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고백부터 하자. 나는 어드벤쳐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공략집을 보지 않고서는 도통 풀기 힘든 퍼즐과, 도대체 뭐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아이템들에 덧붙여 무슨 조작법이 그렇게도 힘든지. 여기다 말까지 속썩이면 미련 없이 게임을 접어 버린다. 물론 어드벤쳐를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나에겐 쉽게 손이 가는 장르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복잡한 퍼즐을 풀고 느끼는 쾌감보다 풀어도 풀어도 결국 풀리지 않아서 치솟는 짜증 때문에 나는 어드벤쳐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 퍼즐 풀이법을 간략하게 보여 주는 공략집에서 느끼는 허무함도 옆에서 거든다. 나는 게임이 재미있어서 하는 거지, 짜증 내려고 하는 게 아니다. 같은 이유로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RPG라도, 진행이 막힐 만큼 꼬아 놓아서 플레이 하다 짜증이 나면 그 게임은 고이 접어 둔다.
솔직히 이번 [블랙웰 레가시(Blackwell Legacy)]도 그다지 오래 플레이 해 보지 못했다. 이건 다른 이유보다 순전히 언어 문제 때문인데, 제대 후에 완전히 손을 놓아 버린 영어 때문이다. 처음 얼마간은 어찌어찌 진행했지만 어느 순간 콱 막혀 버렸다. 하지만 짧은 시간 플레이 했어도 거부감은 크게 들지 않았다. 그건 간단한 조작(Point & Click)과 짧은 필드(모니터 가로 길이보다 조금 더 긴 정도) 덕분인 듯 하다. 사실 제대로 즐겨 본 어드벤쳐 게임은 [원숭이섬의 비밀3] 하나 뿐이라 제대로 내린 평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처럼 '어드벤쳐에는 젬병 내지 맥주병'인 사람에게는 장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간단한 조작과 짧은 필드, 이 두 가지는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더구나 어드벤쳐는 게임 특성상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 두 가지는 좋은 장점이 된다. 필드가 짧은 것이야 제작 여건으로 인해서 라고 봐도, 조작법이 간단한 것은 가뜩이나 퍼즐 풀이에 머리를 싸매야 하는 어드벤쳐 게임에서는 '힘의 집중'이란 점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이래저래 어드벤쳐를 플레이 하기 힘든 사람이 십분 정도 해 보고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꽤 잘 만든 어드벤쳐 게임이 아닐까. 영어 좀 된다 싶으신 분들은 플레이 시간도 짧다 하니 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