많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우리 이런 게임 냈으니 뉴스 내지 리뷰 내지 프리뷰 내달라 같은거 해야죠. 그런데 이건 가장 기본이고, 좀 더 친숙하게 지내며 오래 얘기하다보면 더 좋은 이벤트가 생기거나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친하면 더 잘해주는 건 어느 나라나 똑같고, 온라인 오프라인 공통이지요.


뭐 이렇습니다.

아직까지 드러나는 인디 게임 자체가 별로 없는 한국의 상황에서, 이런 글이 허공에 삽질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제작하는 분들은 꽤 계시기 때문에 몇 자 적어봅니다. 의외로 '만들면 그걸로 끝' '나머지는 팬들이 알아서 자체적으로 해주세요' 같은 상황을 음악 분야에서는 여럿 봤기 때문에, 앞으로 뻗어나갈 게임 쪽은 안그러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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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ll 2007/02/15 20:48 # M/D Reply Permalink

    어떻게 팔죠?
    도저히 팔리지가 않아요. 단지 공모전이나 나가게 되지.ㅋ
    질이 낮아서인가요?^^

    1. mrkwang 2007/02/15 21:20 # M/D Permalink

      will> 대답은 이렇습니다.

      '내가 만든 것은 도저히 팔리지가 않는다. 그렇다면 남들은 어떻게 팔지?'에 대해서 타인의 세일즈를 관찰해보세요. 하루 이틀에 답 나올리는 없습니다만, 장기간 생각하며 찾아보면 나옵니다.

      현재 미국의 다운로드 판매 캐주얼 게임 시장에는, 영미권은 물론 유럽 회사들도 들어가 있고, 심지어 동구권 등지의 게임도 들어가 있습니다. '외국 캐주얼 게임'도 나름대로 들어가고 있다는 거죠.

  2. pilza2 2007/02/15 22:36 # M/D Reply Permalink

    제 생각에 우리나라 인디 게임쪽은 크게 두 가지의 흐름(무브먼트라고 하면 외래어 남용?)으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공모전을 중심으로 결성되어 캐주얼/온라인 게임 위주로 개발하는, 영미쪽에 가까운 쪽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과 모임의 특성이 일본쪽과 흡사한 쪽이지요. 편의상 전자를 인디 게임, 후자를 동인 게임이라고 부르면 얼추 성격 파악이 쉬워질 것 같습니다(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고 혼재해서 쓰이기도 하죠. 둘이 완벽하게 갈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고).
    이곳 웹진과 mrkwang님의 관심사는 전자이고 전 후자에 치우쳐 있긴 한데, 후자쪽이라면 현재 무료배포가 대세이고 규모가 좀 있어서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면 코믹월드에서 판매를 하고 있긴 합니다. 최근 생겨나긴 했지만 드라마CD나 동인 음반을 만드는 모임도 있고요. 동인 게임을 다루는 커뮤니티나 카페 등은 꽤 있는데 문제는 대부분 일본 것을 위주로 하고 있다는 점이죠.
    코믹월드는 그 특성상 판매와 홍보가 동시에 이루어져서…… 가령 '코믹월드에 출전했다'는 것 자체로도 어느 정도 입소문과 비슷한 홍보효과가 있긴 합니다. 물론 원래 동인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안에서의 입소문이라 객관적 규모는 매우 작고, 또한 우리나라에 알려진 동인 행사가 코믹월드밖에 없다는 것도 비극이지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도 인디 게임 다운로드 판매 사이트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웹진에서도 말씀하신 대로 규모가 크고 믿을 만 해야 겠죠. 결국 우리나라 사정상 그 말은 포털이 하란 소리밖에 안 될 것 같지만 -_-

    1. mrkwang 2007/02/15 22:44 # M/D Permalink

      pilza2> 제 개인적인 입장은 '한국에선 어떻게 해도 안 팔리니 그냥 해외에 팔아라'입니다.

      사실 캐주얼 게임 다운로드 판매 사이트는 한국에도 이미 있습니다. 그것도 다음 - 엠게임 급의 큰 곳이죠. 문제는 한국 자체적인 것이 아니라 Oberon 통해 들어오는 거라, 한국 게임 거기서 팔아달라고 가져가봤자 소용없다는 거지만... 뭐 Oberon에서 판매하게 맡긴 후 역수입하면 해결되는 문제긴 합니다.

  3. imwill 2007/02/16 14:41 # M/D Reply Permalink

    코미케... 거의 비주얼노벨이 절반 아닌가요?

    1. mrkwang 2007/02/17 02:08 # M/D Permalink

      imwill> 전 거의 안가봐서 모르고, 저 위에 리플 달아주신 분 말씀에 따르면 대략?

: 1 : ... 5016 : 5017 : 5018 : 5019 : 5020 : 5021 : 5022 : 5023 : 5024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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