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웜 어드벤쳐스(Bookworm Adventures)] (2006)

제작사 : Popcap
발매연도 : 2006
가격 : 29.95$

캐주얼 게임의 혁명! 워드 게임의 역사를 다시 쓰다!

저렇게 7글자 만들기 결코 쉽지 않다. 정말로 Awesome.

며칠 전 칼럼에서 다룬바와 같이, 캐주얼 게임의 대가 팝캡(Popcap)에서 일을 냈습니다. 제작기간 2년 6개월, 제작 비용 700,000$. 듣기만 해도 (캐주얼 게임계에서는)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프로젝트를 장기간동안 비밀리에 진행해오다가, 이번에 팍 터트렸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기존 캐주얼 게임의 19.99$를 풀쩍 뛰어넘은 29.99$! 이게 잘 나가게 되면 '캐주얼 게임계의 대작화'와 '가격의 일괄적인 상승'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북웜 어드벤처스(Bookworm Adventures)]는 여러 의미에서 꽤 중요한 게임 되겠습니다.

장르는 워드 게임에 턴제 RPG를 혼합한 방식입니다. 캐릭터도 적도 성장하고, 전투는 한 대 때리고 한 대 맞는 식이죠. 에너지 올려주는 빨간 물약 - 파워 올려주는 초록색 물약 - 상태이상 치료하는 녹색 물약도 있음은 물론, 스테이지마다 존재하는 보스가 나올때는 클로즈업되며 멋진 등장씬까지 나옵니다. 정말 처음 해보면 감동 먹을 정도에요.

전투는 화면 가운데 있는 16개의 글자 블록 중 선택해, 단어를 만들어 날리면서 공격합니다. 3 글자 이상이면 입력되지만, 그래서는 너무 약하기 때문에 4글자 이상 만드는게 좋죠. 여러 기능을 지닌 젬(Gem)이 달라붙은 블록들도 등장하는데, 걔네를 끼워 단어 만들면 더더욱 좋은 일이 생깁니다. 물론 적의 공격에 의해 별로 좋지 않은 블록도 생기고 말이죠.

게임의 난이도는 어려운 편입니다. 원래 워드 게임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법이지만, [북웜 어드벤처]는 그거 말고 다른 장벽이 있어요. 바로 가운데 놓여있는 16 블록 중에서만 골라야 한다는 건데... 저게 랜덤으로 떨어지면서, 같은 글자가 여럿 겹치게 됩니다. 비교적 자주 쓰이는 E가 2개 있으면 감사할 따름이지만, 도대체 뭘 만들어야될지 잘 모르겠는 Y나 Z가 3개 널려있고 그러면 대략 난감해지죠. 뿐만 아니라 긴거 만들어보겠다고 WEARING 같은거 쓰려 하는데 마침 G가 없다거나, 될거 같은 JULY 등의 단어 입력했는데 안되는 일도 종종 생깁니다. 좀 쉽게 해보려고 아무 글자나 대응하는 와일드(Wild)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이 게임 냉정하게 그런거 없어요. 이론상으로는 16글자까지 만들 수 있겠지만, Y가 2개 Z가 3개 있는데 그게 되나... 그래서 이 게임, 생각보다 많이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재미있어요. 단순히 '긴 단어 = 큰 점수'를 제공하던 기존 워드 게임들의 시스템을 벗어나, '긴 단어 = 강한 공격'이라는 요소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적과 오래 상대하면 많이 맞고 아파하기 때문에, 짧은 턴 안에 큰 데미지 입혀 적을 눕혀야 해요. RPG라고 여긴다면 너무 당연한 요소지만, 워드 게임에서는 이런 시도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울만큼 재미있게 다가오지요.

같은 회사가 배급한 고전 작품 [인사니콰리엄(Insaniquarium)]의 요소를 도입해, 스테이지마다 3개씩의 착용 아이템을 들고 갈 수 있는데요. 각 스테이지마다 적들의 공격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에, 뭘 차고 가냐에 따라 난이도가 심각할정도로 달라집니다. 엄한걸 차고 가면 에너지 좍좍 달아 죽어버리는데, 방어 잘 갖추고 상태이상 제대로 대비하면 보스 전까지 별로 어려움 없이 갈 수 있기도 하죠. 다행히 스테이지 시작 전 간단하게 뭘 대비해야할지 알려주는데, 그래도 여전히 어려운 스테이지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끄떡없겠지'하고 플레이하다 누워버리고... 종종 그러죠.

죽으면 스테이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이미 물약도 다 써버렸고... 그래서 3종류의 미니 게임이 존재합니다. 물론 이것들도 모두 워드 게임. 기존에는 각자 독립적인 게임으로 판매되었을 거 같은 방식인데, 솔직히 재밌다...고 하기에는 (비영어권 거주자의 입장에서) 어려운 편입니다. 그래도 정붙이면 그럭저럭 할만해요. 어찌 되었건 물약 주니까.

아쉽게도 (비영어권 거주자로써의 입장을 빼더라도) 소소한 단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 처럼 16개 블록 중에서 골라쳐야 하기 때문에, 긴 단어를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요. 와일드라도 넣어줘서 난이도를 좀 낮췄으면 좋았을거 같습니다. 그건 게임의 시스템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월을 나타내는 JULY - 요일을 나타내는 FRIDAY - 나라 이름인 KOREA 등, 당연히 될거 같은 단어들이 입력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워드 게임들이 원래 지원 안했는지 이 게임만 그런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타 게임과 달리 지독할만큼 한정된 글자들만 갖고 짜맞춰야 하는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네요. 그리고 젬의 선택 때문에 그랬을 듯 싶지만, 일반적인 워드 게임들이 키보드 입력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이 게임은 마우스 입력만 받습니다. 키보드가 훨씬 빠른 저로써는 조금 불만이군요. 캐주얼 게임치고 혁명적으로 비싼 가격도 흠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얘기는 여기서 하지 않도록 하죠.

어찌 되었건 워드 게임으로 볼때, [북웜 어드벤처스]는 엄청나게 재밌습니다. RPG 방향의 접근으로 보자면 생략되고 간략화된 부분이 너무 많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워드에서 보자면 이건 거의 혁명이나 다름 없죠.

워드 게임을 즐겨오던 모든 분들께, [북웜 어드벤처스]는 강력히 추천할만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비영어권 거주자의 입장에서는, 저렇게 단어 만드는 것 자체가 이미 유희가 아닌 고문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래도 꼭 단어를 모두 알아서 쓰는게 아니라, 대충 이리저리 돌려가며 '때려 맞추는' 경우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영어를 크게 싫어하지 않고 어느정도 단어 외우고 있다면 시도해보실만 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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