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어드벤쳐는 죽었던 적이 없습니다. 단지 달라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어드벤쳐에 관련된 글만 쓰면 '그때가 그립다'는 식의 '과거 회상형'이 반에, '루카스아츠(LucasArts)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가 나머지 반입니다.

그나마 어드벤쳐를 좀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죽은적 없다'고 써도, 90% 이상의 확률로 '하지만 고전 어드벤쳐가 부활했으면 좋겠어요'나 '루카스아츠의 재림을 기대합니다!' 같은 뻘플이 달립니다. 심지어 좀 안다 싶은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반응 보면 아주 엄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오해를 넘어 무지, 그리고 아집과 폭력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 고전 어드벤쳐의 부활 : 이미 이루어졌다, 아니 원래 진행중이었다.

'옛날 스타일의 어드벤쳐'라면 인디에서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예 AGS 엔진은, 그 시대 그래픽에 특화된 엔진이고요. AGS로 만들어진 어드벤쳐 등록된 DB를 보면, 908개가 나옵니다. 숫자만 봐도 어마어마하죠? 물론 저중에는 졸작 / 습작도 꽤 있겠습니다만, 이바닥 좀 들여다본 사람들은 알만한 명작 / 걸작 급 게임들도 많이 있습니다. (굳이 이름을 따로 적지는 않겠습니다.)

게다가 이쪽의 태반은 '프리웨어', 즉 '무료 게임'입니다. 원하면 받아서 얼마든지 해볼 수 있는 게임들이죠. 더불어 돈을 받고 판매하는 '상용' 게임도 은근히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리웨어 제작 툴이 AGS만 있는 것도 아닌지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어드벤쳐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아집니다.

고전 스타일의 어드벤쳐는 이미 엄청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체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겁니까?


- 루카스아츠의 부활 : 회사 스스로 포기했다.

애초부터 루카스아츠는 어드벤쳐 전문회사라기 보다, 이런 저런 게임 다 만들던 데였습니다. 어드벤쳐 게임은 14개 정도밖에 만들지 않았는데, 최근 몇 년간 나온 '스타워즈' 게임들 세보면 그것보다 많습니다. 솔직히 어드벤쳐 회사라기 보다, [스타워즈] 게임 회사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 정도.

이유는 간단합니다. 애초부터 루카스아츠 회사 자체는 어드벤쳐에 대한 거시기가 있던 적도 없습니다. 어드벤쳐는 그들의 사업 중 일부일 뿐이었고, 단지 그 일부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입니다.

그런거 다 떠나 부활을 바란다 쳐도, [샘 앤 맥스(Sam & Max)]와 [풀 스로틀(Full Throttle)] 속편 제작을 중단한건 그들 자신입니다. 외부에서 압력 넣은 적 없고, 그들 스스로 만들다가 '장사 안되겠구나' 싶어서 접은 겁니다. (저는 그 당시의 예고편이 들어간 DVD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샘 앤 맥스]는 텔테일 게임즈(Telltale Games)로 넘어가 대박치는 중입니다.

또한 시에라는, '컴필레이션' 시리즈를 내놓으며 장렬하게 자폭.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수준인듯.


- 옛날에 유명했던 디자이너들은 노나? : 일하거나 / 일했거나 / 일하는척 하는 중.

과거 유명 제작자의 신작을 보고 싶다? 팀 샤퍼(Tim Schafer)의 [싸이코너츠(Psychonauts)]는 사셨나요? 어드벤쳐가 아니라서 안 샀다고요? 싹 망한건 사실이지만, '고전 어드벤쳐 만들던 그 때 제작자' 어쩌고 하려면 일단 사야죠. PS3로 나올 신작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론 길버트(Ron Gilbert) 이름이 박혀있는 [페니 아케이드 어드벤쳐스 : 온 더 레인-슬릭 프리시피스 오브 다크니스(Penny Arcade Adventures: On the Rain-Slick Precipice of Darkness)] 에피소드 1는 어떻고요? 플레이타임이 6시간 밖에 안되는 RPG라는 점이 매우 거식하지만, 센스 하나만큼은 발군입니다. 설마 패키지가 없으니 안 사겠다? 애초부터 패키지 방식의 발매가 아님. 이것이 '오리지날'이고 '원본'입니다.


- 어드벤쳐의 새로운 변화 : 캐주얼 게임으로의 움직임.

얼마전 올라온 머스컴(Merscom)과의 인터뷰[아자다(Azada)]의 리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캐주얼 게임' 계에서 '어드벤쳐 게임'에 대한 사업적 움직임이 확실히 있습니다.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듯, 둘은 '주 대상 고객'을 포함한 공통점이 여럿 있기 때문이죠. 그 기세를 빌어, [블랙웰 레가시(Blackwell Legacy)]의 와드젯 아이 게임즈(Wadjet Eye Games)도 캐주얼 어드벤쳐 제작을 위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변화고, (상업적으로 볼때) 굉장히 좋은 움직임입니다. 이미 캐주얼 게임들이 터닦아 놓은 곳에, 나름대로의 진화와 변화를 거쳐 입성하는 거니까요. 그 외의 일반 어드벤쳐 게임들도, 캐주얼 마켓의 다운로드 판매 시장에 들어가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왜? 그쪽이 새롭고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으니까겠죠.

이렇게 산업적으로 좋은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데, 왜 눈도 귀도 닫은채 아집 투성이가 되어 '어드벤쳐의 부활' 어쩌고만 하는 걸까요?


