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떤 기사가 올라와도 놀라지 않을만한 인벤에, 팝캡의 비지니스에 대한 칼럼이 올라왔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이 있다면 착각은 아닌게, Pig-Min의 글들을 참조하셔서 쓰셨기 때문. 역시 비토(Vito) 기자님의 글입니다.

해당 글은 Pig-Min을 제외한 한국의 어떤 매체에 올라와도 놀라운 것입니다만, 그렇게 많이는 보지 않은 듯 싶어 아쉬움이 있어 좀 더 노출을 하고 싶고, 또한 '원론적'인 얘기가 주가 되므로 그에 대한 보충을 좀 더 하겠습니다.



Q1 : 한국의 게임 회사가 2009년에 팝캡 방식을 따라가도 될까?
A1 : 절대로 안 된다.

인벤의 기사에서는 팝캡 방식을 따라가라 써있고, 그 글이 틀린 글도 아니라는데, Pig-Min의 운영자 광님은 안 된다라고 합니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요?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1) 서양의 캐주얼 게임 업계는 이미 또 변해버렸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고, 문화 시장은 훨씬 빨리 변하는데, 그보다 더 급변하는 것이 게임 시장입니다. 서양의 캐주얼 게임 업계도, 밖에서 봐서는 잘 모를만큼 수많은 변화가 돌고 있고요. 단순히 게임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지니스의 변화까지 말하는 것입니다.

그 변화는 굉장히 많다고 볼 수 있는데, 크게 2가지가 있겠습니다.

우선 게임의 히트 주기가 짧아졌습니다. [다이너 대시(Diner Dash)] 1편이 나왔을 시기만 해도 1년 이상의 스테디셀러가 보장되었지만, 지금은 히트작이라 해도 몇 개월 정도의 활발한 판매 정도를 바랄 수 있다 합니다. 2003년 12월에 나와 2004년까지만 해도 / 즉 5년전에는 히트작 하나로 1년 넘게 팔 수 있었다는 거지만, 지금은 그 기간이 몇 개월로 지극히 짧아졌다는 겁니다. 이유는 여러가지 있을텐데, 캐주얼 게임의 발매 숫자가 무지 많아졌다는 것이 가장 클 듯 싶군요. 빅 피쉬 게임즈(Big Fish Games)에 1년에 365개 게임 올라오는데, 캐주얼 게임이 아닌 것을 빼더라도 300개는 될테고, 여기 올라오지 않는 게임도 있기 때문에 그를 감안하면 * 2 이상은 해야 될 듯 싶네요. 무지 많이 나오고, (아래에 쓸 이유 때문에) 그런 상황이 가능해졌습니다.

다음으로 큰 배급사의 개발 스튜디오는 러시아 등으로 빼는 경우가 유행이 되었습니다. [케이크 마니아(Cake Mania)] 등으로 유명한 샌드랏 게임즈(Sandlot Games)는 전체 개발 스튜디오가 러시아에 있는 걸로 추정되고, 배급사 알라와(Alawar)는 아예 러시아 회사로써 자국의 게임들 해외에 배급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몇 년 전에는 러시아 게임이 묘하게 싸보였는데, 대략 1-2년전부터는 그런 느낌도 거의 받지 않게 되었죠. 굳이 러시아 등으로 개발 스튜디오를 빼는 이유는 '단가 절감'을 위해서일텐데, 그들이 뽑는 게임의 퀄리티도 더 이상 싸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팝캡 식의 캐주얼 게임을 지금부터 만들기 시작한다면, (시행착오로 인한) 높은 단가 / 낮은 퀄리티를 어느정도 감수하며 쌓아가야 하는데, 한국적인 사업의 방식상 과연 그걸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 팝캡은 예상외로 크고 제대로 된 회사.

광님도 Pig-Min을 시작하기 전에는 잘 몰랐지만, 알면 알수록 팝캡은 굉장한 회사입니다. 단순히 덩치만 큰게 아니라, 내실까지 엄청나게 탄탄하다는 의미입니다.

