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가 [부족전쟁]을 막은 것도 아련한 과거가 되었습니다. 몇 개월 전의 얘기지만, 특히 게임위가 2009/02/20에 올린 '사이트 차단 예정 안내' 공지문을 읽어보실만 한데요. 부족전쟁 / 오게임 / 트라비안 등의 해외 웹게임을 '오토'와 '환전' 사이트와 동급으로 취급하며, 한국의 인터넷에서 접근 금지 시켰습니다.

이게 좋은 일이냐 나쁜 일이냐 이전에, 멀지 않은 미래에 굉장히 큰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는데요. 그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해외) 인터넷에서 '한글'과 '한국어'의 말살.

이건 게임 뿐 아니라, 인터넷 전반적으로 우려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의 경우, 일방문자 10만명이 넘어가는 사이트는 가입시 '실명 인증'을 해야 하는데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튜브의 실명 인증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이 제도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일단 넘어가도록 하고요. 문제는 이런 제도가 불러올 수 있는 파급 효과입니다.

글로벌한 서양 사이트의 경우, 영어를 기본 언어로 놓더라도 / 그 외 사용자들이 쓸만한 언어를 추가로 지원하기도 합니다. 한 명이라도 더 들어와 노닐면 좋으니까, 일종의 고객 편의 차원에서 하는 거겠죠.

그런데 국민 숫자 5 천 만명, 교포 등을 포함해도 1억 정도일거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사이트 방문 숫자가 많아지면 '실명 인증'을 해야 합니다. 인터넷 사이트 가입에 주민등록번호 같은 걸 집어넣는 경우 한국 밖에 없고요.1 고로 한국어 서비스를 하려면, 예상되는 시장과 파급 효과는 뻔한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번거롭고 꺼림직한 장치를 하나 더 마련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글로벌한 서양 사이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튜브는 구글 코리아가 한국에 들어와 있으니, 한국 법을 따르는 것이 맞겠습니다. 하지만 지사고 뭐고 한국에 없는데, 본사에서 글로벌하게 관리하는 경우는? 그냥 '한글'과 '한국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이득일 것입니다.2 '메인 시장은 아닌데 넓히면 좋을 것도 같다' 정도의 영역을 위해, 굳이 그쪽에 특화된 뭔가를 무리해서 끼워맞출 이유는 없을테니까요.

이게 뭔 얘기냐면...
전 세계의 인터넷을 통틀어, '한글'과 '한국어'의 사용 빈도가 엄청나게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물론 한국 내의 인터넷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한글'과 '한국어'는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대세는 글로벌이니까, 한국 밖의 인터넷에서도 '한글'과 '한국어'가 많이 사용되는 것이 무조건 옳습니다. 한 군데라도 더 '한글'과 '한국어'가 보이면 그 자체로 감사해야 할텐데, 오히려 한국은 정부가 나서 억압하고 있는 셈이죠.

[부족전쟁]과 [오게임]의 경우 '한글'로 서비스되지만, 서버 / 결재모듈 등은 한국 안에 없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서비스'인데요. 이걸 뒤집어 얘기한다면, '한글'로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 한국에서 심의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일이 빈번해진다면, 굳이 번거로운 한국 시장을 타겟으로 노리느니 / 영어로 서비스하며 쫓아올만한 사람만 관리하는 쪽이 좋겠죠.3 특정 지역을 위한 옵션으로 '한글'을 추가해줄만한 해외 게임들도, (별 재미는 없는데 번거롭기만 하니까) 그냥 안 써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전 세계 인터넷에서 '한글'과 '한국어'의 사용 빈도와 노출 수는 줄어들고, 저 밖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생각보다 매우 큰 사태일 수 있고...


2. 한국에 글로벌 서버 두고 해외 서비스하는 게임들이, 각 국가에서 역공당하면?

사실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이 것. 머지않은 미래, 한국 게임 산업에 핵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부족전쟁]의 경우, 서버 / 과금 등은 모두 해외에 있고, 단지 '한글' 서비스를 하면서 '한국 사람'을 노리는 형태입니다. 과거 현지인을 노리려면 현지에 지사나 사무실을 차리고, 철저하게 현지화된 방식으로 접근하던 것에 비해 비교적 간편한 형태죠.

그런데...
이렇게 한국에 서버 둔 채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이, 현재 몇 군데 있습니다.4
[부족전쟁]이 독일에서 한국을 노리듯, 한국에서 세계를 노리는 게임 회사들이 있다는거죠.

거의 대부분의 국가는, 온라인에서만 플레이하는 게임에 대해 딱히 제재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인터넷을 통해서 세계를 노려볼 수 있는 거고, 어느정도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는거죠.

