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리얼 예능과, 오디션 등용문과, 진짜 가수들의 숨막히는 배틀과, 아이돌의 노래 배틀을 지나, (인디) 밴드들의 리얼 배틀 프로그램이 생겨버렸습니다. 그것이 KBS 2 토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탑밴드. 무려 600(!)이 넘는 밴드들이 예심에 응모해 약 200 밴드들이 뽑힌 후, 2차 예심에서 24개 밴드가 걸러져나왔고, 현재 16강에 출전할 밴드들 뽑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슈퍼스타K / 위대한 탄생 / 나는 가수다 모두 보지 않는 사람이고, 그래서 탑밴드도 처음에는 보지 않았습니다. 주변(먹짱 - 용자)에서 하도 얘기를 하길래 뒤늦게 보게 되었는데요. iptv를 통한 재방송 7회까지 2일동안 몰아서 볼 정도로 굉장한 재미와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체 뭐가 그리 좋아서 봤다는 걸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1등 1억원 상금은 좀 미묘하고,
원론적으로 따지면 '공중파 TV에 나와 인지도를 높인다' 정도가 적절.

일단 탑밴드는 예능이 아닙니다. 사실 예능 맞는데 교양처럼 찍습니다. 예능국이 아닌 교양국에서 찍는다고 들은거 같습니다. 그래서 일반 예능처럼 과도하지 않은 선에서 처리하는데, 편집과 전개가 놀라울만큼 흥미진진합니다.

다음으로 상상을 초월할만큼 다양한 음악의 밴드들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자면 아래 동영상.



데쓰메탈밴드 Remnants of the Fallen - 난 알아요 (KBS Top Band Live).
개인적으로 필견의 동영상이라 생각.
2차 예선 참가자들은 TV에서 보여주지 않은 '풀 버젼' 동영상을 이렇게 서비스해준다.
EBS 공감에 나갈 수 있을만한 밴드가 아니라면, 이런 영상만으로도 굉장한 득템.

Remnants of the Fallen은 아쉽게도 2차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나중 팀들 중 높은 점수가 나와서 그렇지 꽤 우수한 성적이었습니다. 이런 데쓰 메탈 밴드도 공중파를 탔다...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고요. 일반적으로 '인디 밴드'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던 락이나 펑크 외에도 라틴 / 2인조 락밴드(!) / 빅 밴드 / 하드 락 등이 많이 지나갔습니다. 도대체 이 척박한 땅 위 어디에 저렇게 많은 밴드가 저만큼 다양한 음악을 해왔는지 신기할정도로 말입니다.

더불어 김도균 / 신대철 / 남궁연 / 정원영 등이 코치를 맡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무협으로 따지면 '지나가던 초고수의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어 렙업'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김도균님에게 이 비유가 잘 어울리는데요. 메탈 밴드 백두산의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이 분, 외모도 그렇지만 삶이 좀 도인스럽습니다. 8회에서 자신이 담당한 4개 밴드 조언 장면은 압권인데요. 무협에서 도력 높은 노도사나 불심 깊은 승려가 화두 던져주는 모습의 좀 더 현실적인 버젼입니다. 다른 코치분들은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여하건 다른데서 보기 힘든 재미난 광경일거라 짐작합니다.

탑밴드는 너무나 훌륭하고, 어지간히 음악 싫어하지 않는 분이라면 반드시 보도록 권해드릴만한 프로그램입니다. 아쉬운건 탑밴드가 되어도 올라갈 수 있는 정점이 뻔하게 상상된다는 것과, 세상을 한바퀴 끝까지 돌아 이제서야 여기까지 왔다는 겁니다.

한국의 음악 시장이 지나치게 치우쳐서 기형적으로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김태원은 국민할매가 될 수 밖에 없고, 한국에서 1만명 아레나를 채울 수 있는 단일 밴드는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치우쳤기 때문에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다, 결국 한바퀴 다시 돌아 여기까지 온 셈입니다. 게이트 플라워즈 / 톡식 등은 놀라운 발견입니다. 탑밴드가 되건 중간에 떨어지건, 앞으로도 음악을 해나갈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해외의 대밴드만큼은 아니더라도, 상업적인 인정도 충실히 받으며 음악에 매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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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 2011/08/05 01:22 # M/D Reply Permalink

    1만명 아레나 채울 수 있는 밴드 10년 안에 나옵니다.

    국카스텐 단공 다녀온 후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 1 : ... 1991 : 1992 : 1993 : 1994 : 1995 : 1996 : 1997 : 1998 : 1999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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