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소설, 문제 많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한국의 도서 대여점은 그 나름대로의 자체 시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쪽에서 어느정도의 (혹은 상당한) 셰어를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속칭 '게임 소설'이라는 장르고요.

이른바 대여점 장르 문학계의 무협 - 환타지 - 퓨전(차원이동물, 환생물 등)의 흥망성쇠를 거친 후 뜬 것이 '게임 소설'인데, 기존의 무협 & 환타지 - [닷핵] - 한국 MMORPG 시장에서 어느정도의 영향을 받아 등장하게 된 장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쪽도 나름대로의 연합과 퓨전을 거쳐, 게임 캐릭터 상태로 환타지 세계에 이계진입한다던지, 무협 인물이 게임 캐릭터로 차원이동한다던지, 심지어 PC방 폐인이 무림 세계에 환생한다던지 등의 설정까지 나온 상태죠.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 혹은 변화가 여럿 벌어져온 장르지만, 아직까지도 존재 자체로 심각한 문제거리를 몇 가지 떠안고 있습니다. 게임이 게임답지 못하다는 것이죠. 게임을 다룬 소설이야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지만, 그 근원이 되는 게임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많습니다.

물론 기존의 무협 - 환타지도, 대표적인 문제점을 몇 가지 갖고 있는 장르죠. '정의롭고 정보 수집에 능한 거지 집단' 개방이라던지, 존재 자체가 말이 안되는 설정이나 상황은 여러가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쪽은 모두 가상의 세계, 지금의 우리가 겪을 수 없는 것이죠. 그에 비해 게임은, 지독할정도로 현실적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충분히 플레이하며 겪을 수 있고, 그걸 서비스하는 시장이 큰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여러가지 장치를 위해 '얼마정도 미래의 세계'를 가상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과 그 산업 자체가 송두리째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게임 소설, 의외로 많이 팔려나가고 양산되는 그 장르의, 고질적이고도 심각한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이런 문제점과 전혀 상관없는, 혹은 그정도는 무시해도 될 정도의 걸작도 있긴 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안 그래요!"라고 하실 수 있다는 거죠. 그런 경우가 있으실 때는, 그냥 제가 그 바닥을 아직 덜 읽었다... 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1. 성공한 온라인 게임은 치명적인 버그를 가질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해서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성공한 온라인 게임이라면 당연히, 치명적인 버그를 가질 수 없고 가져서도 안됩니다.

물론 게임의 버그란 언제나 있을 수 있고, 우리가 아는 명작들도 몇몇 경우에는 버그가 있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의 가일 학다리라던지, 그 외에도 기타 등등.

하지만 저런 것들은 보통 혼자 플레이하는 게임의 경우고, 여럿이 함께 플레이하는 온라인 게임은 얘기가 다릅니다. 그건 곧, 가상 현실로 이루어진 세상에 버그가 있다는 거니까요.

많은 이들이 같은 곳에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게임 자체의 시스템이 아닌 버그로 인한 격차가 생기면 아주 많은 문제가 생겨버립니다. 그걸로 이득을 본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의 차이가 너무 심해져버리니까요. 회사가 욕을 많이 먹음은 물론, 그걸 견디지 못한 플레이어들은 떠나게 마련이죠. 어느 쪽으로든간에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버는 회사로써는 좋은 일이 아니므로, 당연히 고쳐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간과되는 사실 중 하나는, 온라인 게임이란 수시로 패치가 가능하다는 거지요. 고칠 수 없는 치명적인 버그란 존재할 수 없는 겁니다. 물론 그런게 있다고 치더라도, 이미 '너무나도 잘 만들어져 인기 만발인 온라인 게임'과는 거리가 먼 것이고.

버그 얘기를 왜 적냐면...  그 소설 중 상당수가 등장 인물들이 '버그를 이용한 캐릭터'로 이득을 보며 생활한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닷핵]이 남긴 나쁜 사례 중 하나 되겠어요. 물론 무협에는 '기연'이라는 엄청난 장치가 즐비하지만, 그 세계관은 서비스하고 돈 버는 회사, 버그 터지면 망해나갈 이들이 없지 않습니까. 게임은 그런거 놔두면 회사가 무너져요. 도저히 가만 놓아둘 수 없다는 겁니다.

이에 따른 밸런스 붕괴 문제도 있겠지만, 여기에 포함되는 이야기일테니 넘어가도록 하죠.

2.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줘서는 안된다.

정말 놀랍게도, 가상현실(...후)을 다루는 적지 않은 게임 소설들이,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고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캐릭터가 부상당하거나 죽을때 '윽 뭐 이리 아프게 만든거야' 식의 대사를 치는 거죠. 너무나 놀라울 정도로 무지한 상황이 온 누리에 널리 퍼지고 있네요.