공개되어있는 팝캡의 프레스 페이지를 보시면, 이런 저런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캐주얼 게임 개발사 / 배급사 중, 저런 페이지를 제대로 갖춰놓고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즉 프레스 대응이 (비교적) 강하다는 의미인데, Pig-Min 창립 이후 지금까지 접촉해온 모든 개발사 / 배급사 중 가장 프레스 응대가 좋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프레스 팀만 잘 하는게 아니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전체가 잘 돌아가면서 프레스 팀과의 연대도 훌륭함 그 이상이다'라고 보시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다른 곳과 제대로 된 연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프레스 팀 바보된다는거 잘들 아실테고요. 자칫하면 따 당하거나 소홀하게 여겨지기 쉬운 프레스 팀과의 연대가 잘 된다는 것은,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1

다음으로 이 회사, 생각보다 규모도 큽니다. 다음의 2가지 사례를 보시면 아실 수 있을 텐데요.

작년 12월에 발표된 보도자료에 미국 / 캐나다 / 영국 통틀어 6개 도시에 직원이 120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2. 모비게임즈(Mobygames)에 올라온 [비주월드 트위스트(Bejeweled Twist)] 크레딧을 보면, 테스터 / 사운드를 제외한 핵심 개발진이 10명 정도입니다. 즉 10여명의 개발진으로 1차 게임을 개발하는 원래 개발 시스템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1차 게임 개발 / 이식 / 영업 / 관리 / 신 시장 개척 등에 나머지 인력이 투입된다는 것이죠. 이게 얼마나 굉장한 건지, 설명 안하셔도 아실 분들은 아실테고, 모르실 분들은 설명해도 이해하기 힘드실테니 넘어갑니다.

다음으로 팝캡은, EA나 할거라고 여겨졌던 인수합병도 꽤 많이 합니다. 2008년은 딱히 인수한 회사가 없었는데,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 레트로64(Retro64)와 스핀탑 게임즈(SpinTop Games)를 질렀습니다. 그것도 2007/07/12와 2007/07/16으로 거의 동시였죠. 이 인수는 해당 개발사의 IP와 개발 인력을 가져온다는 의미도 있습니다만, 해당 개발사들이 보유하던 게임 판매 사이트도 가져와 여전히 별도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놀랍거나 혹은 당연하게도, 이들은 팝캡의 판매 사이트 아래로 넣지 않고 / 여전히 별도 판매상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지만 다르게 보여서, 판매의 차별화를 시키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해당 사이트들이 얼마를 팔아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 주변에서 '레트로64의 뉴스레터가 좋아서 거기서 산다'는 고객을 본 적도 있으니, 의외로 파워풀할지도 모르겠군요. 특히 스핀탐 게임즈는 팝캡 본사에서는 만들지 않을법한 히든 오브젝트(Hidden Object)의 신규 강자 [미스테리 P.I.(Mystery P.I.)]를 갖고 있어서, 새로운 캐시 카우로 등극중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팝캡의 인수합병이 EA와 다른 점이라면, 합병 후에도 독립성을 어느정도 인정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물론 이거 이전에도 [인사니콰리움(Insaniquarium)]의 원래 제작사 등 여러 회사를 질렀지만, 보도자료 페이지에서는 볼 수 없으니 생략.

즉, 팝캡은 회사가 이렇게 큰데도 여러가지 운영에 있어서 굉장히 타이트하고 오밀조밀하게 굴러간다는 뜻. 한국의 작은 회사 / 몸집은 큰데 운영은 방만한 회사가, 팝캡의 방식 따라가려다가는 잘못하면 거시기됩니다.



Q2 : 한국의 게임 회사 / 개인이, 서양의 캐주얼 게임계에 사업으로 들어가 적응하려면 필요한 시간은?
A2 : 시작부터 3-5년은 필요하다고 봄.


예로부터 한국의 문화 시장은 일정 이상의 상업적 파이를 갖게 되면, 해외를 깔보거나 / 우습게 보거나 / 신경 안 쓰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만약 지금 팝캡의 사례를 본따 한국에서 서양용 다운로드 판매 방식의 캐주얼 게임 사업을 시작하면, 똑같은 일이 벌어지게 될 듯 싶네요.

캐주얼 게임 개발은 거대한 MMORPG보다 우습게 보이겠지만, 그 첨예하게 돌아가는 생태계는 결코 작지도 우습지도 않습니다. 아류작이 양산되는 듯 싶어도 개중 앞서가거나 기발한 것들이 하나씩 터져주고, 속칭 '대작'이라 부를만한 것도 비교적 큰 개발사나 배급사에서 계속적으로 내주며, 또한 비슷한 작품들이 워낙 많으니 역으로 튈만한 특성 하나 둘 정도를 장착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정도면 싹 쓸겠지~' 식으로 대충 들어간다고 고소득 올릴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거죠.