하지만 게임위가 [부족전쟁]을 블록한 상황은, 한 국가의 정부가 해외에서 자국에 접근하는 게임을 막아버릴 수 있다는 글로벌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그것도 풍기문란 / 사행성 등의 널리 받아들여지는 묵계가 아닌, '미심의게임'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 하나로.

S 모 게임은 터키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들었는데요. 갑자기 터키 정부가 막아버릴 수 있습니다. '미심의게임'이라는 이유, 그리고 관련근거는 게임위의 [부족전쟁] 블록. 만약 이런 상황이 된다면, 대항하기 힘들 것입니다. 일개 회사가 한 국가의 정부에게 항의하기도 쉽지 않고, 그 선례는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한국의 정부'가 만들어준 것이니까요.

언젠가 이런 날이 정말 온다면...
그 핵을 한국의 게임 산업이 정통으로 맞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될지 궁금합니다.

Pig-Min 주
  1. 혹시라도 하는 나라 아시는데 있으면, 리플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최소한 제가 아는 서양권에는 이런 제약 없습니다. [Back]
  2.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Last.fm의 경우에도 한글 서비스의 베타를 진행하다 갑자기 접었습니다. 아마 '실명 인증'과 관계있지 않았을까도 싶네요. [Back]
  3. [부족전쟁]가 게임위의 심의를 받는게 좋냐 나쁘냐를 떠나서... 게임위의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 내에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합니다. 즉 [부족전쟁]의 경우 원래 한국 지사 같은게 없는 곳인데, 심의 하나 받겠다고 지사를 차려야 하는 상황임. [Back]
  4. 거리가 멀기 때문에 게임 속도가 느리다던가 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고 넘어갑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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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얀말의 생각

    Tracked from ryudaewan's me2DAY 2009/04/27 23:28 Delete

    게임위가 웹 게임도 심의하겠다며, 실제로 해외 웹 게임 사이트도 차단했지 뭐야? 지구상의 전 게임을 다 심의하겠다는 포부의 표현이지. 그래서 오픈마켓 게임은 어쩔지 흥미롭게 보는 중이야. 근데, 짧은 시간 안에 다 심의할 능력은 있나 몰라?

Comments List

  1. Bengi 2009/04/04 15:08 # M/D Reply Permalink

    한국 게임 심위 기준하고, 기타 인터넷에 관한 법들이 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왜 주민등록번호를 강제로 수집을 하는 건지...

    // EVE온라인 같은 경우, 모든 메뉴는 다 영어로 해놓고, 튜토리얼만 한글 지원을 해주더군요. 결국 이런식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칼리토 2009/04/04 18:29 # M/D Permalink

      주민등록제를 시행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왜 주민등록증을 수집하느냐 하면. 인간의 관리입니다(웃음).
      번호만 알고 있다면 당사자가 어디로 옮겨가든 한국 내에서는 꼬리가 잡히는 거나 마찬가지죠. 여담이지만. 주민등록제의 실제 목적은 전 국민의 예비범죄자화라는 웃지 못할 주장도 있습니다.

  2. 종달 2009/04/04 15:10 # M/D Reply Permalink

    덕분에 민번 유출문제도 일어나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 아이핀도 만들었지만 미친 엑티브X가 발목 잡았죠...

  3. 페이비안 2009/04/04 16:56 # M/D Reply Permalink

    글로벌 시대, 글로벌 경쟁력.. 뭐 이런 말은 상투적으로 하지만, 국내외 교류는 여러가지 규제와 제약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실명인증 같은 건.. 역 쇄국정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고 하지만, 외국 것들이 국내에 들어올 때의 여러가지 제약조건을 생각하면... 우리가 진출하려고 하는 시장에서 만약 그런 제약을 걸고 들어온다면 얼마나 또 미디어에서는 분통을 터뜨릴지.

    종종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시는 블로그 글 잘 읽고 있습니다.

  4. 칼리토 2009/04/04 18:46 # M/D Reply Permalink

    1. 한글의 사용화 빈도가 주는 건 직접 피부로 와닿지 않아서 애매하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확실히 '실명제'라는 건 제약조건으로서 충분하다고 봅니다. 물론 익명성이 넷 세계의 모든 것들을 용인하게 둬서도 안 되겠지만. 실명제를 채택한다고 해서 그 제도가 추구하려는 원래 목적인 사이버 범죄 예방같은 밑도 끝도 없는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하죠.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국내에서 상정된다고 하는 규칙이나 법은 왠지 기득권자들이 이리저리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놓고 만드는 것 같아 심히 불쾌하다죠( --)

    2. 일단 저게 되돌아와 서비스가 박살난다면. 그걸로 게임업계는 끝장납니다. 일부 대기업은 그걸 눈치채고 콘솔에 도전하는 것 같지만요(그게 저 이유가 원인이건, 단순히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건 관계 없이...라는 게 문제긴 한데. 넘어가죠). 가능성이기 때문에 반드시 일어난다! 라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긴 합니다. 외쿡 쪽에서 온라인 게임은 아직 자라고 있는 시장이고. 아직까지는 그들이 가진 주류 게임은 콘솔/비디오죠. 굳이 실명제건 심의 제약 차단이건을 떠나. 온라인 인프라가 맞춰지고 지금 수준급으로 산업이 올라간다면(어디까지나 가정.) 좋든 싫든 저런 일은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뇨.