인간이란, 빛만 잘못 보아도 발작을 일으키는 존재입니다. '광과민성 발작'이라고, 닌텐도의 포케몬 애니메이션을 보던 어린이들이 거시기하게 된 경우가 있었어요. 그거에 연계되어 여러 군데로 파생되어가면서 꽤 크게 이슈된 일이니,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물론 그거야 우연일수도 있고 실제로 존재하는 병명이 아닐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때문에, 미국 등지의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에는 '사용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경고문'이 의무적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게임이 플레이어의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규제되고 있다는 말이죠.

저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한국은 이미 온라인 게임 하다가 사람이 죽어나가는 나라입니다. 너무 열심히 하다가 지쳐서 쓰러지고 그렇다는 거죠. 그런데 플레이어의 신체에 고통을 준다? 도대체 몇 명 죽이려고?

3. 현거래로 떼돈벌기.

물론 온라인 게임의 캐릭터 - 아이템 - 화폐 가치가 현실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꽤 비싸게 팔리는 아이템들도 있긴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재화 획득을 위한 작업장도 여럿 돌아가고 있지요. 이건 현실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의 또 다른 면을 보죠. 노동력이 값싼 중국에 작업장이 생깁니다. 심지어, 중국제가 아니라는 의미의 '국산'이라는 아이템도 나오고 있지 않나요. 그걸 막아보겠다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뭐 현실적으로 못 막고 있죠?

어느정도까지는 벌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까지 비싸지지는 못합니다. 왜? 진짜 싼 노동력들이 들어오기 때문이죠. 특히 게임의 아이템이란, 정말 맘먹고 매달리면 일부러 갯수의 제한을 둔 초레어템이 아닌 이상 어느정도까지는 획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가 는 만큼 공급도 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중국 같은, 정말 값싼 노동력의 배급이 가능하다면 더더욱 쉽겠죠.

이 글에서 정리한 게임 소설의 큰 문제점은 대략 이정도 되겠습니다.

물론 위에도 적었다시피, 세상의 게임 소설들이 다 이렇지는 않겠지요. 제가 보지 못한 것도 많을 수 있겠습니다. 아직 접하지 못한 명작 걸작도 제법 많을 것이고, 어쩌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기존의 문제점들이 많이 개선된 좋은 시장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임 소설의 주요 요소들이, 어쩌면 한국 게임 시장을 매우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열렙과 스틸과 먹자와 현거래만이 횡횡하는 무서운 세상. 비현실처럼 보이지만, 현실에 지독할만큼 기반을 둔 진정한 가상 현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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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List

  1. 온라인 게임의 영향

    Tracked from 전파 발전소 2006/11/08 22:20 Delete

    혼자서 하는 오프라인 게임과 여럿이 함께 하는 온라인 게임. 저는 오프라인 게임으로 재미를 느껴오다가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온라인 게임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

  2. 난 현질이 싫다

    Tracked from 전파 발전소 2006/11/08 22:20 Delete

    현질. 이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현질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뜯어보면, 결국 쉽게 게임을 해먹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남이야 게임을 쉽게 해먹든 삶아먹든 구워먹든 내 알 바는 아니..

Comments List

  1. 큐브관리자 2006/11/08 19:25 # M/D Reply Permalink

    음.. 저도 한때 게임소설을 썼습니다만 요새는 거의 읽어보지도 않는 편인데
    퓨전판타지같은 게임소설이 많이 나오나 보군요. 요즘 나오는 게임소설을 많이 읽어보셨나봐요? ㅎㅎ

    뭐...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기에 세계관 설정에 따라 그런 세세한 현실적인 부분까지 가미되기... 는 좀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요컨데 흥미롭게 소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현실성도 어느정도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죠.

    1. mrkwang 2006/11/08 20:59 # M/D Permalink

      큐브관리자> 위에도 적어놓았듯, 제가 읽지 않은 게임소설도 많겠지요.

      그리고 저 위에 적어놓은 사항들은, '버려야 할 현실성'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봅니다. 정말로 그것이 '게임', 서비스하는 회사가 존재하고 수많은 이들이 플레이한다는 설정이라면 말이죠.

  2. 혜란 2006/11/08 21:34 # M/D Reply Permalink

    맨 마지막 문장이 참 인상적이네요 =_=. 비현실에 기반을 두지만 사실은 지독하게 현실적인.

    1. mrkwang 2006/11/08 21:43 # M/D Permalink

      혜란> 어느 순간 '저런 점이 오히려 현실의 반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버려서 말입니다. 의외로 대여점 등의 장르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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