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게임 in 영화 외전'에서 다룰 영화는, 암울한 현재를 바꾸기 위해 타임 와프를 통해 1994년으로 날아가 과거의 자신을 바꾸려는, 한 시간 여행자의 모험과 갈등을 다룬 작품입니다.

... 이런 느낌이 약하게 든다는 것이 거시기할 뿐이죠.


게임 in 영화 외전 7. [언니가 간다] (2007)1

고소영은 어여쁜 30대 후반(!) 여배우 중 하나입니다. 영화계에는 1994년 [구미호]로 데뷔2 후 영화도 많이 찍었지만, 최근에는 [아파트] / [언니가 간다]의 양대 주춤으로 좀 묘한 상태가 되어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인 것은 사실입니다. 2007년 개봉한 [언니가 간다]는, 이미 30대 중반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중 배역은 30살로 나이를 낮춰 나오는, 하지만 '노처녀'라고 강조 강조 또 강조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고소영은, 청소년때 순정을 바친 첫사랑에게 비참하게 차인 후,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어 하루하루 삶을 끌려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다가 자신을 첫사랑으로 좋아했다던 IT 갑부 실업가를 만나고, 나름대로 좋은 마음으로 다시 만나러 나갔다가 트라우마 대박 터지고, 울며 집에 들어와 계속 울고, '이게 다 그 자식 때문이야!'라며 온갖 원망 울음을 터트리다가, 비몽사몽간 눈을 뜨니 컴퓨터에 '시간 여행'을 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깔려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한국 영화계에서 '과거'를 다루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였습니다. 그 시대적 배경도 1970년대에서 1980년대으로 조금씩 당겨지다가, 마침내 1990년대까지 내려오게 된 셈인데요.3 [언니가 간다]는 시간적 배경을 과거로 삼은게 아니라, 아예 '타임 워프'를 통해 날아가므로, 일반적인 '과거' 배경 영화와는 차별화가 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타임 워프'가 나오는 영화들의 대부분은, 굳이 SF에서 나오는 빡빡한 법칙까진 제공하지 않더라도 어느정도 행동의 제약4이나 시간을 여행하게 된 설정의 설명을 해주기 마련입니다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게 전혀 없습니다. 그런 SF적인 요소와 과거적응 과정 같은건 '엔터키 누르니 날아갔다' 하나로 다 때우고, 나머지는 '과거 바꾸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112분이나 되는 시간동안, 더 깊게 다룰만한 부분을 살짝 넘어가고 / 넘어가도 될법한 부분을 오래 다루는, 내용들의 시간 분배가 약한 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재와 풀어가는 과정이 한국 영화에서는 제법 특이한 형태이므로, 그냥 저냥 재미 붙이며 볼만은 하다고 여겨집니다. '로맨틱 코미디'로 보기에는 과거의 자신을 옆에서 간섭하는 형태라 감정선이 좀 묘하고, SF로 보자면 설정만 가져온 형태라 애매하긴 합니다만, 오히려 그렇기에 특이한 재미를 느낄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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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게임 in 영화 외전'에서 다룰만한 부분은, 바로 과거로 워프하는 프로그램의 인터페이스입니다. 뜬금없이 컴퓨터에서 낯선 프로그램 하나가 열리고, 거기에는 주인공의 과거를 보여주는 동영상이 5개 정도 동시에 돌아가는데, '과거를 바꾸시겠습니까?' 라는 메시지와 함께 '엔터를 눌러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뜹니다. 그런데 정작,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서 '클릭'해 구동시켰죠.

네 그렇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안내문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엔터를 눌러라'고 나왔다면, 엔터를 눌러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화살표 키와 병행하겠지만.)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마우스'를 움직여서 클릭했죠. 이것은 분명 잘못된 안내고, 주인공이 선택한 방식이 맞습니다. 실제 사용자 / 그것도 프로그래머나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익숙할 방식이 아닌, 옛날 옛적에나 쓰던 방식을 안내하고 있으니까요.

요즘 컴퓨터에서 화면 중심에 있는 칸을 선택한다면, '마우스'를 사용해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이럴 때 실제로 사용 고객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면, '엔터를 눌러라'가 아닌 '여기를 클릭해라' 정도의 메시지가 떠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시키는 대로 '엔터'를 누르지 않고, 습관(?)에 의거해 '마우스'를 사용해 클릭했지만 말이죠.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와 사용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언제나 강조되는 일이지만, 항상 잊혀지고 / 무시당하며 / 때로는 박해까지 당합니다. 게임이건 서비스건 상관없이, 이런 부분은 언제나 0순위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P.S. : 과거로 넘어간 직후, 모뎀으로 PC 통신에 연결해 듀스(DEUX) 팬클럽의 공지를 볼 때, DUEX라고 오타친 부분은 우리들만의 비밀(...)

Pig-Min 주
  1. 현재 곰TV에서 무료상영중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가보시길. [Back]
  2. 이 영화에서 무려 '정우성'도 연예계 데뷔. 둘은 1997년 [비트]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Back]
  3. 더불어 20세기 초반의 모던했던 시기로 올라가는 것도 대유행중이지만, 일단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Back]
  4.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심각하게 바뀐다'라던가, '현대의 문명을 과거에서 사용하면 안된다'라던가, '과거의 자신과 마주치면 둘 다 붕괴된다'라던가 등.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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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ultBraiN 2008/12/08 10:48 # M/D Reply Permalink

    하하. 재밌내요.
    Why software sucks 라는 책이 생각나는군요.

  2. Miniberry 2008/12/08 23:34 # M/D Reply Permalink

    푸훗...[....?

: 1 : ... 3298 : 3299 : 3300 : 3301 : 3302 : 3303 : 3304 : 3305 : 3306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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