  5. 골룸 2009/04/04 22:18 # M/D Reply Permalink

    이거 생각해 볼 만한 문제네요...

  6. Ritgun 2009/04/05 01:36 # M/D Reply Permalink

    인터넷에서의 한글의 고립에 관해서 말인데요.
    이미 해외에서 6년동안 거주하며 생활하는 터라,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해외에서 이런 저런 '알만한'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의외라 생각될 정도로 한글을 보기 힘듭니다. 이미 그런 상황인겁니다. 한글은 타국에서 볼때 특수 문자 수준의 복잡한 언어이며 세계 공용어로 통용되는 영어와 문법의 사용이 크게 달라 난이도가 높음에 비해 사용에 따른 이득이 현격히 떨어집니다.

    우리가 그렇게 낮게보는 중국어는 서비스 할지언정 한글은 서비스 하지 않습니다. 이미 한글 자체를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는 일이 태반입니다. 정말인가 생각되신다면 현재 IT 관련 업계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회사의 홈페이지를 들어가보시 바랍니다. (일본어 중국어는 있어도 한국어는 없을겁니다.) 경험으로 볼때, 이미 우리는 한글 서비스를 부탁해야할 위치에 서 있다고 봅니다. 그런 와중에 심의니 뭐니 해서 제약을 건다는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짓이죠.

  7. tox 2009/04/06 14:03 # M/D Reply Permalink

    제 블로그에 썻던대로 스팀도 '미심의 게임'유통으로 차단될지도 모르겠네요 ;;

    한글도 거의 포기했거나 꼬장식으로 (출구나 보급병)대충 막 하는것 같고.

  8. wheecheon 2009/04/07 01:40 # M/D Reply Permalink

    근데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심의조치는 더 필요한겁니다. 심의를 받을려면 국내에 법인을 세워야 하고 한국인을 고용하고 한국에 세금을 내죠. 만약 심의제도를 하지 않는다면 조세회피의 목적으로 회사의 국적을 옮기는 회사가 나오지 말란법이 없습니다. 이건 심각한 문제죠.

    실물경제쪽만 봐도 후진국이야 관세위주로 자국산업 보호를 하고 있지만 선진국은 더 교묘한 비관세장벽 위주로 자국산업을 보호하죠. 예를들자면 안전기준 같은것들은 선진국이 아무래도 기술이 좋기 때문에 이런것들을 매우 엄격하게 하여 아에 후진국들은 수출 자체를 못하게 막는거죠.

    물론 저도 게이머이고 게이머입장에서야 전세계 온갖 게임을 다 한글로 즐겨보고 싶은 욕구가 왜 없겠습니까만.. 그것때문에 자칫하다간 국내산업 기반자체가 붕괴할지도 모를것을 하자고 할 순 없죠.

    1. mrkwang 2009/04/07 06:35 # M/D Permalink

      wheecheon> 제가 지금까지 들어온 심의 정당성에 대한 이유 중 제일 당혹스러운데...

      일단 심의는 세금 / 산업보호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설령 그런 목적으로 심의를 진행한다 해도 (관련 부처가 다르니) 그건 게임위가 신경쓸게 아니라 국세청 등이 신경쓸 문제고, 그런 목적 때문에 심의를 한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 없네요. 혹시라도 그런 언급이나 발언이 있던 기사나 인터뷰 아신다면, 링크 걸어주시면 좋겠네요.

      일반적인 경우 한국 대중에게 접근하는 게임들은, 한국 내에 '다양한' 종류의 결재모듈을 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paypal 등으로 국제 결재만 받는다면 그만큼 접근 장벽이 높아지고, 한국 내 소액 결재 모듈이 워낙 다양한지라 그 편의성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가떨어집니다. (신용카드 / 무통장입금 / 편의점캐시 / 모바일 / 집전화 등.) 게다가 서버를 해외에 놓는 경우 온라인 게임의 반응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아주 빠른 것에 익숙해진 한국인들 대상으로는 먹히기 힘들게 되죠.

      '한국에 회사가 없는데 / 결재모듈 - 서버는 한국 내'라는 상황을 상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애초부터 결재모듈 자체가 사업자 없으면 못 달고, 서버 사용 또한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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