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분위기의 FPS'라는게 세상에 있던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Pig-Min의 MSN 채팅방이 열리고, 내친 김에 냥이의 독서를 만드시는 페르시안 님이 질문을 했는데요. 모종의 이유로 어두침침하지 않은 FPS(와 그 유사 장르)를 조사하며 학습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하다보니, 상당히 많은 FPS가 밝고 명랑한 분위기는 커녕 그와 정반대. 평소에는 잘 모르던 부분이지만, 묶어서 생각하다보니 그런 결과가 나오더군요.

지금 생각난거긴 하지만, 어쩌면 그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 바닥의 혁명이자 시조격인 작품 [둠(Doom)] 자체가 엄청나게 어둡고 무시무시한 호러 SF였으니까요. 그 이후로 수없이 등장해온 FPS는 대충 (어차피 침침한 호러를 빼자면) 밀리터리 / SF 계로 크게 나뉘는데, 밀리터리야 전쟁 / 테러를 다루는데 샬랄라한 것도 좀 그렇고, SF도 밝고 명랑한 세계라면 굳이 총질 칼질 할 이유 없으니까 다들 좀 어둡고...

어찌 보자면 이건 장르의 숙명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주인공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1인칭 시점을 채택했으니 장엄한 분위기는 필수고, 총을 쏴서 적을 해치우고 되도록 헤드샷 하는게 큰 도움 주는 게임 장르니까, 밝은 분위기를 가지는 것 자체가 배신일지도? [시리어스 샘(Serious Sam)] 같은 게임이 비교적 밝긴 했지만, 어쨌건 그것도 '괴물들'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게임이니, 밝다고 하긴 좀 힘들테고...

하지만 세상 만사가 다 그렇듯, 모두가 길 하나만을 따라가는건 또 아니죠. 결국에는 '부대 전쟁'을 다루는 RTS도 비교적 안전하고 밝은(?) 분위기를 다루는 게임들도 종종 혹은 가끔 있었으니까, FPS라고 안될건 또 뭐겠습니까.

[노 원 리브즈 포레버(No one lives forever)]가 대표적인 경우 되겠습니다. 당시 엄청난 히트를 쳤던 영화 [오스틴 파워(Austin Powers)]의 세계관을 게임으로 옮겨놓은듯한 느낌이었는데, 그 대책없는 개그들과 미묘한 패션 센스는 그야말로 발군. 미모의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것 또한 샬랄라에 도움을 주는데, 막상 게임에 들어가면 FPS라 얼굴을 볼 일이 컷씬 외에는 없다는게 좀 안습이긴 했죠.

생각해보니 [팀 포트리스 2(Team Fortress 2)]도 밝은 계열이군요. 뼈와 살이 튀는 잔혹한 표현이 난무합니다만, 워낙에 가볍고 상큼한 만화체로 그려놓아 거부감을 팍 낮추는데 성공. 전반적인 맵 분위기도 파란 하늘 아래의 상큼한 배경이 많아, 활기차게 뛰어다니는 느낌 잘 주죠.

이 외에도 더 있을지 모르지만, 여기까지만 적죠.

생각해보면 위에서 말한 게임 2개는, 개발사에게 거의 '혁명'에 가까운 작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FPS는 1인칭 총 싸움 =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비정하고 어두우며 하드보일드 해야만 해!' 식의 편견을, 정면으로 부딪혀 맞서 싸워 이긴 결과일수도 있으니까요. 단순히 기본 개념을 살짝 튼데서 그치지 않고, 예전과 많이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성공적으로 큰 결과 낳은 경우일테니까.

물론 어둡건 밝건, '재미있게 잘 만들어야 한다'는 필수조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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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지홍일까 2008/06/28 12:22 # M/D Reply Permalink

    이번에 ea에서 내놓는 무료온라인게임인

    배틀필드 : 히어로즈도 카툰랜더링식이라 밝은분위기더군요.

    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94401520080622163313&skinNum=1

    프로모션 무비 자막판 ㅇㅅㅇ.

    1. mrkwang 2008/06/28 12:26 # M/D Permalink

      민지홍일까> 그거 보면서 드는 생각은, '팀포2가 저렇게 떴구나'라는(...)

  2. 용가리 2008/06/28 14:44 # M/D Reply Permalink

    시리어스 샘 SE와 포스탈 2가 얼핏 떠오르는군요. SSSE는 이미 감성 자체가 DISnormal 수준이니-하면서 미칠듯이 웃긴 했습니다만, 그럼 나도??- 논외고, 포스탈 2는 이렇게 맛 간 개발사-게임이 아니라!-도 있구나 하는 기분이었죠.

    아, 국내에서 만든 페이퍼 맨인가 하는 fps도 꽤 밝은 편이지요. 이미 사람이 아닌 종이인형이 뛰고 있으니까요.

  3. isdead 2008/06/28 15:19 # M/D Reply Permalink

    그 이전에, 1인칭 슈팅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긴 한데... 밝은 분위기를 필요로 하는 게임이라면 밝은 분위기로 만드는거죠.
    하지만 자기 자신이 보이지 않는 1인칭이라는 특성을 잡고 있는 이상, 캐릭터성을 부각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밝은 분위기가 필요한 캐릭터 게임을 만들지 않는거라고 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페이퍼맨 쯤?

  4. 릿군 2008/06/28 15:43 # M/D Reply Permalink

    포스탈2 [도망간다-]

  5. Draco 2008/06/28 16:01 # M/D Reply Permalink

    헤일로1편이 그래도 그래픽이나 외계인들 궁시렁 거리는 것만은 밝은 분위기였는데...
    나중에 갑자기 좀비 비슷한 놈들이 나와서 -_-;
    '이것도 좀비냐!'하면서 샷건을 쏴댔던 기억이 나는군요.

  6. .... 2008/06/28 20:50 # M/D Reply Permalink

    꽤 오래된 게임들 중에서..

    음식물 모양의 몬스터들에게 숟가락 비슷한 무기를 쏴대던 게임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ㅎㅎ

  7. 흑염 2008/06/28 23:25 # M/D Reply Permalink

    AVGN이 강력비추한 Noah's Ark라는 평화주의적 FPS가 있습니다.

  8. evax 2008/06/29 00:31 # M/D Reply Permalink

    화이트데이 부록 오재미가 나름 밝고 명랑하게 콩주머니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FPS라고 할 수 있지 않을지...

  9. 로딘 2008/06/29 13:25 # M/D Reply Permalink

    한때 국내에 캐주얼 게임 붐이 일어났을때 물총 쏘는 식의 캐주얼 FPS(...)가 몇개 개발되고 있었던 적이 있었죠. 물론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고;

    이후로 캐주얼 게임들은 보통 FPS식 에임을 채택한 TPS쪽으로 개발되고 있죠. S4리그라던가. (페이퍼맨은 위에서 언급했기에 패스)

    뭐 국내는 그렇다고 치고. 파크라이도 분위기로만 따지면 남국의 휴양지 분위기 제대로잖아요 -_-b (후반가면 좀 아니지만요;)

: 1 : ... 3684 : 3685 : 3686 : 3687 : 3688 : 3689 : 3690 : 3691 : 3692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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