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010/06/19 저녁, KBS의 감성다큐 미지수에서 트위터를 다뤘습니다. #self_intro 태그에 의하면 그걸 보고 가입하시게 된 분도 굉장히 많은데요. 개인적으로도 뒤늦게 찾아보니 정말 하고 싶게 잘 만드셨더군요.1

그렇다면 대체, 한국에서 트위터가 뜨게 된건 어째서일까요?

솔직히 트위터는, 영어와 미국 서비스를 쓰지 않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낯섭니다. 가입도 모두 영어라 헷갈리고, 가입후 덩그러니 나오는 새햐안 창 보면 머리속도 덩달아 하얘집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분들이 가입한 뒤 방치하시는 경우가 많고, 이건 한국만이 아니라 해외도 비슷하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지사는 커녕 공식적인 한글 서비스조차 없으면서도, 트위터는 한국에서 팍 떴습니다. '지방 선거의 참여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쩌다, 한국에서 트위터가 뜨게 된 걸까요?


(1) 1 : 1

많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지만, 트위터는 정말로 철저하게 1:1입니다. 얼마나 철저하냐면, 내가 따라가는(following) 사람이 없다면 트위터 화면은 새하얀 백지일 뿐이고, 나를 따라오는 사람(follower)이 없으면 제아무리 좋은 글을 올려도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2

게다가 '리플'의 경우에도, 상대의 ID를 트윗의 맨 앞에 붙이면 -> 다른 분들은 제 페이지를 직접 오기 전에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러하지요.

리플 (ID를 맨 앞에 썼다.) : "@kalrito 님 좀 짱인듯." 
-> @pigminkorea의 트위터 페이지를 직접 찾아오거나 / 둘 다 팔로우한 상태가 아니라면 볼 수 없음. 노출은 되지만 / 가려진 상태.

멘션 (ID를 중간에 썼다.) : "확실히 @kalrito님은 좀 짱."
-> @pigminkorea를 팔로우하는 분들에게 모두 보여짐.

트위터가 철저하게 1:1인게 왜 좋냐면, 대충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겠죠.

<1> 메신져 / 채팅 / 문자의 대안.
<2> 감정적으로 더 가깝다는 느낌.

메신져 / 채팅 / 문자의 대안은 특성으로 좀 약한 느낌도 듭니다만, 어쨌건 많이들 이렇게 쓰고 계십니다. 아마 전자와의 차이점이라면, 그냥 던진 말에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즉 '혼자말에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가 아닐까 싶네요.
기존 대화 방식 :
메신져(채팅) 프로그램을 켜고 -> 특정 대상을 지정해 말을 던지면 -> 대화 시작.
트위터 :
그냥 트윗 친다. -> 팔로워분 중 누군가 답변을 함 -> 대화 시작.
위처럼 정리해두면 복잡해보이는데, 직접 겪어보시면 아실겁니다.

'감정적으로 더 가깝다는 느낌' 역시 말로 표현하긴 힘들텐데요. 좋아하시는 연예인이나 미녀(...)를 팔로우하며 일상 트윗을 보다가, 가끔 리플 / RT / 멘션을 날려보면, '아 이런거구나'라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미니홈피에서는 절대 접할 수 없던 가까움이 되죠.

단 그렇기에, 1:1 관계가 성립된 사람들이 나의 트위터 계정에 없다면, 재미가 대가리도 없습니다.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공허함은 최강최악이죠.


(2) (반응 / 전파 / 휘발이) 빠르다.

한국 사람들 성격 참 급한데요. 트위터는 모든 것이 굉장히 빠릅니다. (섭다만 안된다면.)

혼자말을 올렸을 때, 동의하는 팔로워가 있다면, 답변은 금방 옵니다.
속칭 '무한 RT'로 불려지는 소식 퍼트리기도, 광속으로 세상에 퍼져갑니다.
그리고 (이게 나름 중요한데) 올린 트윗의 휘발도 굉장히 빨리 묻혀 사라집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 원래 급한 한국인의 성격 = 트위터 딱 맞습니다. (섭다만 안된다면.)

게다가 한국은 미국만큼 거대한 나라가 아니라서, 번개 / 헌혈증 모집 / 미아 찾기 등을 올리고 전파해 모이기에도 좋습니다.


(3) 아이폰.

컴퓨터로만 트위터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상 트위터는 모바일과 결합할때 슈퍼 파워를 냅니다. 2009년 뉴미디어 창업스쿨 강의 들을때도 이 언급이 나왔고, 심지어 요즘에는 '아이폰도 없는데 트위터 시작했어요'라며 오해(?)하는 분들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한국은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과 후가 매우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스마트폰 계열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닫혀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계단을 통해 63빌딩 천천히 올라갔다면 / 한국은 엘리베이터 타고 고속상승한 느낌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트위터 등을 사용할 때 블랙베리(BlackBerry)가 훨씬 좋고 편하겠지만3, 한국은 그런 단계 없이 한방에 아이폰입니다.

트위터 때문에 아이폰 구매가 늘어났을리는 없겠지만, '훌륭하다던 아이폰을 사고 보니 다들 트위터라는걸 하더라...'로 넘어왔을 가능성은 꽤 높다고 봅니다. (굳이 아이폰이 아니더라도 트위터 어플 정도는 보유중이고...)


(4) '한글'은 140자가 '영어'보다 유리하다.

다들 알고계실지 모르겠지만, 전 뒤늦게 알았습니다. 트위터의 140자 제한은 영어보다 한글에 엄청나게 유리합니다.

Hi. This is mrkwang from Pig-Min, Korean Indie Game Webzine. We started Pig-Min Agency, which supports to let Korean Indie Game abroad.
- 영어, 135자.
안녕하세요. 한국 인디 게임 웹진 Pig-Min의 mrkwang입니다. 1년 전 한국 인디게임을 해외에 내보내는 Pig-Min Agency를 시작했습니다.
- 한글, 96자.

위에 예로 든 두 트윗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한글로 썼을때 훨씬 적은 글자수로 표현이 가능했고, 중간에 Pig-Min과 mrkwang을 영어로 쓰지 않았다면 절반에 가까운 70자 근처로도 가능했을 겁니다. 이는 한국어(한글)과 영어가 다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일텐데, 전문분야가 아니니 넘어가고요. 같은 함축을 하더라도 훨씬 많은 내용을 넣을 수 있고, 그래서 한국인들은 140자 내로 줄여야 하는 부담이 비교적 적습니다. 어찌 보자면 그래서, 정말 채팅 / 잡담처럼 쓸 수도 있는 것이겠죠.

Pig-Min 주
  1. 원칙적으로는 IPTV / KBS 홈페이지 등의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보는 것이 옳겠지만, SK 브로드번드 TV에는 미지수 재방송 자체가 없고, 현재 KBS 홈페이지는 구글 크롬에서 보안 경고 뜨므로... 유튜브에서 찾아봤습니다. 구글 검색으로 보실 수 있을 듯. [Back]
  2. 트위터에도 검색 기능은 있지만, '블로그에 쓴 글처럼 네이버 / 구글 검색으로 찾아와 본다' 같은건 기대 불가능. RT 등을 통해 전파되지 않는다면, 철저하게 나를 따라오는 사람들에게만 노출됩니다. [Back]
  3. 실제로 카라의 박규리(@gyuri88, 여신)씨도 블랙베리로 트윗했었음.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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