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서프(Audiosurf)]를 처음 했을 당시에는, 뛰어난 게임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다 접다 하다 접다를 반복하다가, 아예 이번에 [오디오서프] 즐기며 앤써미 티셔츠 받기 이벤트까지 진행하다보니, 의외의 부분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더군요. 일반적으로는 잘 얘기되지 않는 얘기들 같아서 적어봅니다.


1.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발상'.

MP3를 자동으로 분석해 게임의 토대를 만드는 것은, 뭔가 특별하고 굉장한 기술일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게 보는게 맞기도 합니다만, 역으로 생각하면 MP3 분석 기술은 이 게임이 지닌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게임은, 코나미(Konami) 같은 큰 회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게임이 아니라, (거의) 1인에 의해 제작된 인디 게임입니다. 사용된 기술의 특수성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큰 회사가 오랫동안 달려들어야 겨우 만들 수 있는 그런 물건은 아닐거라는 거죠.

더군다나 데이터를 해석하고 그걸 기반으로 뭔가 만드는 게임이 처음도 아닙니다. 유명한 테크모의 [몬스터 팜(Monster Farm)] 시리즈는 다른 음악 / 게임 CD를 해석해 몬스터를 창조해냈고, 음악을 분석해 길을 만드는 게임도 몇 개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디오서프]같은 녀석은 단 하나도 없었죠.

MP3를 해석해 길과 블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겠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그걸 토대로 짜여질 게임판을 어떻게 만들고 즐기게 할 것이었냐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2. '발상'보다 중요한 것은 추가적인 '적용'.

[오디오서프]가 MP3로 만들어주는 게임판은, 분명히 매력적인 녀석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달리는 것 만으로도 신기하기 그지 없고,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실행해도 그 재미는 여전합니다. '평생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문구는 조금 오버스럽지만, 가끔 돌아와 새로운 곡을 즐긴다면 항상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지요.

그런데 이걸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달린 기록을 온라인에 DB로 저장하고, 그걸 전 세계 / 같은 지역 / 친구들과 겨룰 수 있게 해놓았어요. 아시다시피 [오디오서프]의 기록 DB와 그 적용은 리플레이성을 높여주고, 또한 도전 욕구를 엄청 불타오르게 합니다.

그냥 MP3 기반으로 길 생성해 달리는 것 만으로도 이미 훌륭하지만, 거기에 추가적인 요소를 넣어 일파만파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3. 불완전하게 표현된 DB, 오히려 효율적?

오서방 달려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DB에는 불충분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같은 태그 - 다른 곡'에 대한 대처도 전혀 없어서, (어뷰징은 둘째치더라도) 같은 곡의 다른 녹음 / 라이브 등을 전혀 구분하지 못합니다. (앨범명까지 저장했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겠지만, 어느정도는 걸러낼 수 있었을 것임.) 자신이나 친구가 달린 '전체 목록'을 볼 수도 없고, 10위를 벗어나면 표시되지 않아 도대체 몇 위인지를 알 수도 없죠. [오디오서프]가 제공하는 차트의 DB는, 분명히 불충분한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 정도만 보여주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꼼꼼하고 세밀한 DB를 제공하고 열람 가능했다면, 그만큼 서버의 부담 / 관리자의 중요성이 높아졌겠죠. 이미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게 되었을 겁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처럼 지속적인 과금을 하지도 않기 때문에, 너무 큰 힘을 쏟을 수도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오디오서프]가 제공하는 DB는, 딱 이정도가 효율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었겠지만 너무 일이 커졌을테고, 플레이어들이 즐기는데는 저정도의 정보 수집과 제공만으로도 충분했을테니까요.
(모든 정보를 다 준다고 모두가 뚫어지게 쳐다보지도 않을테고.)


4. '블록' 생성이 중요한게 아니라, '속도' 조절과 '길' 생성이 중요.

많이 해보시면 느끼실텐데, '블록'은 좀 묘하게 나옵니다. 박자에 딱딱 맞추어 나오는 때도 있지만, 좀 무관하게 달려온다는 인상을 받을 때도 좀 있어요. 그래서 [오디오서프]가 좀 폄하되는 경우도 있긴 한데... 정말 중요한 부분은 '블록'의 생성이 아닌, '속도'의 조절과 '길'의 생성입니다.