해당 게임들의 체험판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빅 피쉬 게임즈 등의 포탈에서 직접 사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즉 엔드 유저 / 구매자의 입장에서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살지 말지 고민하다가 지르는 과정까지 다 체험해야 한다는 거죠. 서양식 캐주얼 게임은 '체험 후 구매(Trial & Buy)' 방식이 비지니스의 대세이기 때문에, 한국에는 거의 없는 이런 과정을 몸소 체험하지 못하면, 그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최소 2-300개의 게임을 적어도 반 년 이상 체험해보고 질러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많을 것 같지만 게임들의 플레이타임이 비교적 짧으므로, 이정도는 해보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해당 게임들이 지닌 특성도 숙지해야 합니다. 서양의 캐주얼 게임들에 있어서 '소재'가 어떤 존재인지, 비슷 비슷한 형식에서 어떻게 차이점을 두고 있는지, 그 사양과 용량은 얼마나 낮은지 등을 몸으로 겪고 / 머리로 이해하며 /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위 내용이 서양 캐주얼 게임의 이해라면, 이제부터는 (하려는 데가 있다면) 개발 프로세스.

우선 1년에 2-3개는 무조건 뽑아야 합니다. '우린 대작 캐주얼 게임이니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습니다. 일단 제작비와 시간 많이 들어갔다고 대작으로 여겨주지도 않고3, 그보다 더 좋은 퀄리티의 제품들이 신나게 양산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회사들이 미친듯이 만들어 내놓고 있는 속도를 따라잡고, 해당 개발사의 브랜드 네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1년에 2-3개는 필수입니다. 첫 작품은 시행착오를 분명히 겪을테지만, 그걸 빨리 수습해서 다음 작 부터는 빠르게 달려야 합니다.

게다가 급변하는 캐주얼 게임 시장의 트렌드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받으며 따라잡아야 합니다. 비지니스 스타일도 따라 잡아야 하겠지만, 게임 자체도 빨리 만들지 못하면 그대로 늦춰집니다. 게임랩(Gamelab)[미스 매니지먼트(Miss Management)]를 예로 들면, 발매 직후  TV 시리즈 [오피스(Office)]의 게임이 나와버렸습니다. 물론 [미스 매니지먼트]의 완성도가 더 뛰어납니다만, 게임의 형식 자체는 거의 똑같기 때문에, 몇 개월만 늦어졌어도 역으로 아류작 취급을 받았겠죠.

기존까지 해왔던 한국 게임계의 작업 방식처럼, 몇 년에 1개 만들면 무조건 망합니다. 1년에 2-3개, 개발 팀 여러개 돌린다면 그 이상 달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첨예한 과정을, 3년에서 5년은 직접 겪어야, 그때부터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게임을 10개 쯤 만들게 되면, 한국식 MMORPG / 온라인 게임과 서양의 캐주얼 게임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경영진 / 개발진 모두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될테고요.



글이 더 길어질 것 같으니 이 쯤에서 접습니다. 기타 부분은 따로 글을 적던지, 아니면 개인적인 컨설팅 자리에서.


1줄 정리 : 팝캡의 방식과 서양 캐주얼 게임 생태계, 연구하고 도입해보고 싶으시면 제대로 하시고, 대충 하실려면 지금처럼 사시는 것도 좋을 듯.

P.S. : 해당 분야에 대해 컨설팅 필요하면 해드리긴 합니다만, 일정 선 이상은 무료가 아닙니다. 연락은 ABOUT Pig-Min에 적힌 곳으로.

Pig-Min 주
  1. 서양의 캐주얼 게임계는 '프레스'의 소개보다 '판매망'에서 사활이 결정되므로, 메일 보내도 답이 오지 않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Back]
  2. 최근 중국 상하이에 개설한 팝캡 아시아는 아직 빠져있음. 게다가 이 회사 설명은, 2007년 7월의 보도자료에도 그대로 쓰여있음. 즉 더 많을 가능성이 있음. [Back]
  3. 서양 캐주얼 게임계는 프레스를 통해 '대작' 운운하는 보도자료를 뿌릴 일이 거의 없고, 판매상인 포탈 등지에서 '제작비 얼마 들었다' 등의 정보를 실어주지도 않습니다. 패키지? 그건 2차 시장입니다. 다운로드 포탈 등지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거나, 수익이 좀 적어도 게임 자체가 그럴싸해보이지 않으면, 패키지 업체에서 계약하러 오지도 않죠.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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