애초부터 어드벤쳐 장르는 죽었던 적도 없고, 나름대로 생태계를 이루며 발전과 진화를 이뤄온데다가, 최근에는 '캐주얼 게임' 쪽을 통해 또 다른 뻗어나갈 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구시대 어드벤쳐 게이머'들은, 대체 뭘 더 바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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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AirCon 2008/06/27 12:12 # M/D Reply Permalink

    시에라가 어드벤쳐를 포기한게 정말 아쉽습니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말이죠.
    나의 그레이스 누님을 돌려줘... ㅠㅠ (다른건 어찌되도 별로 상관 없고...)

  2. 레드진생 2008/06/27 12:22 # M/D Reply Permalink

    음,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군요.
    비판하신 대부분의 이야기는 옛 시절에 대한 향수의 발로려니 생각합니다. 어드벤처 게임이 주류(?)였던 시기에 게임을 처음 접한 저로서, 옛날 생각하는 사람들 맘 자체는 이해가 가거든요.
    다만 제가 아는 한 옛날 그리워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옛날만큼 게임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지요;;;;

  3. 페이비안 2008/06/27 13:28 # M/D Reply Permalink

    레드진생님 말씀마따나 어드벤처 게임들이 각종 게임 관련 미디어의 이슈를 장악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게 아마도 정확한 표현이지 않을까 싶네요. 페니 아케이드 어드밴처스는 재밌게 하는 중인데, 데스 스펑크였나요. 그 게임이 더 기대되더군요. 샘 앤 맥스가 Wii로 나올 예정이 있다는 거 같던데, 그 쪽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

  4. 로딘 2008/06/27 18:37 # M/D Reply Permalink

    게임계 전체가 아닌 메인스트림 한정으로 보면 죽은게 맞죠.

    사실 죽었다기 보다는 타 장르와의 적대적 M&A로 흡수합병 되었다는 것이 가장 타당하겠습니다만. '어드벤처' 를 메인으로 내세운 게임이 요 몇년간 거의 나오지 않는 걸로 봐서는 죽었다는 표현을 써도 이상하지 않겠습니다.

    1. mrkwang 2008/06/27 19:15 # M/D Permalink

      로딘> '메인스트림'의 기준을 '판매량'으로 보자면, 애초에 PC 게임 시장은 21세기 이후 큰 재미가 없는 동네입니다. PS2 등의 콘솔로 주도권이 넘어가, 어쩌다 새나오는 NPD 발표에서도, PC 순위에는 판매량 숫자가 써있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심즈와 와우 외에는 게임을 안산다'는 오버성의 불평도 나오고 있는 와중입니다. 사실상 기계의 승자는 NDS고, 소프트의 승자는 포케몬이고 심즈고 와우고 GTA입니다. 그리고 NDS로도 소수나마 [호텔 더스크] / [역전재판] / [진구지 사부로] 같은 일본산 어드벤쳐가 영문화되어 서구권에도 나간적 있고, 현재 [퉁스카] / [런어웨이 2] 등의 유럽 어드벤쳐가 포팅 등으로 진출중이며, Wii로는 [아가사 크리스티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샘 앤 맥스]가 포팅중이거나 되었습니다.

      '메인스트림'의 기준을 '메이저 배급망'으로 보자면, [사이베리아 2]의 미국 배급은 비밴디 / [미스트] 시리즈 & [CSI]는 UBI / [샘 앤 맥스]의 다운로드 판매 배급은 게임탭입니다. 그리고 게임탭은 타임-워너 소유입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 어드벤쳐를 참 많이도 내고 있는 어드벤쳐 컴퍼니는 EA 급의 메이저 배급망은 아닙니다만, 국경을 넘나드며 참 많이도 내고 있습니다. 또한 1년에 2개씩 시리즈를 발매하며, 어쨌건 PC게임 순위에 종종 올라가는 [낸시 드루] 시리즈도 어드벤쳐 컴퍼니가 배급하곤 했습니다.

      요 몇 년간 거의 나오지 않으니 죽은게 아니라, 보이는 뉴스와 발매되는 작품조차 관심이 없을 뿐입니다.

  5. isdead 2008/06/28 13:07 # M/D Reply Permalink

    짱공유에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죠.

    1. AirCon 2008/06/30 18:50 # M/D Permalink

      아, 그거 정말 정확한 분석이네요 ㅠㅠ

  6. 무념 2008/06/30 14:09 # M/D Reply Permalink

    장르간 혼합이 일상화되면서 "그저 어드벤쳐이기만 한" 게임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런지요...

  7. Phio 2008/07/01 11:43 # M/D Reply Permalink

    개인적으로 작금의 액션 어드벤처들이 가고 있는 지향성을 긍정하는 입장에서, 막무가내로 '고전 어드벤처의 부활'을 외치는(사실은 '외치기만 하는') 사람들이 좀 미묘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 이제 웬만한 '어드벤처' 비스무리한 타이틀은 다 가정용 아니면 휴대용 게임기로 꽤 나오고 있는데, 그 '어드벤처가 좋다'는 사람들은 게임기도 없고 그쪽에 관심도 안 가지는 경우가 부지기수.


    사실 다 필요없고,
    바이오쇼크야말로 '다음 세대의 어드벤처를 보여주는 마일스톤'이라고 보지만.

: 1 : ... 3686 : 3687 : 3688 : 3689 : 3690 : 3691 : 3692 : 3693 : 3694 : ... 5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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