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같은 곡에서도 부분에 따라 진행 속도가 바뀌는데요. 그게 굉장히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오히려 '블록'의 생성보다 훨씬 정확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비포장도로처럼 덜컹거리는 부분도 있는데, 그 부분도 곡에 맞는 경우가 많고요. 게다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단순한 높낮이의 변화 뿐 아니라, 좌우로 급격하게 꺾어지는 커브도 종종 나오는데, 그런 급박한 커브도 곡 변화에 잘 맞아 떨어집니다.

오히려 '블록'의 생성은 곡의 난이도나 모드에 따라 달라지고, 아이템 등이 개입되며 더더욱 묘해집니다만, '속도'의 조절과 '길'의 생성만큼은 발군이라 할 수 있겠군요.


5. '암기'를 통한 스킬 연마? 거기에 '랜덤' 요소와 '순발력'이 추가된다!

일단 MP3를 해석해서 만든 '블록'의 기본 등장과 '길'은, 같은 곡을 반복해도 똑같게 나옵니다. 그래서 '암기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은데... 아이템이 등장하지 않는 모노(Mono) 계열은 몰라도, 일반적인 모드에서는 '랜덤'으로 등장하는 아이템과 그에 반응하는 '순발력'도 중요해집니다.

기본적인 길은 반복 플레이를 통해 익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템은 '랜덤'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어요. 게다가 그 아이템들은 충실히 짜놓은 블록들의 모음을 좋게도 나쁘게도 바꾸기 때문에, 더더욱 '순발력'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당연히 '고득점'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요.

그래서 엄청나게 연습을 하고 길을 외워도, 분명히 실력이 늘고 전보다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긴 합니다만, '랜덤'성이 강하게 작용해 게임마다 다른 결과를 거두게 됩니다. 각 곡을 훈련하고 적응하면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죠.

기본 줄기는 같으면서도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지는 '랜덤'성이, 이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들며 오래 즐기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오디오서프] 같이 즐겨요! meta같은 괴수님은 신경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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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Ryuki 2008/12/21 00:23 # M/D Reply Permalink

    사주세요!(저런)

    1. mrkwang 2008/12/21 00:26 # M/D Permalink

      Ryuki> 연락처를 제가 모르니 사드릴 수가 없습니다.

      ... 알아도 안사드리(...)

  2. 종달 2008/12/21 02:51 # M/D Reply Permalink

    Beats™ 라는 PSP게임도 콘솔내 음악파일을 분석(제약이 많습니다.. 콘솔 스팩의 문제이기도 하죠...시간은 관계없지만 샘플링 문제던거로...)하여 노트를 맞추는 전형적인 리듬액션 게임이 상용화 되어있긴합니다.. 오디오 서프보다 먼저 나온건가는 모르겠습니다..

    1. mrkwang 2008/12/21 03:04 # M/D Permalink

      종달> http://www.us.playstation.com/PSP/Games/Beats
      2007/12이므로, 발매만 놓고 보자면 이쪽이 빠릅니다. 하지만 [오디오서프]는 이미 IGF에 출전해 있던 상태니까, 발매일이 1-2개월 정도 늦게 나왔다해서 별다른 상관은 없.

  3. DeaDCaT 2008/12/21 08:45 # M/D Reply Permalink

    뜬금없는 뻘태클이긴 하지만 비브리본이라는 플스1용 게임이 과거에 음악시디를 분석해서 스테이지를 만들어냈었습니다. 게임을 구동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시디를 넣으면 그걸로 스테이지를 구성해주는 형식이죠..

    1. mrkwang 2008/12/21 12:32 # M/D Permalink

      DeaDCaT> 그래서 본문에 "음악을 분석해 길을 만드는 게임도 몇 개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라고 적었습니다만(...)

  4. souloflord 2008/12/21 12:35 # M/D Reply Permalink

    음 그러니깐 이글의 요지는 meta님은 괴수,(어????)

  5. 종달 2008/12/21 15:47 # M/D Reply Permalink

    간신히 오디오서프 랭킹을 볼수있게 됬는데...
    근데 다들 괴물...=ㅁ=;;;

    1. mrkwang 2008/12/21 15:58 # M/D Permalink

      종달> 다들 괴물 (X)
      meta님은 괴물 (O)

: 1 : ... 3266 : 3267 : 3268 : 3269 : 3270 : 3271 : 3272 : 3273 : 3274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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