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어쩌고라면 로빈 쿡이 떠오르는데, 개인적으로 로빈 쿡 소설을 좋아한 적이 딱히 없어서 이것도 그러려니 하며 살았습니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이라는 소설이 몇 년 전 유행할 때도 읽지 않다가 최근에 몰아 읽어봤는데, 이건 정말 '가이도 다케루 월드'. 원래는 추리소설에 가깝지만 그게 꼭 그렇지도 않아서 '메디컬 엔터테인먼트'라는 신장르(?)명을 붙이고 있습니다.


1.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몇 년 전 한국에서도 굉장히 유행했던 책이라 읽어보신 분들 많을 겁니다. 도조대학 의학부 바티스타 수술 팀이 굉장한 활약을 보이는데, 이상하게 최근 수술 3건이 모조리 실패.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다구치'라는 (신경외과 소속이며 정신과는 아니지만 불평 가득한 환자들을 달래는데 천재적이라 약간의 명성을 쌓아온) 의사가 원장 명령으로 조사에 나서고, 거기에 (소속 명칭이 너무 길어 생략) 공무원인 시라토리가 외부 탐정 식으로 엮여듭니다. 이 소설 자체만으로도 나름의 재미 / 반전 / 몰입도가 있습니다만, 이후 소설들에서 엮여지는 '가이도 다케루 월드'가 정말로 짱.


2. 나이팅게일의 침묵
3. 제네럴 루주의 개선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에서 이어지는 이 2권이 '가이도 다케루 월드'를 확립하면서 기묘하게 엮여있습니다. 시간적으로는 '바티스타 스캔들'부터 9개월 후. 이 2권의 소설은 동시간대의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다른 줄거리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형식 자체도 굉장히 실험적인데 둘이 합해 재미도 백만파워!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유명 여가수 사에코의 알코올 중독 + 아동 안구 암 레티노블라스토마 + 환자의 부친 토막살인을 주로 다루고, [제네럴 루주의 개선]은 구명구급센터 하야미 부장의 부정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사건을 다루지만 동시간대의 같은 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주요 사건도 서로 교차하고,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바라본 흥미진진한 묘사도 첨부! 시라토리(와 그 부하 얼음공주)도 등장하는데, [나이팅게일]에서는 설정만으로 등장하는 얼음공주가 [제네럴 루주]에서는 맹활약을 펼칩니다. 이렇게 3권까지는 다 묶어서 정신없이 읽으실만 하다고 봅니다.


4. 나전미궁


위 3권과 이어지면서도 외전 격의 성격을 지닌 작품입니다. 도조 대학이 아닌 라이벌 격의 사쿠라노미야 병원이 등장하고, 다구치는 (거의) 설정상으로만 나오며 시라토리 - 얼음공주가 주요 조연급으로 등장합니다. 시간적으로는 '바티스타 스캔들'로부터 1년 반 후. 말기 환자들을 주로 다루는 사쿠라노미야 병원에서, 이상하게 환자들이 너무 갑작스럽게 자주 죽어나갑니다.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낙제 의대생 덴마 다이키치가 자원봉사로 위장해 잠입한다는 내용인데... 기존 3권과 어느정도 연결은 되지만, 주요 캐릭터 / 내용 전개 방식 등이 굉장히 다릅니다. 좀 더 많이 위험하고 그로테스크하다고 할까요. 여하건 여기까지 읽으면, 국내 출간된 '가이도 다케루 월드' 거의 대부분을 읽은 것입니다...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5. 마리아 불임 크리닉의 부활


'바티스타' 시리즈와 딱히 접점이 없고, 국내 출판사도 다르고, 책의 분량도 다릅니다. 고로 '가이도 다케루 월드'와 관련 없는 소설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게 아니더라는.) 산부인과 + 불임 치료 + 지역 의료 붕괴 + (일본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대리모 등을 다룬 소설로써, 위 시리즈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6. 의학의 초보자



청소년 대상으로 쓰여진 소설이라 하고, 그래서 주인공 / 내용의 전개 등도 다른 소설들보다는 좀 더 저연령입니다. 14세의 평범한 중학생이 시험 한 번 잘못(?) 봐서 천재 중학생으로 여겨지고, 그래서 도조 대학 의학부에 조기 입학해 아동 안구 암 레티노블라스토마 연구를 하게 되는데, 지나치게 정치적인 지도 교수 후지타에 의해 휘둘리다 위기를 맞게 되고... 이 소설만 떼어놓고 보아도 재미있긴 하지만, (원래는 연결되지 않던) [마리아 불임 크리닉의 부활]과 [나이팅게일의 침묵] / [제네럴 루주의 귀환]을 크로스오버 해버립니다. ([마리아 불임 크리닉]보다 14년쯤 뒤.) 즉 위 소설들을 다 읽고 이걸 읽으시면 황당할정도로 굉장히 재미있다는 겁니다. 출판사와 번역자가 다르므로 고유 명사 일부는 다르게 표기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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