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워드 게임 좋아합니다. 영어 철자 갖고 단어 만드는 그 게임들, 미국 등지에서는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죠. 영어권에서는 인기가 많아, 하나의 장르로 특화된지 오래 되었습니다. 최근 팝캡(Popcap)이 내놓은 캐주얼 게임계의 대작 [북웜 어드벤처스(Bookworm Adventures)]도, 결국 그렇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겠죠. 이럴 때 드는 생각 한 가지. '한글로도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물론 미국에서 워드 게임의 역사는 엄청나게 깁니다. 십자말풀이인 [크로스워드(Crossword)]가 오랜 세월동안 잡지나 신문에 개제되었고, 그보다 더 워드 게임의 기반을 세워준 [스크래블(Scrablle)]도 거의 '장수만세' 급(
Wikipedia에 의하면 1938년 개발.)이 아닙니까. 무진장 오래 쌓여온 토양이 있기에, PC로 플레이하는 캐주얼 게임으로도 많이 나올 수 있던 거겠죠.

하지만 영어는 영어고 한글은 한글이니, 한국 사람인 제가 '이제는 한글로 단어 유희를 즐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겠죠.

허나 한글로 단어 게임을 만드는데는 큰 장벽이 하나 있으니... 영어는 각 글자 하나하나가 단어의 축을 이루는데 반해, 한글은 모음과 자음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한 글자를 이루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는 겁니다. 영어는 블록에 알파벳 글자를 늘어놓아도 쉽게 단어로 성립이 되지만,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써있는 블록들을 조합해야만 비로소 글자가 나오게 된다는 거죠. 사실 그 조합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적용될 수 있는 모음의 숫자가 많다는 것이 걸림돌. 경우의 숫자가 너무 커진다는 얘기일테니까요.

그런데 이미 한국에서는, 모음 조합에 대한 대처법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삼성의 핸드폰 애니콜에서 지원하는 천지인 방식인데요. 점과 선을 이용해 모음을 조합하는 이 방식은, 문자 칠때 훨씬 쉽고 유리한 사용방식으로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바 있습니다. 이걸 '한글 단어 유희'에 사용한다면, 적어도 모음에 대한 고민은 많이 줄어들지 않나 싶네요.

물론 그 뒤에도 어려움은 남아있습니다. 영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니 '한글만의 유희 조합법'을 따로 만들어야 된다는 것, 유희에 사용될 단어 사전을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점, 아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에 도대체 누가 나서겠냐는 점 등등이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 한글학회 또는 유명 대학의 국문과가 나서서, 천지인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과 산학 협동 식으로 개발하면 어떨까?

한글은 우수하고 좋은 문자고, 한국인으로써 그걸 잘 사용하고 널리 알려야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외국어의 유입이나 과용 때문에 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현실이죠.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한글을 갖고 재미있게 노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자연스레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늘지 않을까요?

워드 게임의 주요 특성 중 하나는, '교육적인 가치가 있는 것 처럼 여겨져서 놀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수없이 죄책감 안 느껴봤으니, 이제는 한글로도 뭔가 공부한다는 착각 느껴보고 싶네요. 작고 여린 인디 게임 웹진 Pig-Min에서 할 수 있는건 아니겠지만, 누군가 좀 본격적인 기관에서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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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린 2006/12/09 15:11 # M/D Reply Permalink

    고등학교 1학년 정도까지만 해도, 언어 유희의 대가(일명 '유희왕') 소리를 들었는데요. 친구들이 썰렁하다고 해서 점차 안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걸작이 '웃긴 것'이라는 것입니다. 간단해요. 종이 조각에 '우'라고 쓰고, 책 사이나 어디 틈 사이에 끼우면 됩니다. 그리고 '웃기지(우끼지)?'라고 해주면 됩니다. '웃기냐', '웃긴다', '웃기네'...등의 여러 꼬리를 붙일 수 있는 확장성까지..아아....


    ...음..언어 유희 게임이라..
    생각만 해도 왠지 즐겁네요.

    1. mrkwang 2006/12/09 18:12 # M/D Permalink

      가린> 유희왕 가린.

      줄여서 가희. (대체 어떻게!)

  2. 나은 2006/12/19 16:24 # M/D Reply Permalink

    제 블로그에 이 포스트에 대한 트랙백 글을 썼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

    내가 참 만들어 보고 싶은 보드 게임이 이른바 '한글' 스크래블.

    혹시 한글 스크래블 게임이 있는가 찾아보다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 계셔서 반가운 마음에 트랙백 글을 쓴다.

    나는 온라인 게임 버전보다는 나무 패를 손가락으로 만질 수 있는 보드 게임을 생각하고 있었다.

    트랙백 글 쓰신 분도 지적하셨지만 한글의 경우 모아쓰기를 하기 때문에 나무 패를 배열하기가 좀 어려울 수도 있다.

    처음에 상상한 '한글' 스크래블은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나 생각하실 만한 '한글 풀어쓰기' 버전.

    다음에 상상한 것은 음절빈도수를 바탕으로 고빈도 음절은 나무 패를 많이 만들고 저빈도 음절은 나무패 수가 적은 음절 단위 나무 패 만들기 버전.



    지금은 나무 패를 포기하고 자석판을 사용해서 자석판 자소단위 조합버전을 생각해 보고 있다. 물론 자소의 수는 자소빈도에 맞추어 고빈도 자소는 많이 만들고, 저빈도 자소는 적게 만드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한글' 스크래블이 나온다면 학생들이 맞춤법은 안 틀리려고 갖은 애를 쓸 것 같다.

    재미있는 한글 스크래블. 꼭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1. mrkwang 2006/12/19 16:55 # M/D Permalink

      나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트랙백이 걸려있지 않네요. 스팸 쪽에도 들어가있지 않은걸 보니, 아마 제대로 걸리지 않은 듯. 다시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도 그쪽 블로그 글에 트랙백 걸었습니다.

  3. 나은 2006/12/19 17:46 # M/D Reply Permalink

    감사합니다. 저는 한국어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학생들을 위한 맞춤법 가르치는 교재용이라도 좋으니 진짜로 한글 스크래블을 개발해 보고 싶습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mrkwang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1. mrkwang 2006/12/19 17:56 # M/D Permalink

      나은> 한글 스크래블은 힘들거 같고, 한글을 이용한 다른 게임 종류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니까... 보드 게임으로써의 스크래블 룰을 한글에 적용시키는 것은 힘들거 같고, 아예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이용해 컴퓨터용(혹은 핸드폰용) 게임으로 만드는 건 해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나은 2006/12/19 18:07 # M/D Reply Permalink

    연구는 할 자신이 있는데 "'지원'은 기업에서, '실제 업무'는 게임 제작하는 곳에서"에 대해서는 정말 무지합니다.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라도 좋으니 학생들이 한글 스크래블을 하면서 시간을 좀 보냈으면 싶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영어사전이 잘 팔리는 이유 중 하나는 스크래블 같은 크로스워드 퍼즐 게임 덕이 크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 책상 위에는 미국에서 나온 "스크래블 전용 영어사전"도 있답니다.

    1. mrkwang 2006/12/20 12:04 # M/D Permalink

      나은> 리플 드렸습니다;

  5. 조영인 2011/11/07 21:32 # M/D Reply Permalink

    요즘 영어로 된 스크래블에 빠져서 스마트폰을 종일 만지고 있는데요
    한글로 할 수 없나 ?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검색해보니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신듯 해서 웬지 반갑네요
    언젠가는 한글 버전 스크래블이 나오겠죠 ?
    현재 나와있는 한글 워드 게임은 어떤게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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